[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⑥] 명맥만 남은 파시(波市)거리, 고등어삼치 대신 전복이…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⑥] 명맥만 남은 파시(波市)거리, 고등어삼치 대신 전복이…
  • 김형규
  • 승인 2018.08.04 16: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산도에는 소달구지를 타고 해변을 투어하는 상품이 있다.
전복을 채취하고 장비를 청소하는 장면. 외국인노동자들이 많다.
청산도 서쪽 바다에서 바라본 서편제 영화촬영지. 가파른 오솔길이 가르마처럼 선명하다.

[굿모닝충청 김형규 자전거여행가] 영화촬영지에서 서쪽 도락리 방면 급경사 언덕길로 내려와 뒤돌아보니 유채밭 사이로 화사(花蛇)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목가적 풍경을 자아냈다. 도락리 마을 안길을 돌아 청산도항으로 핸들을 돌리는데 왜색풍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골목길 양편에 늘어선 상가는 흑갈색 일본식 나무문틀 상점과 우리나라 60-70년대 양옥이 혼재돼 있었다. 골목 입구에 ‘동명관’이라는 생선모양의 문패가 흥미로웠다. 파시(波市)가 열릴 때 성업하던 요정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해방후 동명관이 지어졌다니까 70년 전 이야기다.

1930-1940년대 발간된 동아일보 신문기사를 벽에 디자인한 상점도 보였다. 당시 청산도는 고등어‧삼치잡이로 인근 어촌까지 크게 번성했다는 내용이다. 1949년 5월 31일자 기사를 보면 이 일대 어부들이 6월 고등어 풍어기에 대비해 출어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37년 11월 5일자 기사는 고등어‧삼치철이 한참 지났는데 ‘해양 수온의 변조로’ 9월30일에 삼치떼가 몰려들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했다. 고기 때가 얼마나 많은 지 ‘바닷물이 변할만치 되었다’고도 표현했다. 어획량은 무게가 아닌 ‘이틀 동안 오십팔만 미를 풍획’했다고 묘사했다. 기상이변은 예나 지금이나 다반사였던 모양이다.

청산도 파시에 운영됐다는 잡화가게와 요정집 안내판.
청산도 파시에 운영됐다는 잡화가게와 요정집 안내판.
지금은 근대문화유산이 된 청산도 파시거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가 소개하는 파시를 잠시 요약인용해보자

파시는 특정 어획물을 어획하는 어장에서 어선과 상선 사이에 어획물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파시라는 말이 최초로 나타나는 문헌은 ‘세종실록’이다. 전라도 영광군에 관한 기록이다. 파시의 풍경을 파시풍(波市風)이라고 한다. 서해안의 조기 어기에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과거 조기의 최대어장은 전라남도 법성포 앞바다의 칠산도 부근에서 위도에 이르는 수역이었다. 조기파시는 위도와 연평도에서 가장 크게 열렸다. 충청남도의 녹도·개야도·죽도 등도 파시가 열린 섬이었다. 전라남도 임자도 서북쪽의 대이도(섬타리)의 파시를 보면 바라크라는 이동취락인 파시가 있었다. 주막·여관(유곽)·요릿집·잡화상·이발관·선구상(船具商)·염상(塩商)·목욕탕 등이 있었고 외지에서 온 어부를 상대로 영업을 했다고 한다. 조기파시 이외에 거문도‧청산도의 고등어파시, 추자도의 멸치파시가 있고, 대흑산도에 가면 고래파시라는 말을 듣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요약)

청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어촌이 1930-1940년대 고등어와 삼치잡이로 대활황을 이뤘다는 기사가 실린 일간지가 파시 건물 벽면을 장식했다.
국물이 시원한 전복톳된장뚝배기.
청산항에 설치된 ‘느림의 섬’ 조형물.

지금 우리 식단은 국내산 고등어는 줄고 노르웨이산이 대신하고 있다. 청산도의 파시도 지금은 거의 철시되고 ‘청산파시문화거리’로 명맥만 남아있다. 청산도 파시거리엔 고등어‧삼치 대신 양식 전복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청산도항 주변 식당의 모든 메뉴에는 전복이 빠지질 않는다. 차고넘치는 전복양식장과 전복맛을 본 우리는 다른 점심메뉴를 찾았다. 항구와 버스터미널, 어시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 그나마 전복 1마리가 들어간 전복톳된장뚝배기가 우리가 원하는 메뉴에 가까웠다. 순한 국물에 밥 한그릇을 쉽게 비웠다. 점심을 먹는 동안 식당주인이 ‘전복가격이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져 사가시라’는 립서비스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건 희소성의 원리가 작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완도행 여객선에 승선하고 있는 여행객.
여객선 화물칸 한켠에 자전거를 실었다.
완도에서 차량트렁크에 미니벨로 2대를 싣고 대전으로 귀환했다.

우리나라는 해산물과 농산물 공급의 부침이 심하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고가의 식재료였던 전복이 요즘은 공급 과잉 등의 이유로 가격이 하락세다. 다른 생선에 비해 비싼 참치도 양식에 성공했다니 향후 추이가 궁금하다.

고등어‧삼치로 파시까지 열렸던 청산도는 이제 전복과 슬로시티로 지역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20-30년 후 청산도는 어떠한 컨셉트로 변모할지 궁금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형규

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J 2018-08-09 18:42:11
청산도 풍경이 아름답네요. 서편제 함 다시 봐야할듯,

BWS 2018-08-07 11:26:36
자전거 타고 여행다닐때면 지역별로 특색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섬은 제주도말고는 가본적이 없네요...
기회되면 한번 가봐야겠네요
기사 잘봤습니다.

진교영 2018-08-06 13:14:59
청산도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파시거리 인상상깊네요
지역마다 이런문화가 독특하게 살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