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남 학생이 통학버스에서 양산 쓴 까닭
[단독] 충남 학생이 통학버스에서 양산 쓴 까닭
법 개정과 맞물린 선팅 제거로 여름철 불편 가중…"타보기라도 했나?" 반발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6.1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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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버스 관련 법 개정과 맞물려 통학버스 선팅을 제거한 까닭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직사에 가까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운전자 A씨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통학버스 관련 법 개정과 맞물려 통학버스 선팅을 제거한 까닭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직사에 가까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운전자 A씨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것은 맞지만, 법을 만드시는 분들이 통학버스에 한 번 타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충남의 한 시‧군에서 5년 째 초등학교 통학버스를 운전 중인 40대 기사 A씨는 아침마다 분통이 터진다.

통학버스 관련 법 개정과 맞물려 선팅을 제거한 까닭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직사에 가까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큰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학생들은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심지어 10일 오전에는 에어컨을 켰음에도 땀을 흘리고 있는 유치원생에게 승차도우미가 양산을 씌워주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법 개정 이후 자동차 검사소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옅은 선팅이라 외부에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함에도 햇볕 투시율이 70%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번번이 문제가 된 것이다.

A씨는 학생들 확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운전석과 후면 선팅을 그대로 두고 두 번째 검사를 받았는데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A씨는 “여름철 차량에 방치된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하차확인벨과 함께 승차도우미까지 배치한 상태다. 차량 운행 이후에는 탑승자가 남아 있는지 매번 확인하고 있다. 투시율 70% 기준은 어떻게 정했는지 궁금할 정도”라며 “통학버스 기사들 역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제 차량에는 유치원생은 물론 70세가 넘은 어르신도 이용하고 계시다”며 “아이들을 살리자고 만든 법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80조 제2항 제18호 개정으로 인한 것이다.

과도한 선팅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 운송용 승합자동차의 가시광선 투과율(70% 기준 미달 시 부적합) 검사를 올해 4월 17일부터 시행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공문은 지난 3월 충남도를 거쳐 교육청에 접수됐고, 교육청은 공용차량 약 130대와 임대차량 약 100대를 대상으로 이를 안내한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굿모닝충청>과 통화에서 “해당 법 개정에 대해 지난해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며 “공용차량에 대해서는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임대차량의 경우 관광버스회사나 운전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팅 제거로 인한 민원은 현재까지 접수되지 않고 있다. 햇볕 투과율이 높은 선팅으로 교체할 경우 약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커튼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 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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