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4월…"그래도 다시 꽃이 핍니다"
가장 슬픈 4월…"그래도 다시 꽃이 핍니다"
[굿모닝충청-충남도 '자! 살자! 캠페인'] 유가족 캠프에서 나온 희망의 이야기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03.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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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봄꽃을 시샘하듯 옅은 미세먼지가 깔린 30일 오후, 천안의 한 연수원에는 무거운 흐느낌이 들렸다. 충남 시·군 곳곳에서 온 자살유가족(유가족)들이 1박 2일 캠프(다시 꽃이 핍니다-하루)를 연 것.

[굿모닝충청 천안=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7살 손주가 너무 빨리 철이 들었어요. 어린 자식을 두고 먼저 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활짝 핀 봄꽃을 시샘하듯 옅은 미세먼지가 깔린 30일 오후, 천안의 한 연수원에는 무거운 흐느낌이 들렸다. 충남 시·군 곳곳에서 온 자살유가족(유가족)들이 1박 2일 캠프(다시 꽃이 핍니다-하루)를 연 것.

충남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센터)와 천안시자살예방센터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는 사랑하는 이들을 앞서 보낸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새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프닝 행사에 이어 소그룹 모임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먼저 말문을 열지 않으려 했지만, 차츰 마음을 열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산에서 온 유가족이 먼저 용기를 냈다. “(아빠를 잃은) 어린 손주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손주에게 장난감을 사 주고 용돈을 줬는데 ‘할아버지도 어려우실 텐데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듣고 먼저 간 아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빠 얘기는 꺼내지 않으면서도 그림에는 넣는 것을 보고 속이 미어졌다”고도 했다.

보령의 유가족도 공감을 표했다. 아들을 먼저 보냈는데 청소년기에 접어든 손주들이 일절 아버지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터놓고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라며 흐느꼈다.

충남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센터)와 천안시자살예방센터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는 사랑하는 이들을 앞서 보낸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새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자신도 자살 충동을 느꼈지만 센터 관계자와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바로잡게 됐다는 경험담도 소개됐다.

아들을 앞서 보낸 계룡의 유가족은 “부모로서 역할을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워했던 자식이 이제는 너무 보고 싶다. 세월이 더 흘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역사회에서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왜곡된 소문이 퍼져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자신도 자살 충동을 느꼈지만 센터 관계자와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바로잡게 됐다는 경험담도 소개됐다.

예산의 유가족은 “아들이 먼저 간 뒤로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다”며 “죄인처럼 살고 있는데, 흉보는 것 같아 어디를 갈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고 복지관 같은 곳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슬픔에 대응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손녀를 잃은 홍성의 유가족은 “처음부터 감추려 하지 않았다. 손녀의 사촌 동생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추모공원에 항상 데려가기도 했다”며 “센터 관계자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소개했다.

자리에 함께 한 백석대 최명민 교수는 “아이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는 어렵다. 어른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죽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아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말해줘야 한다”며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안타깝지만 그 분의 선택이었지 여러분이 죄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을 죄인의 자리에 두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려워도 힘을 내자”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모임을 통해 큰 힘을 얻고 있다는 유가족들도 많았다.

김도윤 부센터장은 오프닝에서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게 4월이기도 하다”며 “드러내지 못하고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산의 유가족은 “앞으로 캠프가 있을 때 마다 다들 꼭 참석하셨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도 우리의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자유롭게 말을 꺼낼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계룡의 유가족은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저 하나 뿐인 줄 알았다”며 “용기를 내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윤 부센터장은 오프닝에서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게 4월이기도 하다”며 “드러내지 못하고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국립공주병원 오중근 과장이 진행한 ‘호흡 이완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힐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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