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다시 대한민국의 정의를 생각한다
[시사프리즘] 다시 대한민국의 정의를 생각한다
  • 강영환 정치평론가
  • 승인 2018.10.29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환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강영환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굿모닝충청 강영환 정치평론가] 그리스 신화속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한 손엔 칼을, 한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저울은 권리관계의 다툼을 해결하겠다는 의미이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의 여신은 두 눈을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실현을 위해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무사를 취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조국과 민족’이 아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읊조리며 ‘07년부턴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정의‘를 다져왔다. 문재인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정의, 그 정의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선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11년 마이클 샌덜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각광받던 때, 나는 PD의 요청으로 SBS스페셜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의 기획을 도왔다. 필요한 조사를 했는데 3가지 질문에 대한 결과를 인용해본다.

Q1. ‘회사가 어려워지자 고객을 속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매출을 늘려 위기를 타개하자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런 지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3%가 사장 지시를 따르고 57%가 거부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경영진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조직의 방침보다 개인의 양심을 앞세워서 해고된 직원을 채용하시겠습니까?’ 물음엔 82%가 양심적인 사람이라 채용한다고 했다.

Q2. ‘가족이 아파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치료 후 입원해야 하는데 병실이 없답니다. 그런데 분명 늦게 도착한 다른 환자가 입원실로 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94.6%가 병원에 항의한다고  응답한다. 그렇다면 ‘만약 여러분이 병원관계자인데 친구가 응급실서 병실이 없다고 하소연한다면 그래도 순서를 지키라고 하시겠습니까?’ 물었더니 88.4%가 병실을 마련해주겠다고 응답했다.

Q3. ‘아이가 해외연수가 걸린 경시대회에 아깝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대 시험지를 보니 정답인 한 문제가 오답으로 잘못 채점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95.2%가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만약 같은 대회에서 오답인 한 문제가 정답으로 처리되어 아이가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다고 기뻐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엔 55%가 그냥 넘어가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도 눈을 감고 있다. 그런데 그 눈은 공평무사가 아닌 내 스스로에 대한 눈감음이다. 조직에의 충성심에 정의는 흔들리고, 혈연 등 연줄에 정의는 가라앉고, 나와 내가족의 이기심에 정의는 추락하곤 한다. 우리는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풀고 있다.

우리에겐 늑대와 양이 공존한다. 그래서 더욱 ‘내로남불’이 사회전체에 넘쳐나는지 모르겠다. 늑대본성이, 연줄과 자기이익 본성이 공공 영역에 범람하고 있다. 이 본성이 범람할 때 공공 조직은 엉망이 되고 사회 질서는 무너진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공사는 지난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 전환했는데 이중 108명이 직원의 자녀,형제,배우자라 한다. 전 직원 1만7천명 중 사내에 친·인척이 있는 직원이 1912명(11.2%)에 달한다고 한다. 공채경쟁율은 54:1이고, 평균연봉은 6791만원에 정규직이 되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신의 직장'이다.

공사의 인사비리 뒤엔 권력의 힘이 버티기에 더 심각하다. 노조가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오면 곧 정규직이 된다'며 직원 가족들의 입사를 독려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단다. 정규직 전환 직원 중 일부는 민노총이 노조를 강화하려고 기획 입사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자격 없는 사람이 농성을 주도하고, 협상장 폭행에 공사는 민노총 위세에 눌렸는지 문제 삼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연줄본성이 노동권력의 보호 하에 반봉건적 음서제도를 부활시켰다.

다시 정유라가 생각난다. 왜 국민은 촛불을 들었는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불을 지른 것은 그녀의 명문대 부정입학이 컸다. 그녀가 말타고 대학가는 바람에 그 대학 총장,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녀의 “돈도 실력이다. 부모를 원망해라”라는 말은 마치 프랑스 혁명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라는 마리 앙뜨와네뜨의 말처럼 국민의 분노를 샀고, 광화문의 촛불을 확산시켰다.

물론 지방정부 산하 기관의 일이니까 대통령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의 음서제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적폐다. 그렇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적폐란 한두번의 비리나 부패를 제거하지 않고 묵인 혹은 방관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로남불, ‘우리끼리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라’ 배짱 피는 것이다. 세상과 문 닫아버리는 행태다. 즉 부패가 버젓이 자리잡아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문화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번 일이 공사에 국한된 일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차에 노조를 중심으로 일자리세습을 반복해온 모든 공공기업을 전수조사 해야 한다. 노사간 편법 혹은 불법 합의를 이차에 짚어봐야 한다. 이번 일이 어쩌면 일자리 창출 성과를 보이기 위해 일부 직원들의 성과주의적 경쟁심리와 이런 성과주의에 끼어들려는 일부의 이기주의로 축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회와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엄정 조치해야한다. 강원랜드에 불법취업했다고 의심되는 전원을 해고하고 억울하게 낙방한 지원자들에게 취업기회를 다시 준 것처럼 조치해야한다.

나는 과거 청와대 생활에서 거칠 것 없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도 봤고, 세월호 침몰로 우왕좌왕하는 엘리트들도 봤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물줄기를 바꾸는 것도 봤다. 그때와 지금이나 청와대의 모습은 너무 비슷하다. 권력의 독배에 취해 있다. 노동권력은 정권을 창출한 파트너이기에 권력의 힘으로 감싸 안으려 할 수도 있다.

국민들, 특히 취업을 못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가족들에의 특혜로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폭력 등으로 공평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는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정의롭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생각할 때다. 그런데 그 눈은 정의의 여신처럼 이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창식 2018-11-01 12:51:13
무슨 근거로 정부가 정의롭지 않은 전 정권과 같다는 겁니까? 서론 조금 쓰다가 결론 (정의롭지 않다) 내리고 왜 취업 문제를 걸고 넘어지냑 요. 정부 문제가 아니고 서울시 산하 및 기타에서 발생한 일을 가지고.... 근거도 없고 일단 비판만? 평론가 이름 우습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