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 “4월만이라도 기억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2주기] “4월만이라도 기억해주세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비극
  • 이정민·정종윤 기자
  • 승인 2016.04.1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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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정종윤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00명이 넘는 고귀한 목숨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 ‘희망’과 함께 가라앉았다. 한 가정의 가장이, 든든한 아들이, 이쁜 딸이, 그리고 인생의 후반부 추억을 쌓긴 위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 날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 분노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과 9명의 실종자, 세월호는 아직까지 바다 속 어둠에 잠겨있다.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1반 故 유미지 양의 아버지 유해종 씨에게 그 날의 아픈 기억을 꺼내 되짚어보고, 끝나지 않은 비극을 집중 조명해봤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일지와 이후 교육당국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미지야,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세월호 참사 2주기- 단원고 희생자 아버지 유해종 씨가 말하는 딸, 그리고 그날의 기억

故 유미지 양.
미지는 평소 의리가 깊고, 친구들을 잘 토닥이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는 2학년 1반 반장을 맡은 것 같다.

또 미지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친구들이 “허벅지가 통통하다”고 놀리곤 할 때면 “난 꿀벅지거든” 이라고 받아쳤다. 때론 친구들끼리 싸우면 미지가 나서서 중재하고 화해를 유도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던 미지.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2014년 4월 16일 온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미지는 단원고 학생으로 이 배에 타고 있었다.

아버지 유해종 씨는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하는 탓에 유 씨는 자고 있는 미지의 모습만 보고 대문 밖을 나섰다. 현장에서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고가 났다고. “그렇게 큰 배가 무슨 사고냐”고 반문한 유 씨는 전화를 끊고 딸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신호음만 이어져갔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유 씨는 단원고로 향했다. 도중에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보도가 나왔다. 안심이 된 유 씨는 놀란 미지를 데리고 올 생각으로 진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군산휴게소 쯤 지나갔을까? 단원고 학생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유 씨는 ‘저 부모는 참 안 됐다’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도착한 진도 팽목항. 하지만 생존자 명단에 딸은 없었다. 유 씨는 그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루가 지났다. 시신이 하나둘 씩 떠올랐다. 미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점점 시간은 흐르고 체육관에 모여 있던 다른 가족들도 하나둘 씩 떠나갔다.

미지의 가족들은 현철이 부모님, 양승민 선생님의 가족과 함께 지냈다. 서로 똑같은 처지에 “사돈 맺자”, “미지가 반장이니깐 애들 다 데리고 올거다” 등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눴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유 씨와 몇몇 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에 찾아가 한바탕 싸움을 하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딱 한 달째인 5월 16일.
미지와 비슷한 아이가 올라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미지가 입고 나갔던 옷을 세세하게 물어보니 거의 맞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미지 오른쪽 무릎에 2㎝ 가량의 점에 대해서도 맞다고 했다.

유 씨는 미지를 보러 헬리콥터를 탔다. 그때 유 씨는 ‘우리 미지가 이다음에 커서 아버지 비행기 태워준다고 말했는데, 죽으면서까지 약속을 지켜주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유 씨는 미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남겼다.

“미지야,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나 같은 놈에 우리 미지가 태어났다는 건 큰 행운이었어. 생을 너무 짧게 살다가서 아빠는 우리 딸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 무능력에 가장 화가 났어. 이 다음에 아빠가 미지를 만날 때에는, 우리 딸이 왜 그렇게 세상을 가야했는지, 그 이유를 꼭 밝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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