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굴뚝 농성 426일 째, 파인텍 노사 합의 이르다 
    노동자 굴뚝 농성 426일 째, 파인텍 노사 합의 이르다 
    [뉴스분석] 11일 20시간 협상 끝에 합의 도출....“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지유석
    • 승인 2019.01.1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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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 지회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426일째인 11일 오후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 스타플렉스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 지회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426일째인 11일 오후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 스타플렉스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파인텍 노사가 11일 합의를 도출해냈다. 이로서 11일 기준 426일째 굴뚝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 지회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는 농성을 풀었다.

    파인텍 노사는 2019년 7월 1일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조합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고용 보장과 관련해선, 2019년 1월 1일부터 6개월간 유급휴가로 임금을 100% 지급하는 한편 '최소한' 3년 동안 고용을 보장한다고 적시했다. 

    파인텍 노사는 또 아래 4개 항을 담은 노사협약을 오는 4월 30일까지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아래 4개항은 이렇다. 

    ⓵ 회사는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한다.
    ⓶ 회사는 기본급을 최저임금 + 1,000원으로 한다. 지급일은 25일로 한다.
    ⓷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하고 추가 연장시간은 노사 합의한다.
    ⓸ 회사는 노조사무실을 제공하며, 5명을 합하여 상급단체회의 시간을 포함한 연 500시간에 해당하는 타임오프를 부여한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고공 농성 중이던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는 고공 농성 421일째엔 지난 6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75m 높이의 굴뚝은 그야말로 감옥이나 다름없다. 실제 두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을 지켜보던 동료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굴뚝을 하늘 감옥이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강추위와 무더위를 견뎌야 했으니 두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실로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고공 농성마저 힘든데 단식까지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두 노동자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셈이다. 이런 이유로 노사 합의 타결 소식은 반가울 수밖엔 없다. 

    ‘당연한’ 권리 위해 감옥에 갇혀야 하는 노동자들 

    그러나 합의 내용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사측은 노조를 교섭단체로 인정하기로 했다. 얼핏 큰 진전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그런데 합의문은 흡사 사측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기본급을 최저 임금에서 1천 원더 '얹어' 주겠다는 내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굴뚝 농성을 벌였고, 이를 보다 못한 종교·시민사회 단체 대표들이 연대 단식 농성을 벌인 결과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착잡한 심경을 남겼다. 심 의원의 글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고공 75미터 굴뚝에서 426일. 1년하고도 두 달 만입니다. 감옥으로 치면 0.75평 독방에서의 격리된 감치 생활과도 같은 극한의 삶을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얻어낸 것이 ‘고용 3년 보장’에 ‘최저임금 + 1000원의 기본급’입니다. 나머지는 노조 인정, 법정 노동시간 준수 등 그냥 노동법 지키자는 합의입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착잡한 심정입니다."

    으레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 어김 없이 '귀족노조', '강성노조' 등의 프레임이 난무한다. 노동자의 파업 소식을 전하는 뉴스는 노동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메고 '팔뚝질'을 하거나, 노동자와 용역들이 흑한 대치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특히 사측은 노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한다. 파인텍 모기업인 김세원 대표이사도 400일 넘게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그러다 종교·시민사회 단체의 압력이 거세지자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이런 와중임에도 김 대표이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누가 더 강성일까? 노조일까, 아니면 사측일까? 

    노사 관계는 절대 동등하지 않다. 파인텍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연대 단식 농성에 들어갔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7일자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한국합섬부터 스타케미칼, 파인텍에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그들(홍기탁, 박준호 - 기자 주)에게 노동조합은 생명이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웠다. 

    100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그 세월 동안 모두 흩어져서 이제는 겨우 다섯 명이 남았다. 그들이 보기에 이 세상은 잘못돼도 너무 잘못돼 있다. 노동자만 희생당하는 이건 정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강성노조라고 하지만, 자본은 더욱 강성 아닌가. 자본에는 법과 제도가 있고, 관행이 있고, 사법부의 판례가 있고, 공권력이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이제 더 이상 헌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늘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심상정 의원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하는 사회는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느 지점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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