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③] '좋아요' 눌렀다고 징계라니...
[특별기고 ③] '좋아요' 눌렀다고 징계라니...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 김태신 위원장…"정당가입 등 정치기본권 보장해야"
  • 김태신 위원장
  • 승인 2019.07.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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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충청남도 공무원노동조합 김태신 위원장의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굿모닝충청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공무원노조 김태신 위원장.
충청남도 공무원노조 김태신 위원장.

[굿모닝충청=김태신 위원장] 최근 강원도의 한 공무원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선관위는 특정 후보의 SNS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을 지적하며 의도와 횟수 등을 캐물었다.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다는 얘기였다.

A씨는 “댓글을 남긴 것도 아니고, 후보자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좋아요’를 눌렀다고 선거법 위반이라는 말이 되냐”고 하소연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SNS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공무원 5명에 대해 훈계 등 경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사례로 공무원이 피해를 본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 정치기본권 금지당하는 유일한 집단 ‘공무원’

SNS가 일반화된 시대에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좋아요’도 못 누른다는 얘긴가? 사실이다. 공무원은 SNS에서 정치인에게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정당의 자유, 그리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0년에는 검찰이 정당에 월 1만 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1900명의 공무원과 교원을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공직선거법 9조(공무원의 중립 의무) 1항에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다 한술 더 떠 2항에는 “검사나 국가경찰공무원은 이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있을 때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신속 수사까지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 제4조에도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다른 법령에 의하여 공무원에게 금지되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적시해 놓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기본권을 금지 당하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 바로 ‘공무원’이다.

공무원에게 법률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 것은 지위를 이용한 조직적인 정치개입이나 관권선거를 금지한 것이지,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금지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SNS에서 정치인에게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공무원은 SNS에서 정치인에게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에 규정된 것은 4·19혁명 직후인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법 제7조(정치적 중립)는 이승만 정권이 공무원을 동원해 관권선거를 일삼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이에 대해 이주민 국회의원은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호하려던 개정취지와 달리, 현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인적 신분에서 행하는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 ILO·국가인권위, 관련 법률 개정 촉구

헌법 7조 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성은 ‘국가의 정당정치적 중립성’을 뜻한다. 정당제민주주의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당하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또한 관직행사에 국한되는 것으로 공직자의 국민으로서의 정당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맥을 같이 한다. 민주헌법 국가라면 권력자 또는 집권세력이 행하는 헌법적 가치질서의 훼손을 저지하고, 정부가 범하는 여러 오류를 적극적으로 비판·시정하는 기능과 과업이 공무원에게 주어져 있다고 판시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공직사회에서는 선거권을 반납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이 선거 때마다 행하는 ‘투표행위는 가장 큰 정치활동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때면 투표용지를 받은 뒤 특정정당을 선택하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후원도 가능하도록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성숙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후원도 가능하도록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따라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면 공무원에게 주어진 “투표권마저도 가져가라”고 강변한다.

이처럼 공무원은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서도 안 되며, 4대강사업이나 국정역사교과서처럼 나라 망치는 정책을 비판해도 어김없이 공무원행동강령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고 구시대적인 처벌조항으로 징계를 당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박한철 재판관 등 많은 헌법재판관은 정당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84조에 대해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원인 공무원에 대하여는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공무원보다도 한층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이 요구되는 언론인에게는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후원 등 정치기본권이 허용돼 있다.

■ 성숙한 민주주의 위해 교원과 공무원 정당가입 허용해야

이같이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에 대해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에서도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하는 한국의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ILO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ILO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 위원회'(CEACR)는 한국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ILO 111호 협약(고용·직업상 차별금지) 위반이라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의장에게 공무원과 교원이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정당의 자유, 그리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정당의 자유, 그리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다. (김태신 위원장 제공)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장관, 교육부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는 “공무원과 교원이 시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소관 법률 조항 및 하위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 같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숙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후원도 가능하도록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치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만 제한’하도록 국가공무원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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