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아름다운 발이 있을까…세월호 삼보일배 순례단, 오늘도 걷는다
이보다 아름다운 발이 있을까…세월호 삼보일배 순례단, 오늘도 걷는다
세월호 인양촉구를 위한 삼보일배 30만절 ‘아빠하고 나하고’ 순례단, 2일 대전 일정 시작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5.05.02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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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인양촉구를 위한 삼보일배 30만절 ‘아빠하고 나하고’ 순례단의 한 참가자 발 모습.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주위에는 차량의 엔진 소리 이외에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날씨는 후덥지근해 사람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그래도 이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실종자 수습과 인양촉구를 위해…

2일 세월호 인양촉구를 위한 삼보일배 30만절 ‘아빠하고 나하고’ 순례단(이하 순례단)이 순례 69일차 대전지역에 들어왔다. 순례단은 지난 2월 23일 유가족 이호진 씨와 딸 이아름 씨의 팽목항 삼보일배를 시작으로 6월 13일 광화문까지 여정을 진행하고 있다.

순례단은 이날 대전 유성구 로타리동산에서 일정을 시작, 오후에는 대전제일고 삼거리와 도마동 경남아파트 부근 등을 지나 갑천대교 사거리를 향해 삼보일배의 행렬을 이어갔다.

대전 서구 도마동 경남아파트 부근에서 만난 순례단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 20명의 순례단은 길거리 턱에 걸터앉아 말없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얼굴은 검게 탔고, 무릎에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기자의 부탁에 따라 양말을 벗고 자신의 발을 보여줬다. 이 참가자의 발은 퉁퉁 붓고 살갗이 벗겨져있었다. 오랫동안 걸은 탓에 물집이 잡혔고 이를 터뜨리느라 발의 살갗은 다 벗겨져있었다. 그래도 이 참가자는 “아이고 여기서 발이 가장 더러운 사람은 접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애절하면서도 참으로 아름다운 발이었다.

한적한 국도를 걸을 때만 해도, 몇몇 운전자들은 순례단에게 욕지거리를 뱉었다고 한다. 그만 좀 하자고가 그 이유였다.

하지만, 대전에 들어왔을 때부턴 많은 시민들이 격려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의당 대전시당과 몇몇 시민들은 순례단에게 간식과 물을 주는 등 고행의 길을 함께 했다.

▲ 순례단의 삼보일배 모습. 회색티를 입은 한창민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등 대전시민이 이날 순례단과 함께 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국민들 입장에선 세월호 사고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만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월호사고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누적된 정경유착 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음에도 이들이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든 것처럼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30분간 휴식을 마친 순례단은 오후 5시께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도변과 달리 대전 시내의 길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 순례단이 대전 서구 도마동 경남아파트 부근을 통과할 때 인도변에 주차된 공사차량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골목 곳곳에서 차들이 튀어나와 행렬은 멈춰 섰다를 반복했다. 또 인도에 주차된 공사차량 때문에 순례단의 발걸음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순례단은 멈추지 않았다.

약 30분간 동행취재를 한 기자의 얼굴에도 땀이 가득했다.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순례단이야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순례단의 한 참가자는 환하게 웃으며 차가운 얼음물을 기자에게 건넸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였다.

취재를 마친 기자가 떠나기 전 순례단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자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순례단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갑천대교를 향하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은 세월호 인양이 유일한 바람인 것으로 보였다.

한편, 충청권에서 순례단 공식 일정은 다음날인 3일에는 대전제일고등학교 삼거리에서 갑천대교네거리 등으로 이어지고, 4일에는 정기휴식(매주 월요일 정기휴식), 5일 어린이날은 GS북유성IC주유소까지이다.

6일에는 GS북유성IC주유소에서 세종 대평교차로, 7일은 대평교차로에서 양지초등학교까지이며, 8일은 세종시 연서면 봉암2리 입구에 위치한 옛손짜장, 9일에는 세종시 서창역까지이다.

다만 이 일정은 상항에 따라 변경되기도 하는 만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는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인양촉구를 위한 삼보일배 30만절 아빠하고 나하고’(https://www.facebook.com/samboilbae?fref=ts)에서 참고하면 된다.

▲ 순례단의 행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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