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통 내세워 학생 ‘삥’ 뜯는 상아탑
[기자수첩] 전통 내세워 학생 ‘삥’ 뜯는 상아탑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4.11.30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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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우리 학과 학생회비는 30만원입니다. 다른 곳보다 비싸도 내세요. 여학생은 여학우 회비도 내세요. 졸업 전 교수님께 감사를 표하는 사은회를 열려고 하니, 선물구입비와 식사비를 내세요. 싫다고요? 싫어도 내세요. 왜냐고요? 전통이니까요.”

최근 대전지역 한 국립대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사은회 개최비 명목으로 6만원이 넘는 비용을 각출했다고 한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교수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준다’는 명목으로 모두 110여만 원을 걷었다. 문제는 사은회비를 내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을 준다고 강제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해당 학과는 졸업생들이 적을 때는 사은회비로 1인당 13만원을 걷기도 했다.

사건을 제보한 학생은 사은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가 후배들이 졸업생에게 선물하는 금팔찌도 못 받을 뻔했다고 한다. 금팔찌는 여학생들끼리 돈을 걷어 여자 졸업생에게만 주는 졸업 기념품이다. 물론, 제보자는 학교에 다니는 지난 3년간 졸업생들을 위한 금팔찌 값으로 매년 5만원이 넘는 돈을 냈다. 선물을 못 받을 뻔 한 게 아니라 내 돈 다 내고 마땅히 받아야 할 금팔찌를 도둑맞을 뻔 한 것이다.

학생회는 갖은 명목으로 회비를 걷는다. 입학하자마자 4년간 학생회비라며 수 십 만원을 요구한다. 적게는 20만원부터 매년 걷는 일부 학과는 9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학우회비, 개강총회와 종강총회비, 엠티비, 동아리회비, 사은회비까지 줄줄이 사탕이다. 등록금 비싸서 학교 못 다니고 휴학하는 마당에 무슨 ‘회비’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

내가 먹고, 쓰고, 즐기는데 쓰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강제성’에 있다. 엠티안가고 싶고, 개강총회 가서 삼겹살 안 먹고 싶고, 여학생회 졸업반지 필요 없어도, 딱히 감사 전하고 싶은 교수님이 없어도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 ‘전통’을 따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뤄져 계통을 이루며 전해 내려오는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이다. ‘전통적인 것’은 통상 선조들이 옳다고 판단해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풍습 등의 의미로 쓰인다. 헌데 대학가에서 전통은 불합리하고 옳지 않아도 ‘다들 그렇게 했으니까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의 의미로 굳어진 듯하다.

대학가의 전통에는 회비 ‘삥 뜯기’ 말고도 각종 폭력과 강제노역도 난무하고 있다. 진정 대학가에서 필요한 전통은 선배가 후배에게 책을 물려주는 것이라든지, 스펙에 필요한 대회에 출전하게 하는 것이라든지, 조별과제 분담제 만들기 등이 아닐까. 왜 이런 것들은 강제되지 못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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