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백제병원? 거기 갔다가 재수 없으면 죽어.” 논산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건넨 말이다. ‘그럼 왜 그 병원으로 가시냐’라는 질문은 우문(愚問)임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수긍했다. 논산의 최대, 유일의 종합병원인 백제병원. 그곳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어났다고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보자들은 “논산에 가서 아무나 잡고 백제병원 어떠냐고 물어보면 다 같은 얘기를 할 거다. ‘살아서 들어가 죽어서 나오는 곳’이라고. 재수 없으면 죽는 병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멀쩡한 60대 노인이 남은 여생을 걷지 못하게 된 사연, 간병인에게 학대당해도 자식이 걱정할까 속앓이 한 사연, 내부고발자의 고백. 논산백제병원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논산백제병원에 대한 각종 의혹으로 시끄러운 지역사회와는 달리, 정작 유관기관들은 ‘나몰라라’식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난의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산보건소와 논산경찰서, 논산노인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들을 취재한 결과, 논산백제병원의 실태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인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김인규 씨의 어머니의 의료과실 문제에 대해 논산보건소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김 씨가 직접 방문해 면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논산보건소는 “김 씨가 논산노인병원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단순한 주장만 가지고 병원을 제재하기는 어려웠다”며 “김 씨가 증거와 제보들을 수집해서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 연락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제보들은 아는 바 없다”며 “특히 의료법 위반과 관련한 민원의 경우는 의료법이 매우 포괄적이고, 제재 권한 또한 미비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다. 기껏해야 경찰에 고발하는 것 뿐”이라고 호소했다.
논산노인병원의 노인 학대에 대해 조사에 나섰던 논산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노인보호센터)은 “학대 사실이 있었는지 병원을 방문해 CCTV를 확인했지만 학대로 보이는 장면은 없었다”며 “이후로 추가적으로 조사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논산경찰서 또한 “노인 학대와 관련해 노인보호센터로부터 협조 요청이 들어와 병원 CCTV를 돌려봤지만 제보자가 주장하는 학대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 추후 고소·고발이 가능하도록 사건을 지능팀으로 사건을 넘겼지만 아직까지는 고소·고발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산보건소와 노인보호센터, 논산경찰서 등의 이러한 해명은 ‘책임 있는 기관의 미온적 대처’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논산보건소의 경우 논산노인병원을 설립하고 운영을 백제병원에 위탁한 기관으로, 엄연히 관리·감독하는 주체의 업무가 있는 기관이다.
마땅히 관리해야 할 기관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 대부분을 ‘몰랐다’는 것은 책임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원사항을 병원 측에 단순히 통보한 것 외에 추가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나몰라’식 위탁 운영으로 판단된다.
논산경찰서 또한 수사기관으로서 뭇매를 피해가긴 어렵다. 노인 학대에 대한 직접적인 신고가 없었다면 인지수사의 형태로 조사가 진행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학대 제보자 O씨는 “경찰도, 노인보호센터도 CCTV를 확인한 것 외에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끝난 것으로 안다. 두 기관이 증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건을 종결시켜 버린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찰, 노인보호기관 등 ‘증거 없음’, 논산보건소 “제재 권한 없다”
일부 의혹 등에서 해명 엇갈려… “지역 유착의 폐해” 주장 제기돼
한편 앞서 제기된 의혹들 대부분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사실이 전혀 아닌 소설”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병원 측은 “병원과의 관계가 악화된 일부 환자 및 보호자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말을 만들어 냈다. 이것 때문에 병원은 물론 의료법인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의료시설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가만히 있는 것이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일면식도 없는 기자들에게 있지도 않은 일들을 해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을 잘랐다.
단 김인규 씨 어머니에 대한 의료과실, 노인 학대, 온수 등 시설 노후 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병원은 “김 씨 어머니의 경우 그동안 병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진료비 면에서도 도움을 주려고도 했다”면서도 “SNS를 통해 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내고 다니는 것이 괘씸해서 진료비를 전액 청구했다”고 밝혔다.
노인 학대와 시설 문제에 대해서는 “노인 학대 논란이 있었던 간병인은 해고한 것으로 안다. 현재 내국인으로만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고, 온수 또한 시설을 개선해서 현재는 차질없이 공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산노인병원을 비롯한 백제병원의 이번 사태는 쉽사리 풀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역의 오랜 유착’ 관계가 그 이유다.
제보자들은 면담에서 “시청에도 민원을 넣어보고 보호기관에도 민원을 넣어보고 보건소에도 찾아가봤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백제병원이 논산에서 오래전부터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관과 유착이 됐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제보가 사전에 증거를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아 한스럽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백제병원이 싫으면 안가면되지. 먼 말이많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