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주차는 제가 할게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커버스토리 ②] “주차는 제가 할게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윤창호법’, 음주운전 처벌 강화-음주운전의 경계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8.12.2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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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술자리의 연속인 연말연시다. 연말연시가 대목인 곳은 물론 술집이다. 번화가의 식당과 술집들은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로 빼곡하다.
이들 못지않게 대리운전 업계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1분에 수십 개 수백 개씩 올라오는 대리운전 요청 탓에 놓치는 콜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면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음주자들은 어떠할까.
한참을 기다려도 올 생각 않는 대리기사, 코앞에 있는 집까지 가는 데 너무나도 아까운 만 원짜리 지폐, 여러 사정이 겹쳐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음주운전자들이 있다.
스마트한 시대이다보니 음주운전자들도 나름의 잔머리를 굴린다. 단속정보를 나누는 어플부터 고속도로 타기 꼼수까지 다양한 음주단속 회피 전략을 꾸민다.
이렇듯 대놓고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리운전까지 불러놓고 음주단속에 걸리는 조금은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는 운전자들도 있다.
이시대 운전자들은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꼼수를 부리고 있는지, 반대로 억울하게 음주단속의 회초리를 맞은 사례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직장인 A(49)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술자리로 정신없는 연말 저녁을 보내고 있다. 

평소 대리운전 부르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해 술 약속이 있는 날이면 차를 집에 두고 나오는 A씨가 최근 “대리운전을 부르고도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았다”며 억울한 경험담을 전했다.

A씨의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송년 모임이 있던 날이다.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자신의 차를 집에 두고 나오는 그였지만, 그날따라 퇴근이 늦어 약속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 탓에 곧바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직장생활, 가정생활에 치여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만남에 반가웠던지 자리는 길어졌지만 차를 끌고 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평소보다 술을 적게 마셨다.

친구들과 어린시절 추억을 나누던 A씨는 내년 만남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났고, 이어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곧 찾아온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겼고, 10여 분 뒤에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주차는 내가 하겠다. 감사하다”며 대리비를 조금 더 보태 대리기사를 보냈다.

운전석에 앉은 A씨는 마침 비어있는 공간을 발견해 주차를 한 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차에서 내렸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평소 마찰이 있었던 한 이웃주민 B씨와 마주친 것이다. B씨는 A씨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던 찰나, 술냄새가 나는 것을 알게 됐고, 곧바로 A씨를 불러세워 추궁했다.

B씨의 물음에 A씨는 당황했고, “대리운전 불러서 주차한 곳까지 왔다. 주차만 한거지 음주운전 한 것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B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A씨는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단속을 했다.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돼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전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 C씨는 “아파트단지 음주운전 단속을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운전자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음주운전을 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A씨의 사례는 지난 201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 슬픈(?) 예시다.

개정 전 도로교통법에서는 도로의 개념을 ‘공공성이 인정되는 장소로 불특정 다수의 이용이 가능하고 공공성이 인정된 곳’으로 정의하고 도로가 아닌 비도로에서의 음주운전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았다.

관련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인 2010년까지는 비도로로 분류됐던 아파트 주차장 내에서의 운전은 음주운전의 처벌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2011년 개정을 기점으로 처벌의 대상이 됐다. 비도로에서 음주운전에 따른 처벌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경우 주차장이 도로로 판단되는 경우와 도로가 아닌 것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관리인이 있고 출입구가 정해져 있거나 차단기가 있는 주차장의 경우, 도로가 아닌 것으로 본다.

반면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의 내부 통로 또는 관리인이없는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

일반도로상 음주운전과 주차장 음주단속 처벌에 대한 차이는 있다. 행정처분 영역이다.

비도로 음주운전의 경우 벌금형을 비롯한 형사처벌을 내릴 수는 있지만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면허정지·취소 처분은 여전히 받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비도로에서의 운전은 행정처분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은 많다. 최근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되고 있고, 특히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취지에 부합하려면 비도로 운전 또한 도로와 동일하게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A씨의 사례를 비롯해 대리기사가 오기 전 시동을 걸다가 차가 뒤로 밀려 사고 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 마찬가지로 대리기사가 오기 전 차량 온풍기를 틀어놓으려고 시동을 걸고 운전석에 앉아있다가 적발된 사례 등 다소 억울한 단속 사례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경찰 C씨는 “단속에 걸린 운전자 중 일부는 억울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금지가 원칙이기 때문에, 도로냐 비도로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술을 마셨다면 무조건 운전석에 앉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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