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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호의 7번국도 라이딩] ②화진포에서 속초까지, 자유를 달린다
    •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7.07.15 09:00
    • 댓글 2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
    7번국도는 부산에서 출발해 경북 포항·영덕·울진과 강원도 삼척·동해·강릉·양양·고성까지 총 연장 513.4㎞,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국내 최고의 여행코스다. 넘실대는 동해바다를 끼고 곳곳에 펼쳐진 해변이 절경을 이루고, 항포구마다 뱃사람들의 진한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때론 자동차로, 때론 자전거로, 때론 걸어서 이 길을 꼭 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모두 이런 이유다. 거침없는 ‘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가 지난 6월 2일부터 4일까지 이 길을 달리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소회를 독자들에게 전해왔다. 1만 8000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글이 마치 우리를 7번국도 한복판에 데려다놓은 듯하다.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그의 글을 소개한다.

     

    화진포에서 20여 분 가니 거진항이다. 500여 전에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이곳을 들렸다. 산세를 보니 클 거(巨)자와 같이 생겼다 하여 거진항으로 불렸다.

    거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30분간 가면 반암 해수욕장이다. 긴 해변과 푸른 바다를 보면서 가다가 북천 철교 인증센터 바로 전 북천 변에 자리 잡고 서 있는 송강정철정(松江鄭澈亭)에서 잠시 쉬었다.

    요즘 만든 정자다. 왜 송강정철정이라고 했을까. 그가 머물다간 곳인가. 그의 눈은 그의 눈이다. 자기 시각으로 봐야한다.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다.

    바로 옆 북천철교는 동해북부선으로 6ᆞ25전쟁 시 북에서 이 철도를 이용하여 군수물자를 수송하였다. 국군의 함포사격으로 파괴되어 교각만 남았다가 이를 자전거길로 재활용한 것이다.

    해안도로에서 좀 떨어진 지방도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가진항이다. 가진항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경관 좋은 항구다. 점심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나 출출했다. 가진항은 고깃배가 드나들어 싱싱한 횟집이 많다. 

    여기는 물회가 유명하다. 시원한 얼음 물, 싱싱한 해삼과 물오징어, 시큼한 초고추장을 얼버무리고 그 속에 소면을 넣었다. 참으로 별미다. 

    바로 옆이 공현진 해변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너울성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고 흰 물보라를 만들었다. 언젠가 가족들하고 오고 싶은 곳이다.

    10여 분 가니 송지호가 보인다. 송림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고요한 호수, 저 멀리 설악산이 이 호수에 비친다. 이 호수는 석호(潟湖)라고 한다. 바다의 일부가 분리되어 생긴 호수다. 몇 달이 지나면 멀리 설악산은 흰 눈 모자를 쓰고, 송지호는 색동저고리 단풍으로 단장할 것이다.  

    이 호수 어느 곳에 자리 잡아 오두막집을 짓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처럼 한 동안 이 곳에 살고 싶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소로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 호숫가 숲 속으로 들어가 28달러 12센트로 통나무집을 짓는다. 거기서 직접 강낭콩과 감자 농사를 지었다. 일할 만큼 먹고 먹을 만큼 생산했다.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사색을 즐겼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하여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얽매임 없는 자유를 원했다. 호화주택이나 값비싼 음식, 사치스런 가구 살 돈을 마련하려고 돈을 버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소로는 세상 사람들이 개미처럼 비천하게 살고 있고, 우리의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다.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송지호는 둘레길이가 5.2㎞ 걸어서 2시간 정도 산책할 수 있다. 철새 도래지였던지 고니 모양의 조형물이 진짜처럼 보였다. 고니가 사라졌나. 과거의 인연을 버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호수 저쪽에 정자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지은 송호정(松湖亭)이다.

    이제 천학정(天鶴亭)으로 가는 길이다. 길목에 아야진해수욕장이 있다. 이름답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왜 아야진으로 이름 지었을까. 여기저기 찾아봐도 알 수 없었다.

    멀리서 보이는 해변 끝 흰 펜션 건물은 동화 속 공주님이 사는 집 같다. 동해안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도 아주 낭만적이다. 아이와 같은 마음이다.

