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미친’ 대전 집값과 부동산 루저의 분투기
[김선미의 세상읽기] ‘미친’ 대전 집값과 부동산 루저의 분투기
‘6‧17 부동산 대책’, 줄이은 개발 예고 대전 집값 잡힐까 
“쌤, 우리 아파트 엄청 올랐어요” 순간 어금니 꽉 깨물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6.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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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어느 날 친구가 달랑? 한 채 있던 대전 집을 팔고 세종시로 이사를  갔다. 애초 정착할 생각보다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한 도시 한 달 살기’처럼 일종의 세종에서 살아보기 차원에서였다. 

아파트 가격은 미친 듯이 오르고 분양 신청은 줄줄이 미끄러지고

그래서 ‘내 집’을 마련하는 대신 공공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그것도 분양 전환이 안 되는 임대아파트였다. 

세종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집을 구하려 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아무리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파트 가격은 미친 듯이 오르고, 분양 신청은 줄줄이 미끄러지고… 철딱서니 없는 ‘낭만’적인 생각 때문에 졸지에 집도 절도 없어져 버린 친구의 탄식을 들으며 나는 살짝 비웃기까지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을 내서라도 세종시에 집을 샀어야 한다”는 농담을 하면서 말이다.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세종은 오른다 쳐도 대전 집값이 오르겠어? 멀어져간 내 집 마련 

당시 대전 집값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재건축 딱지에 프리미엄이 붙기는 했어도 과열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대전 집값이 미쳤다”는 광풍 조짐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발 빠른 선수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부동산에 무신경하고 물정 모르는 나로서는 그렇게 여겼다. 게다가 대전은 아파트값이 오를 요인이 없다며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조언(?)은 왜 그리 달콤하게 들리던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웬만하면 ‘후회’ 같은 거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대전의 ‘미친’ 집값 앞에서는 발등을 찍고 싶다. “세종에 집을 샀어야 했는데…”라는 헛소리가 아니라 내가 지금껏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야 할 이곳에 진작 ‘내 집’을 마련했어야 했다. 

상승 요인 없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을 믿고 싶었다

지난해 여름쯤인가, 오랫동안 자기 집이 없던 지인이 내 집 장만에 성공했다. 유성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내게 그녀가 권했다. 

”아파트가 지은 지 오래돼서 나무들도 크고 조용해서 살아보니 좋아요. 다른 곳에 비해 비싸지도 않고요.”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나는 차일피일 미루었다. 무엇보다 “설마 대전 집값이 그렇게 오르겠어!” 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올 봄, 그녀가 내게 말했다. “쌤, 우리 아파트 엄청 많이 올랐어요.”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30평대 아파트가 1억 원도 넘게 올랐단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말 울고 싶었다. 집값 하나 못 잡는 정부와 도대체 이 나이 먹도록 뭘 했나 싶은 나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설마 대전 집값이 그렇게 오르겠어!” 전국 최고 상승률에 자괴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집 한 채 마련하느라 아등바등 노심초사하는 동안 집 걱정하지 않고 지금껏 잘살아온 것에는 감사하지만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날마다 신기록을 세우는 고공행진의 대전 집값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나의 무능을 새삼 확인케 하며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부동산 루저가 따로 없었다. 

지난해 대전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8.1%)은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고, 2위인 서울(1.1%)의 7.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디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투기세력의 단타 투자나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며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이상 과열 덕분에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대전도 시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고 5개구 중 대덕구를 제외한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4개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대전 전 지역 조정대상,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출 규제 등 강도 높은 규제에 과연 미친 집값은 잡힐까.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들은 더 이상 분통 터뜨리지 않으며 내 집 마련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에도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시장은 정부 보다 늘 빠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오를만큼 올랐고, 발 빠르고 촉 빠른 투기세력들은 치고 빠졌다는 얘기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대전을 비롯한 지방의 투기 수요도 잡겠다는 고강도 대책이라지만 근본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잦은 규제로 피로도만 높이고 오히려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돈 없는 서민들이나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발 줄 예고하는 대전시 최악의 악몽, 또 다시 전국적인 투기장 될라 

특히 대전은 혁신도시 지정, 역세권, 원도심 개발 등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할 소재들이 즐비하다. 대전시가 앞장서서 주도하는 개발붐을 타고 대전이 또 다시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면 실수요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세력” 때문에 울분을 토하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평생에 자기 노력으로 형편에 맞는 집 한 채를 구입하는데 투기세력에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경제에 눈 어둔 내 바람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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