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되지 못한 전범 헨리 키신저, 향년 100세로 사망
기소되지 못한 전범 헨리 키신저, 향년 100세로 사망
냉전의 완화를 이끈 동시에 중남미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장본인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1.30 14: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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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외교관 헨리 키신저. 그는 냉전의 완화를 이끈 인물인 동시에 중남미의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서도록 앞장선 인물이기도 하다.(출처 : 네이버 프로필)
지난 29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외교관 헨리 키신저. 그는 냉전의 완화를 이끈 인물인 동시에 중남미의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서도록 앞장선 인물이기도 하다.(출처 : 네이버 프로필)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미국 외교계의 거목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현지시간으로 29일에 향년 10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국제외교정치 컨설팅사 ‘키신저 어소시어츠’는 이날 “존경받은 미국인 학자이자 정치인 헨리 키신저가 11월 29일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키신저는 정치현실주의의 대가로 냉전의 세계 질서를 바꾼 전략가로 평가받는 외교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 받았다. 그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1972년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간 정상회담 성사를 이끄는 등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구 소련과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조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키신저는 국제 정치에서 국가 이익이나 세력 균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 접근법을 취했다. 키신저는 1971년 두차례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총리와 회담했고 이를 통해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 및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20여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개선에 나선 순간인데 결국 미국과 중국은 1979년 공식적으로 수교했다.

또 키신저는 베트남 전쟁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을 가진 인물로 1975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또 한국을 자주 찾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여러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남미에서 친미 극우 독재정권이 탄생하는데 일조해 중남미 민주주의를 파탄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있었던 소위 ‘더러운 전쟁’이다. 1973년 헨리 키신저는 칠레의 군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게 막대한 자금을 주어 쿠데타를 사주해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이끈 사회주의 정권을 뒤엎고 친미 군사 독재정권을 수립했다.

또 1976년에도 키신저는 아르헨티나의 군인 호르헤 비델라에게 막대한 자금을 주어 쿠데타를 사주해 사회주의 성향의 이사벨 페론 정권을 뒤엎도록 했다. 그리하여 아르헨티나에도 친미 군사 독재정권이 수립됐다. 이렇게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선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은 자유를 억압당하며 고통 속에 신음해야 했다.

또한, 키신저는 남미 근현대 역사상 최악의 정치 탄압인 '콘도르 작전'(Operation Condor)을 조장했고, 브라질과 우루과이, 볼리비아, 파라과이의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서도 묵인했다. 그리고 이 콘도르 작전 과정과 결과에 의해서 희생당한 남미인들은 최소 6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이 절대 민주주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자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독재정권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키신저가 이렇게 남미에 친미 군사 독재정권을 수립하는데 기를 쓴 것은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남미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영국의 유명한 언론인이었던 故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헨리 키신저를 가리켜 ‘기소되지 못한 전범’이라고 칭했다. 그는 “키신저를 기소하지 못한다면 어떤 초거대 권력도 법을 초월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원칙이 침해당할 것이며, 전쟁 범죄나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어떤 제3세계 독재자도 법정에 세울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키신저의 부고 기사를 쓴 대다수 언론들은 그가 중남미에서 벌였던 악독한 행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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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리나라의 주적이다. 2023-12-04 06:31:12
피노체트 = 칠레의 전두환
비델라 = 아르헨티나의 전두환
정당하지 못하게 권력을 쟁취한 범죄자들.
권력은 정당하게 획득하지 않았다면 권력으로서의 자격이 없고 그것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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