    천학정은 20여 분 거리에 있다. 1930년대 지방 유지들이 기암절벽 위에 지은 곳으로 일출 명소이다. 당시 그들이 이 풍경이 얼마나 좋으면 일제강점기 살벌할 때 이런 낭만적인 생각을 했을까.

    아! 아니다. 노자가 도덕경을 지은 것이 인간의 죽음을 가볍게 여긴 살벌했던 춘추전국시대이듯이, 숨 막이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도망쳐와 고향과 같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싶어 풍광 좋은 자연을 찾았을 것이다 .

    “인생을 취해서 살아라. 공부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고…, 그럴 기분이 아닐 때에는 술이라도 취해라.”  

    천학정에서 내려다보니 여러 가지 모습의 바위가 있다. 아무나 모양마다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 자연의 정인(情人)만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10분을 달리면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淸澗亭)이 나온다. 송강 정철은 신선들이 놀고 간 곳으로 표현했다. 옆에는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하천이 있다. 청간천이다. 이 하천의 끝 기암절벽과 바다가 닿는 곳에 정자가 있다.  

    선비들은 겸손과 절제미가 숨어있는 소박한 풍경을 다소곳한 순백의 아낙네로 표현했다. 바로 한국적 아름다움이다. 수다스럽지 않고 덤덤한 모습. 보물 1060호 ‘백자 끈 무늬 병’을 봐라. 바로 우리 민족의 모습이다. 과연 눈앞의 푸른 바다와 멀리 어깨동무한 설악의 울산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구나. 

    청간정의 현판은 조선 현종 때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 들렀다 썼으나 유실되었고, 1953년 우남 이승만 대통령이 쓴 것이 걸려 있다. 강릉 출신인 최규하 대통령의 글도 있다. 그도 나와 똑같이 느꼈나.  

    악해상조고루상(嶽海相調古樓上)
    과시관동수일경(果是關東秀逸景)  

    설악과 동해가 조화로운 오래된 누각에 오르니 
    과연 관동에서 으뜸가는 풍경이구나.

    이제 속초항이다. 9㎞의 거리다. 긴 봉포해변에 들어서기 전에 해당화 공원이 보인다. 해당화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이리저리 파도에 시달리면서도 진한 분홍꽃을 피우는 꽃이다. 인동초(忍冬草)다. 

    인동초 해당화는 닮고 싶은 꽃이다. 누가 말했다. 달콤한 항기로 유혹하고, 가시로 적당한 거리를 두는 해당화는 자신의 삶을 바르게 사는 존재이다. 해변 옆에는 콘도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어항인 장사항을 지나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를 거쳐 대포항으로 들어섰다. 다리는 바다와 접한 호수 위를 연결한 것이다. 빨간 해가 노을 속으로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영랑호 둘레 8㎞. 한 바퀴 돌고 싶었다. 화랑 영랑이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이 호수를 발견했다. 영랑호는 봄에 다시 오련다. 서운하게 생각마라. 화사하게 벚꽃 핀 네 모습을 구경하러 오리다. 

    다시 호수를 건너야 한다. 청초호이다. 어디선가 청초호 위 설악대교에서 찍은 일출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참 이쁘다. 부끄럼 탄 빨간 색시처럼….

    잠시 멈추고 설악대교에서 풍경을 찍었다. 아바이마을 전경이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그린 유화 같다.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마을은 1ᆞ4후퇴 당시 함경도 일대 피난민들이 모여 산 곳이다. 

    이제 오후 7시가 넘어간다. 오늘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대포항에서 저녁을 먹는다. 대포항은 속초항 바로 밑에 붙어있다. 이미 항구의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켜져 있다. 온통 횟집이다. 그 속에서 딱 한군데 돼지고기집이 있었다.  

    숙소인 코레일 낙산수련원은 해변에 있다. 밤새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간은 늘 생각하는 존재는 아니다. 익숙지 않은 것들과 우연히 만날 때만 생각이 움직인다. 파도가 자장가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파도를 더 사랑해야 한다.

    임영호 전 코레일 상임감사  0533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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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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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곱배기 2017-07-16 07:10:35

      행복은조건이아닌선택이라는글이여운을줍니다!현장감이살아있어가보고싶어지네요!고맙습니다!~^^   삭제

      • 이주형 2017-07-16 01:09:36

        7번 국도변의 절경들. 거진항.화진포.청간정 등등 자전거로 함께 여행하는 듯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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