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체험기] 확진후 입원, 불안과 무게감 힘들고 외로워
[코로나19 확진 체험기] 확진후 입원, 불안과 무게감 힘들고 외로워
40대 고요한씨(가명) 코로나19 확진후 병원 생활, 극복기 특별 기고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7.2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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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고요한씨(가명)가 입원한 병실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안과 밖의 단절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사진=고요한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고요한씨(가명)가 입원한 병실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안과 밖의 단절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사진=고요한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방역 당국의 백신접종도 속도를 높여가는 등 사태 진전의 정점을 향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시기다. 주변에 ‘누구누구가 확진됐다더라’라는 말이 많지만 실제 확진자와 가족의 말 못할 고통은 이해하기 어렵다. 굿모닝충청은 코로나19 검사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고요한씨(40대, 가명)로부터 불안과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의 생생한 체험기를 일기형식으로 게재하기로 했다. 기고에 감사드리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2회차는 지정 병원에 입원한 후 생활기다.<편집자 주>

[고요한씨(가명)] ◇ 병원 격리 1일 차

간단한 세면도구랑 옷가지만 챙겨 병실에 입실했다. 6인실 병실에 4명이 입원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병원 오기 전에 아내랑 아이는 음성 판정 소식을 들었고 자가격리 판정이 났다. 참 다행이었다.

병실에 들어와서는 직원들, 지인들의 코로나19 검사가 걱정되었다. 나로 인해 2차 감염이 되어 그 가족들까지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니 잠도 오지 않았다.

여기에 맞춰 언론보도가 나기 시작했다 감염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아들이 확진되어 전파가 되었다는 등, 아빠랑 아들이 서울에 다녀왔다는 등, 내가 하지 않은 말들이 인터넷상에서 지어내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동료들의 걱정과 확인차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누구를 상대로 화낼 일도 해명할 일도 아니었다. 내가 양성판정 받은 것만은 사실이니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여행 중인 아들에게 빨리 연락하여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음성 판정이 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던 중 다른 보건소 역학팀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구에 A식당이 있는데 다녀간 적이 있는지 확인 전화였다.

나는 그 식당을 잠시 그날 저녁 9시쯤 들려 30분 정도 인사를 나누고 온 사실이 있었다. 역학팀에서는 ‘아드님이 음성이면 이 식당이 감염원이고 현재 5명의 확진자가 나와 역학조사 중’이라고 했다. 

만약 ‘아드님이 양성이면 아들로 감염원 본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오늘 저녁 아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 병원 격리 2일 차

어제보다 마음이 편하다. 직원들이 속속 음성 판정이 나기 시작했고 회사 전수조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되어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같이 식사했던 지인들도 음성 판정을 받고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원망하기보다는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참 힘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라도 순간 화나고 미워질 수 있고 연락하기 싫을 수 있지만 다들 웃으면서 자기의 짐을 주려 하지 않았다.

내가 더 의기소침할까 걱정해주는 것이 더욱 고맙게 다가왔다. 이제 보건소 등에서 전화도 안 온다. 그렇게 지속되던 전화도 아들 음성 판정에 뚝 끊어졌다.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보건소 역학팀에 확인 전화를 했다. 나에 대한 역학조사랑 감염원은 다 확인된 거냐고 물었더니 담당자가 ‘역학조사는 끝났고 감염원 다른 구의 A식당으로 확인되었다’고 또한 ‘아드님 확진에 대한 언론 오보는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답변이었다.

병원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조사가 끝나고, 안정을 찾고 나니 내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3일 동안 면도도 안 하고 세수도 안 한 상태에서 마스크로 피곤한 눈만 보이며 환자복 입은 내 모습이 화장실 거울로 보였다.

돌이켜보면 처음 보건소로 갈 때의 용기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피를 말리는 기다림이었고, 양성판정을 받고 나니 쉴 새 없이 무언가 계속 질문이 들어오고 나는 똑같은 답변만 하면 되는 것이라 후련했다.

지금 나는 병원 격리 치료 중이다. 치료 약이 있어 치료를 받는 게 아니다. 증상에 맞는 약을 준다. 감기가 있으면 감기약, 인후통이 있으면 염증약, 열이 나면 해열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주면서 폐렴까지 진행되는지 10일 이상 격리하며 지켜봐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작은 창 사이로 밖을 구경한다. 그리고 격리 중인 아내랑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상 증상들이 있는지 별일 없는지를.

오늘 같은 생활을 앞으로 10일 이상을 있어야 한다. 6인실 병실에 4명이 서로에게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보며 침대에서 잠을 자며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하지만 우린 죄를 짓고 온 죄인이 아니라 전 세계 유행 중인 코로나19에 잡혀서 일시적으로 격리된 것뿐이다.

지금 와서 내가 거기를 안 갔으면, 내가 지인들과의 약속을 자제했으면 등등 후회도 되고 있지만 지나간 일들에 대한 바보같은 자책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나는 양성판정 완치자이다’라는 네임을 들고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서로의 상처가 지워질 때까지는 잊히지 않을 것이고 만남도 두려울 것이라. 그건 나보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두려움이 클 수도 있다. 

이걸 이겨내는 것이 앞으로 남은 숙제 같다. 예전처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손님들 만나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등등 이런 자연스러운 일상을 되찾는 데 얼마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가 가장 의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숨죽이며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거나 확진되어 치료 중인 사람들의 불안감과 무게감은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척 힘들었을 테고 외로웠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도 죄인 같은 기분으로 사회적인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나도 지금 이 순간 걱정이다.(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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