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16일 숱한 부조리의 의혹 덩어리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존재 자체를 ‘해악’이라며 당장 ‘제명’시켜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시각에 대해, 역사학도로서의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 지사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그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었으며, 비판적이면서도 명징하고 통찰력 넘치는 따끔한 충고이자 설득이었다.
이에 그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긴다.
어제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다스뵈이다’에 나갔습니다. 현장에서 개략적인 요지는 전달했으나, 즉흥적으로 얘기했기에 조금 더 정제된 글로 올립니다. 1) 조선시대와 비교한 현실 “그해에 사림이 대거 기용되어 조정이 사림 일색처럼 되었다. 경기감사 이모에 대해서는 언행이 상스럽고 무뢰배와 어울리며 역심(逆心)을 품었다는 소문이 돌아 그를 매우 미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림 중에도 이 감사를 즉시 파직하여 사림의 의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생겨 스스로 ‘청류(淸流)’라 칭하며 자기들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을 모두 탁류(濁流)로 몰아 공격하기를 역적 대하듯 하였다. 이에 서로를 배척하는 마음이 날로 깊어져 마침내 양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 권력의 가성비 추구 법칙 70대 30의 세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이를 다시 40대 30대 30으로 나누어 40%의 지분으로 100%의 권력을 갖는 것이 가까운 사람들끼리 더 많은 권력을 나누는 효율적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쪼개는 과정에서 세력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 못하는 게 첫 번째 함정이고, 조직에서 이질적인 세력을 쫓아내기만 하면 그 조직 전체를 온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두 번째 함정입니다. 3) 준론(峻論)과 완론(緩論) 하지만 책임 있는 사람들의 속단은 위험합니다. 지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때에는 문 대통령이 탄핵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구마라는 말도 들었고, 기회주의라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늘 신중한 문 대통령이 지금 민주당 의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재명 지사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게다가 준론과 완론은 판단의 시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재명 지사 관련 의혹들을 사실로 확신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서로 적대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4) 얼레리꼴레리 전술 “얼레리꼴레리 누구랑 논대요”나 “얼레리꼴레리 뭐 묻었대요”는 초등학생 반장 선거에서 상대에 대해 특별한 비교우위가 없는 경우 흔히 쓰는 수법입니다. 이 수법이 통하면 품성이나 지도력은 따질 필요 없는 문제가 됩니다. 5) 투쟁의 정당성 경찰, 검찰, 법원, 언론, 자한-바미당, 정의당, 민주당 내 일부가 이재명 지사를 비호하며 오른쪽으로는 일베부터 왼쪽으로는 舊 통진당 세력까지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들의 의식 안에서 이재명 지사는 이명박 박근혜보다 훨씬 사악한 데다가 기득권층으로부터 조폭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 영역을 통제하는 막강한 권력 실세로 형상화합니다. 자기에게 쏠린 의혹을 풀지 못해 전국 시ㆍ도지사 중 직무 수행 지지도 최하위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를 극력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6) 비호할 이유 지난 대선 경선 때, 민주당에도 안희정 씨를 지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안희정씨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한 사람이 누가 있나요? 민주당 유력 의원들이 이재명 지사를 극력 비호할 이유가 뭘까요? 그가 다음 대통령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판단해서? 그와의 오래된 인연 때문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이재명 지사를 극력 비호할 이유가 뭔지 생각나지 않으면, 그들을 이재명 비호세력으로 낙인찍는 이유가 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7) 예상되는 결과 설령 이재명 지사가 탈당하거나 사퇴하더라도, 일단 만들어진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이명박ㆍ박근혜가 다 구속됐지만 자한당에 아직도 친이 친박이 있는 것처럼. 게다가 이 구도가 계속되기를 원하는 세력이 있는 한, 강력한 통합의 의지가 없으면 민주개혁 세력이 분열하고 민주당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8) 판단의 준거 해방 이후 이승만과 김구가 환국하자, 태극기에 혈서를 써서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누구보다 충실한 이승만과 김구의 추종자이자 애국자인 양 행세했습니다. 이들은 왜 일제강점기에는 안 그러다가 해방된 뒤에야 태극기에 혈서를 썼을까요? 충성심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사람들의 말은, 깎아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전에도 썼지만, 제가 트위터 활동을 중단한 이유는 내분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부채질하는 조직적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채질이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불쏘시개를 제공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