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대용품으로 전락한 명작과 錢의 전쟁
화폐 대용품으로 전락한 명작과 錢의 전쟁
까칠한 미술이야기-인순이와 ‘재키’의 멀고도 가까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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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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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인순이의 고소고발로 화제가 된 앤디 워홀의 ‘재키’(왼쪽)와 ‘플라워’.

방송 나는 가수다에서 아버지를 부르며 폭풍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감동을 선사했던 가수 인순이. 진심어린 삶의 무게 속에서 다져진 가수의 파워를 느끼게 했다. 또 선배가수로서 후배가수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는 얘기를 통해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과 예능 음악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국민가수로 거듭나고 있는 인순이 옆에 불편한 얘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탈루, 탈세, 최성수 부부 고소, 앤디워홀, 재키, 플라워시리즈, 50억원 등등. 그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팬으로서 당혹스러운 일이다.

앤디 워홀과 인순이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기에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도 아닌데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일까. 정치인도 아닌 가수 인순이와 앤디 워홀은 과연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그동안 심심치 않게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해 가며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미술품과 비밀스런 거래는 이제 너무나도 식상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수억에서 몇 백 억까지도 웃도는 미술작품들이 대기업과 정계를 오가며 정치자금이나 밝혀지지 않은 돈들의 세탁용으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순이의 경우는 거물급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아니다. 하지만 동료가수인 최성수와 부인 박 씨, 그리고 앤디 워홀 작품 두 점과 얽히면서 미술작품을 둘러싼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말았다.

인순이는 가수 최성수 부부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소장에 따르면 인순이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빌라 흑석 마크힐스의 신축 및 분양 과정에 수십 억원을 투자했지만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이미 50억 원대의 앤디 워홀 작품 두 점으로 갚았다고 되받았다.

이 법적 공방과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해결과정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쏠리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작품인데 그렇게 비싼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워홀의 두 작품은 사실 판화작품이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것도 아니고 수없이 찍어내도 되는 판화작품이 그렇게 비쌀 이유가 있나 의구심이 들 것이다. 미술작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는 판화작품인데도 고가인 것은 작가의 유명세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미국의 팝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앤디 워홀(1928-1987)로 그 명성과 작품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

문제의 작품은 앤디 워홀의 1964년 작 재키1965년 작 플라워. 이중 재키는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부인인 재클린 오나시스의 애칭이다.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었지만, 재키를 더욱 재키로 보이게 한 작품은 워홀의 판화일 것이다.

그녀의 이미지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재현한 워홀의 판화는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화려함과 고통스런 개인적 삶이 교차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시리즈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6명의 재키(Sixteen Jackies)’200억 원이 넘는 고가를 기록했다. 또 우리에게는 달랑 꽃 네 송이가 전부로 보이는 플라워 시리즈작품은 작품에 사용된 색과 작품의 크기, 그리고 제작연도에 따라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를 호가한다.

박 씨가 인순이에게 작품을 건네 줄 당시 플라워는 한화로 약 20억 원, ‘재키는 약 31억 원으로 책정되었다고 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갚을 돈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작품가격을 현재에도 과연 그렇게 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인순이 측 에서는 플라워재키가치와는 상관없이 돈을 변제받아야 해결되는 문제임을 밝히고 있다. 이 점에서 박 씨는 이미 3년 동안이나 갖고 있었으면서 이제와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상거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사건을 둘러싸고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경위를 떠나 미술인의 입장에서 볼 때, 워홀의 작품을 대하는 그들의 철저한 경제적 논리는 참으로 경박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가의 비자금 또는 정치인의 불경스런 의도로 유명작품들이 쓰여 진 예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작품의 진가가 오직 화폐가치로만 환산되어 재산비축이나 교환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예술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생각했던 앤디 워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품을 떠난 후 화폐의 대용품으로 사람들의 저울질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되었음을 개탄할 것이다.

이 시대의 작품들은 진정 예술로서의 힘을 잃어버린 것일까. 모든 것이 화폐단위와 경제적 효과의 숫자로만 이해되는 시대인데 미술작품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미술대학조차 취업률에 따라 평가되는 세상인데 굳이 무슨 말을 할까 싶다. 우리시대의 최고 지성인들과 고위급 행정가들의 사고에 예술도 돈으로 환산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예술작품을 내세운 돈놀이와 예술가들을 푸대접하는 풍토는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순이와 재키는 이렇게 시대와 공간을 떠나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돈의 악연으로 억지로 만난 사이인 만큼 인순이의 눈에 재키의 웃음과 눈물이 제대로 보였을지 의심스럽다. 돈 앞에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천상의 예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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