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지역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염우의 환경이야기] 지역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5.0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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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별장 청남대 본관 전경.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대통령 별장 청남대 본관 전경.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지역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떠들썩했다. 그중 하나는 전직 대통령 동상 때문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 충북지역 시민단체들은 청남대에 설치되어 있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의 철거를 촉구했다. 총칼로 짓밟고 정권을 탈취한 군사반란자들의 동상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충청북도 역시 철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펼치고 나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논란은 1년가량 지속되었다. ‘5·18 학살주범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역사 바로 잡기 차원에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제작된 것이니 철거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 11월, 참다못한 시민 한 사람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전두환 동상의 목을 쇠톱으로 직접 자르다 검거되었다. 5.18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그 50대 남성은 이 사건으로 구속되었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동상 철거 문제는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많은 논란과 갈등을 거친 끝에 충청북도는 철거 대신 역사적·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안내판에 ‘신군부의 수괴로 군사반란을 일으킴’, ‘계엄군을 동원하여 5·18민주화운동 무력 탄압’ 등 역사적 평가를 담은 내용을 담기로 한 것이다. 함께 논란이 되어 오던 ‘대통령 길’들의 명칭은 모두 변경하였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 주변에 위치한 청남대는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애환이 가득한 곳이다. 1980년 대청댐 준공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1983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청남대가 조성되었다. 1,825,647㎡의 면적에 건물과 골프장·수영장·산책로를 갖춘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4중의 철책으로 둘러싸인 1급 경호시설로 일반인은 물론 주민들의 출입도 불가능해졌다. 이후 20년 동안 4명의 대통령들이 찾았고 88회 471일을 머물렀다. 대청댐 건설과 함께 추진되던 국민관광휴양지 조성사업은 청남대가 입주하면서 백지화 되었다. 1990년 대청호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2001년 금강특별법 시행에 따른 수변구역으로 지정되며 규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행위제안, 지역개발의 중단, 생활 불편과 경제적 손실 등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주민들의 피해의식은 팽배해졌다. 2002년 말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을 대상으로 청남대 문제 해결에 관한 공약 질의를 하였고 청남대 개방 약속을 받아냈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 소유․관리권 이양 검토’를 지시했다. 2003년 4월 18일 청남대의 관리권은 충청북도로 이전되었고 국민들에게 개방되었다. 하지만 법제도적으로 행위 제안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관리와 운영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충청북도는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역대 대통령(이승만~이명박) 10명의 동상과 대통령기념관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매년 10억원 가량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청남대는 처음부터 시끄러웠고, 관리권을 이전 받은 순간부터 실험대에 놓여졌다. 청남대 활용방안은 지역발전의 주요현안이자 논란거리로 부각되었다.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활용방안을 도출하는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역사적 상징이자 자연환경 명소, 혁신행정의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지역사회 갈등과 환경파괴, 오히려 혈세낭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관광개발과 환경보전을 둘러싼 찬반주장이 팽팽하게 부딪혔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당시에 충북환경연합, 청주결실련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방법’와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민주적 계획수립의 전형, 친환경적 활용방안의 전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청남대의 이전과 개방이 권위주의 타파와 혁신의 상징인 것처럼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과정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과정을 거쳐 민주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청남대는 450만 충청권의 젖줄 대청호 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환경과 수질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 방안을 찾아내자는 것이었다. 지역발전과 지역결속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민·관 합동의 수임기구(기획단)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수임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 조정하며 활용방안에 대란 합의점을 도출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부각되었던 청남대 활용방안에 관한 의견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대통령기념공원(관) 조성방안이다. 충청북도와 관광분야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제시한 의견이다. 청남대의 특성과 차별적 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동상 건립과 기념물 전시가 핵심이었기에 대통령의 업적을 무분별하게 우상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둘째는 자연환경생태공원(학습장) 조성방안이다. 도민들의 가능 큰 호응을 받았고 환경단체들도 최우선으로 공감하였다. 청남대의 자연적 특성과 제도적 여건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문제는 경제적 수익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충청북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연환경생태공원 46.6%, 대통령 역사기념관 27.0% 순으로 나타났다.

셋째는 민주화의 상징적 장소로 조성하는 방안이다. 권위를 타파하고 민권을 회복하였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강조하여 민권연수원이나 민주화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였다. 넷째는 관광위락시설 조성방안이다. 적극 개발하며 지역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경영수익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주민들은 ‘문의’라는 법인을 설립하여 청남대 운영권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어학연수원 설치, 유람선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어 현행 법제도의 규제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청남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전경.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남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전경.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003년 초기에 충청북도는 의견 수렴에 적극적인 모양새를 보였다. 청남대활용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논의를 본격화하였다. 하지만 논의에 불이 붙기 시작할 무렵 발을 빼기 시작했다. 충청북도의 복안이었던 대통령기념공원 조성방안이 가시화 되자 많은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청남대관리사무소 개소식에 맞추어 개장한 대통령 식기전시관은 성직자들의 현장농성을 촉발했고 결국은 철거하게 되었다. 7월 초 주민대표,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제안한 민·관 합동 수임기구 구성 제안도 수용하지 않았다. 2003년 말 충청북도는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 에버랜드에 '청남대 중장기발전방안 연구용역' 의뢰하였다. 안타깝게도 청남대 활용방안 도출을 위한 초기의 논의는 이렇게 종결되었고, 도민들의 참여와 협력의 기회는 축소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남대는 대통령기념공원과 자연환경생태공원을 합쳐놓은 모습으로 가꾸어졌다. 2007년 대통령 역사문화관 개관을 시작으로, 2010년 전직 대통령들의 첫 번째 동상을 건립하였고 2011년 산책로를 따라 '대통령 길'을 개장하였다. 2015년 대통령기념관을 개관과 함께 전직 대통령들의 새로운 동상을 건립하였다. 대통령 테마파크로서 위용을 갖추었다. 청남대는 잔디광장, 양어장, 하늘정원, 산책로, 양묘장 등의 생태 공간과 친환경 시설도 갖추었다. 반송, 낙우송 등 124종 116,000본의 조경수목과 사랑초, 벌개미취 등 143종 350,000본의 야생화가 식재되었다. 고라니, 토끼, 날다람쥐, 수달, 오색딱다구리, 두루미 등의 야생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대청호 수변생태계와 어우러져 자연환경생태공원의 구색도 갖추었다. 지금은 매년 1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 ‘한국관광 100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2021년 현재, 충청북도는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남대를 국가지도자 리더십 체험의 장이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교육의 장으로 승화시켜 가겠다는 취지이다. 총사업비 180억원, 연면적 5,500㎡(4층)의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겠다는 것이다. 주요시설은 교육·학습시설, 생활관, 후생시설, 사무공간이다. 숙박과 식사를 위한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18년 동안 청남대를 운영해 본 결과 이 문제를 해결되지 않고는 공익적 목적의 사업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활오수 전량을 배수관로에 연결하여 처리한 뒤 무심천 수계로 방류할 것이라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관건은 상수원관리규칙이 허용하고 있는 ‘공공목적에 필요한 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18년 전 청남대활용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나는 청남대 활용방안으로 ‘생태환경공원 기반의 리더십 교육연수원’ 조성을 제안했었다. 공교롭게도 18년이 지난 현재 충청북도가 추진하고자 하는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과 흡사하다. 그 당시 내가 좀 더 인내를 가지고 설득했거나 충청북도가 좀 더 합리적으로 수렴했더라면 18년의 기간을 절약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인내를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 것은 충북도의 몫이다. 지역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앞으로도 떠들썩 할 것이다. 이젠 좀 덜 떠들썩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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