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1승’을 거둔 경향신문에 축하한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더 이상 레거시 성(城)에서 잃어버릴 것도 미련도 없는 사람은 ‘판옵티콘’이 두렵지 않다. 전투는 계속된다.”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최근 〈경향신문〉에서 전격 ‘해고’ 당한 강진구 기자는 9일 “재벌권력과 유착된 윤석열이 검찰권력에 이어 정치권력까지 거머쥔 3월 9일. 나는 경향신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징계위 소집을 통보하는 전화였다”고 회고, 검찰독재가 가져올 공포의 내면화를 들추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열린공감TV에서 개표방송을 마치고 비몽사몽에 젖어있던 상황에도 검찰독재의 시작을 직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며 “이런 공포는 밑바닥 서민보다 상대적으로 잃을게 많은 기득권층, 재벌, 관료들뿐 아니라 나약한 지식인, 언론인들까지 포로로 만든다”고 몸서리 쳤다.
그는 “윤석열을 향한 그들의 공포는 정확히 푸코가 말한 ‘판옵티곤’ 감옥과 맥이 닿아 있다”며 “윤석열의 몸체는 하나다. 하지만 앞으로 심약한 사람들은 도처에서, 심지어는 자다가도 그의 ‘부동시’를 의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옵티콘(Panopticon)'은 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표현으로, ‘우리가 모든 것을 보고 있다'라는 의미다. 이를테면, 권력기관이 누군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 점에서 김건희는 멍청해 보이지만, 복잡한 권력의 본질을 정말 영리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음성파일’ 중에 언급됐던 ‘내가 정권을 잡으면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는 소름끼치는 공포의 발언을 떠올렸다.
그는 “3월 30일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마침내 그들은 4월 8일자로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며 “그리고 어제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29년차 취재기자를 갑자기 디지털뉴스편집팀으로 발령을 낸 인사명령이 정당하다고 판정했다”고 까발렸다.
이어 “참고로 1992년 입사 이후 나는 단 한번도 취재기자를 편집기자로 발령을 낸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내근 발령 당시 나는 아크로비스타를 고리로 한 윤석열과 삼성의 유착의혹을 취재 중이었고, 취재를 마무리 하도록 한 달간 시간만 준 뒤 내근발령을 내라고 부탁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디지털뉴스팀 업무를 마친 후 시간을 내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겠다는 제안도 거절 당했다”며 “내근 근무 외에 자발적으로 취재기자로서 회사에 추가로 기여하겠다는 제안도 거부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봐도 삼성과 윤석열에 민감한 취재를 하는 기자의 펜대를 꺾는 것 외에,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는 인사발령이었다. 그래서 초심 서울지노위도 부당전보로 판정했던 것인데, 중앙노동위가 이를 뒤집었다.”
그는 “중노위 공익위원 3인은 현직판사-대학교수-지역의 변호사로 구성됐는데, 나는 이들에게 누군가가 뭔가 지시를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신 그들은 어디선가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을 윤석열의 시선을 의식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아울러 “그들은 내가 윤석열 정권에서 이미 ‘블랙리스트’에 오른 1호 해직기자임을 알고 있었다”며 “당연히 그런 위험인물에 승리의 전리품을 챙겨주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더구나 앞으로 새 정부에서 한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라면...”이라고 의구심을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검찰독재가 뭔지 직접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며 “’블랙리스트’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검찰독재의 위험성은 폭력의 직접적 행사보다 ‘공포의 내면화’에 있다”라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