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김소연의 기록,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가
[김선미의 세상읽기] 김소연의 기록,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가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10.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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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고작 오천 갖고 뭘 그래? 개인의 일탈? 조직적 관행?

비 오고 바람 불던 지난 주말,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에 선정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을 주제로 한 북 콘서트에 참석했다.

소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존속을 더욱 중히 여기는 한 지방병원에서 벌어진 병원의 회계부정을 폭로한 내부고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자신도 흠이 있고 실수를 한 적이 있는 주인공은 고민과 망설임 끝에 ‘아픈 아이’가 있는 동료를 고발한다.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이 나아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부의 비리를 용기 있게 폭로했으나 돌아온 것은 ‘보다 나은 세상’이 아니었다. 해고됐던 비리 혐의자는 개선장군처럼 병원으로 다시 돌아오고 대신 고발자는 따돌림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이 고발자만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고발, 돌아 온 것은 따돌림과 비난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는 윤리적 인간에 대한 희망을 말했으나 객석의 독자들은 비관적이었다. 희망 대신 불법한 조직이 개인을 무력화 시키고 오히려 가해자로 만드는 조직의 가공할 불변의 힘, 변하지 않는 자본의 강고함에 대한 공포를 털어놓았다.

처음 언론보도를 접했을 때는 제목만 읽고는 무심히 지나쳤다. ‘잔치’가 끝나면 통과의례처럼 으레 터져 나오는 선거판의 그렇고 그런 어그러진 검은 돈거래인 줄 알았다. 액수도 억 단위도 아니고 고작(?) 5,000만 원이라니, 눈길을 확 끄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권선거 의혹 폭로는 목줄을 쥐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나 정치브로커에게 거액의 검은 돈을 건넸음에도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선거에서 떨어지자 앙심을 품은 낙선자의 분풀이가 아니었다. 시의회 입성에 성공한 현역 그것도 정치 초년생이 터트린 폭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주지도 않았다. 돈을 준 것도 아니고 낙선한 것도 아닌데 당선자가 굳이 왜?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돌출적 상황이었다. 파급력이 큰 이유다.

<죽은 자로 하여금>에 오버랩 되는 김소연 대전시의원의 폭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소연(37·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 6) 대전시의원에게 돈을 요구한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김 의원이 예비후보자 시절 ‘믿을 만한 사람’ A씨로부터 ‘선거의 달인’으로 소개받은 B씨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선관위가 불법선거자금을 요구한 인물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지난 보름간 지역 정치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현역 시의원의 ‘불법선거자금 요구’ 폭로는 일단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물론 공이 검찰로 넘어간 만큼 검찰 수사가 정치권 어디까지 확산될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태풍 속 찻잔으로 끝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선관위 조사도 검찰 수사도 아니다. 이에 앞서  20년 집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다.

선관위, 검찰 조사보다 도덕성 요구받는 민주당 대응 더 주목

사실 김 의원의 폭로가 있자 의혹을 받고 있는 개인에 대한 비난 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 그간의 경험칙으로 보았을 때 불법정치헌금 요구는 구조화된 관행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선거판의 검은 돈선거는 민주당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한국 정치권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 중의 적폐임에도 평소 높은 도덕성을 강조해온 민주당 내부에서 터져 나온 폭로였기에 비난의 강도도 더 높았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 박범계 국회의원(대전 서을) 선거구이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A씨는 박 의원의 측근이다. 선관위 고발에서는 A씨로 익명 처리된, 돈을 요구한 B씨는 박 의원의 비서진 출신이다. 물론 거론된 당사자들은 직접 돈을 요구한 혐의로 고발된 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련설을 부인하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보다 나은 세상 대신 ‘내부총질자’로 낙인 찍히고 마나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당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는 민주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당내 분란(?)을 일으킨 초보 정치인 하나를 바보로 만들지 김 의원이 원했던 불법 탈법이 없고 돈이 없어도 되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위한 계기를 만들지는 오롯이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는 민주당의 몫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파문의 중심에 있는 김 의원이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내용에 따라 또 다른 파문을 낳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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