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산 산행기] 원효대사 해골이 댕구알버섯은 아니겠지?
    [가야산 산행기] 원효대사 해골이 댕구알버섯은 아니겠지?
    충남 가야산 원효봉에 숨겨진 원효암터와 의상암터…그리고 머리털 뽑힐 뻔한 선녀 이야기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2.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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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번 국도에서 빠져 약 400m 정도 올라가면 사방댐이 나오고, 그 옆 공터에 주차하면 간편하다. 사방댐 위를 지나면 곧바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45번 국도에서 빠져 약 400m 정도 올라가면 사방댐이 나온다. 그 옆 공터에 주차하면 간편하다. 사방댐 위를 지나면 곧바로 본격적인 원효봉 산행이 시작된다.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산에 꿀단지라도 숨겨 놓은 거야?”

    “아니, 사실은 선녀를 숨겨 뒀지”

    “그래? 그럼 이따 집에 데려와”

    “왜?”

    “머리끄덩이 다 뽑아버리게”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아내와 ‘달콤살벌’한 아침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가야산 원효봉으로 향했다.

    충남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홍성군 홍북읍 신경리)에서 덕산 방향으로 가다 서산 쪽으로 국도45호선을 타다 보면 오른 쪽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원효봉이다.

    흔히 중계소가 있는 곳을 원효봉으로 착각하는데 그곳의 정식 명칭은 가야봉이다.

    원효봉 진입로를 놓치기 쉬운데, 덕산 아람아파트와 45번국도 합류지점에서 지금은 원룸으로 바뀐 모텔 모양의 건물 바로 옆에 ‘상왕산원효암(象王山元曉庵)’이라고 새겨진 돌 이정표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양쪽에 펜션이 있는데 약 400m 정도 올라가면 사방댐이 나오고, 그 옆 공터에 주차하면 간편하다. 사방댐 위를 지나면 곧바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전 7시 40분 쯤 초입에 도착해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원효봉으로 향했다. 약 20여 분 간 나지막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갑자기 고라니 2마리가 약 300m 앞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달려 깜작 놀라기도 했다.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라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그렇게 가다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만나는데 너무 오래돼 조만간 부러질 것 같아 보였다. 관리기관인 예산군청에 조만간 민원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법 넓은 공터를 만나게 된다. ‘오백나한전’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데 글귀가 대부분 사라져 제대로 파악하기에 힘들 정도였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법 넓은 공터를 만나게 된다. ‘오백나한전’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데 글귀가 대부분 사라져 제대로 파악하기에 힘들 정도였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법 넓은 공터를 만나게 된다. ‘오백나한전’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데 글귀가 대부분 사라져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용인 즉 “나한을 그림으로 그려(탱화) 모신 전각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였다. 해는 이미 중천을 향하고 있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약 10여 분 쯤 더 오르니 원효봉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원효암터가 나왔다. 깎아지는 절벽 아래 제법 너른 터가 있는데, 바위 바로 밑에는 ‘은술샘’이라 불리는 작은 옹달샘이 있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왼쪽으로 살짝 돌아 위로 올라가면 한 두 사람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바위 동굴도 나왔다. 바람까지는 모르지만 비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약 10여 분 쯤 더 오르니 원효봉의 백미(白眉)라 할 수 이는 원효암터가 나왔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약 10여 분 쯤 더 오르니 원효봉의 백미(白眉)라 할 수 이는 원효암터가 나왔다.
    바위 바로 밑에는 ‘은술샘’이라 불리는 작은 옹달샘이 있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위 바로 밑에는 ‘은술샘’이라 불리는 작은 옹달샘이 있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왼쪽으로 살짝 돌아 위로 올라가면 한 두 사람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바위 동굴도 있었다.
    왼쪽으로 살짝 돌아 위로 올라가면 한 두 사람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바위 동굴도 있었다.

    원효암터를 찾을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2017년 8월의 어느 날, 축구공같이 생긴 흰색 물체 2개가 떡하니 놓여 있지 않았던가.

    ‘분명 독버섯이려니’ 생각하고 하나는 발로 차고, 나머지 하나는 손에 들었다가 멀리 던져버렸다. 처음 보는 버섯이라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독버섯이 아닌 댕구알버섯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효능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에게 좋아 부르는 게 값이라는, 심지어는 2000~3000만 원까지 한다는 얘기였다.

    그 뒤로 버섯과 관련된 음식점을 갈 때마다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됐다. “그 귀한 댕구알버섯이 뭔지도 모르고 발로 차버린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항변해 보지만 매번 먹히질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독버섯이 아닌 댕구알버섯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2017년 8월 원효봉터에서)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독버섯이 아닌 댕구알버섯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해골을 많이 닮았다. (2017년 8월 원효봉터에서)

    혹시 몰라 분명히 밝혀둔다. 불법 임산물 채취는 엄연한 사법처리 대상이니 올 여름 댕구알버섯을 찾아 원효봉 일대를 헤맬 생각은 하지 마시라.

    그건 그렇고, 가야산 원효봉에 실제로 원효암터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숙제를 안겨주는 대목이다.

    신라의 승려 원효(617~686)가 661년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 물 일화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인데,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내포지역 일대가 실제로 당나라와의 교역이 매우 활발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원효대사와 연관돼 있는 지명이 전국에 산재돼 있다고는 하겠지만, 우리 스스로 학술적 뒷받침이 필요한 대목 아닐까 싶다.

    엉뚱한 생각이 하나 들기도 했다. ‘원효대사가 본 해골이 설마 댕구알버섯은 아니겠지?’

    이 일대에는 6.25 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 이후까지 미군이 주둔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켈리포니아의 영문이 적힌 콘크리트 초소(또는 벙커)가 남아 있다.
    이 일대에는 6.25 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 이후까지 미군이 주둔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켈리포니아의 영문이 적힌 콘크리트 초소(또는 벙커)가 남아 있다.

    원효암터에 다다르기 전 소소한 볼거리도 있다. 이 일대에는 6.25 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 이후까지 미군이 주둔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켈리포니아의 영문이 적힌 콘크리트 초소(또는 벙커)가 남아 있다.

    특히 원효암터로 향하는 길목에 너른 바위가 있는데 가야산의 3대 명당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경치가 좋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뭔가 깨달음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다.

    원효암터에서 약 20분 정도만 더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가야봉과 석문봉 옥양봉 등 가야산의 주요 봉우리는 물론 멀리 천수만과 당진 일대까지 눈에 들어왔다.
    원효암터에서 약 20분 정도만 더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가야봉과 석문봉 옥양봉 등 가야산의 주요 봉우리는 물론 멀리 천수만과 당진 일대까지 눈에 들어왔다.
    흔히 중계소가 있는 곳을 원효봉으로 착각하는데 그곳의 정식 명칭은 가야봉이다. 멀리 원효봉과 석문봉이 보인다.
    흔히 중계소가 있는 곳을 원효봉으로 착각하는데 그곳의 정식 명칭은 가야봉이다. 멀리 원효봉과 석문봉이 보인다.

    원효암터에서 약 20분 정도만 더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가야봉과 석문봉 옥양봉 등 가야산의 주요 봉우리는 물론 멀리 천수만과 당진 일대까지 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약 10여 분간 휴식 후 의상암터 쪽으로 향했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인데 경사가 제법 있고 바위가 많아 조심해야 했다. 원효암터와 의상암터는 직선거리로 약 140m 정도 떨어져 있다.

    의상암터 옆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에는 ‘금술샘’이라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다. 한겨울에는 늘 얼어있었는데 요즘은 날이 풀려 녹은 상태였다.

    의상암터 옆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에는 ‘금술샘’이라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다. 한겨울에는 늘 얼어있었데 요즘은 날이 풀려 녹은 상태였다. 오른쪽 하단부 작은 동굴 같이 생긴 곳이 금술샘이다.
    의상암터 옆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에는 ‘금술샘’이라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다. 한겨울에는 늘 얼어있었데 요즘은 날이 풀려 녹은 상태였다. 오른쪽 하단부 작은 동굴 같이 생긴 곳이 금술샘이다.
    원효암터와 의상암터는 직선거리로 약 140m 정도 떨어져 있다. 의상암터 역시 바람 한 점 없이 아늑했다.
    원효암터와 의상암터는 직선거리로 약 140m 정도 떨어져 있다. 의상암터 역시 바람 한 점 없이 아늑했다.

    의상암터 역시 바람 한 점 없이 아늑했다. 오른 쪽 위에는 제법 넓은 동굴이 있는데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 돌을 쌓아 놓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돌계단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이 한동안 이어지고 제법 너른 길도 나왔다. 중간에는 멧돼지로 추정되는 산짐승이 낙엽을 파헤친 흔적도 볼 수 있었다.

    거의 산행을 마칠 무렵 순종으로 보이는 셰퍼트 한 마리와 남자 주인을 만났다.

    “괜찮을까요?” 물었더니, 남자 주인은 “네, 괜찮습니다!” 하면서 목줄을 잡아끌어 등산로 안쪽으로 비켜줬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 뒤 지나쳤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눈 내린 원효봉을 올랐을 때 봤던 대형견 발자국이 저 녀석 아니었을까 싶었다.

    중간에는 멧돼지로 추정되는 산짐승이 낙엽을 파헤친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중간에는 멧돼지로 추정되는 산짐승이 낙엽을 파헤친 흔적도 볼 수 있었다.

    10시 30분 쯤 집에 도착했더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어째, 선녀는 안 데려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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