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좋은 사회를 향한 첫걸음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좋은 사회를 향한 첫걸음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1.05.11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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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들이 뒷마당에서 차리리 깡통을 쐈으면 좋겠어. 너희들이 새들을 쫓아다닐 것을 알고 있지만 너희가 명중시킬 수 있다면 원하는 모든 파랑새들에게 총을 쏴봐. 그러나 명심할 것은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란 사실이야.” 

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 bird》란 책 제목은 아무래도 너무 선정적입니다. 무엇인가를 비유하거나 은유적인 냄새가 납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종 문제입니다. 아직도 흑인이나 아시아계 같은 사회적 소수인 약자에 대한 불의적 행동이 사회적 재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퍼 리
하퍼 리

하퍼 리(1926~2016)의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1929년 경제 대공황 직후 1930년대 남부 지방 앨라배마주 메이콤이라는 오래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프랭클링 루스벨트
프랭클링 루스벨트

당시 경제 대공황은 미국 국민들에게 커다란 재앙이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사에서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라는 말로 미국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정말 두려웠습니다. 같은 일자리를 두고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서로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가장 비난하는 범죄는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살인, 강도, 강간, 폭력 등이 아닙니다. 모든 시대와 장소에 만연되어 있지만 눈에 띄지 않은 죄입니다. 이는 권력이나 부를 가진 강자들이 자발적인 노력과 행위만으로 사라질 수 있는 죄들입니다. 바로 도덕성이 결여된 위선적인 행동입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다룹니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소녀인 주인공의 눈으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선한지를 한 사건을 통하여 값진 교훈을 배우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화자(話者)이자 주인공은 스카웃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자아이 진 루이지 핀치입니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작가 자신입니다. 그녀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대충 3년 동안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진 루이지 핀치
진 루이지 핀치

여기서 앵무새같이 약하고 힘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스카웃의 이웃집에 사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 부 래들리입니다. 그는 사춘기 때 친구를 잘못 사귄 덕에, 한때 읍내에서 저지른 사건 으로 지난 15년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고 지냅니다. 그의 집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음산하고 신비스러운 존재로 호기심을 자극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범죄는 그가 저지른 것으로 여겨지기 일쑤였습니다. 

부 래들리
부 래들리

스카웃과 오빠 젬, 그리고 매년 여름 메이콤에 사는 이모집을 방문하는 미시시피주에 사는 딜 같은 아이들로부터 부 래들리집은 공포와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그는 은둔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를 본 사람은 거의 없고, 그를 두려워하면서 그가 누구인지 진짜 살아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아이들은 부 래들리에 대하여 무서운 상상을 합니다. 너무나 추하게 생겼고, 쥐나 고양이를 잡아먹고, 아이들을 잡으면 죽인다고 생각합니다. 

젬과 딜
젬과 딜

호기심이 발동하여 어느날 젬 오빠가 밤에 부 래들리의 담 넘어 들어가다 엽총 소리에 놀라 도망갈 때 울타리에 바지가 걸려 그냥 두고 왔습니다. 다음날 찾으러 갔을 때 이상하게도 바지가 울타리에 가지런하게 걸쳐 있었고 찢긴 바지는 비뚤비뚤하게  꿰매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한 것같습니다. 부 래들리가 앙갚음을 할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알고 보면 부 래들리는 친절한 이웃이었습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부 래들리 집에 서 있는 떡깔나무 옹이 구멍에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작은 선물를 갖다 놓았습니다. 회색 털실 공, 우리 닮은 비누로 깎은 인형, 껌 한 통, 고장 난 회중시계와 시곗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동전 두 닢 등입니다. 어느 추운 날 옆집에서 불이 나서 밖에서 덜덜 떨고 있을 때 몰래 다가와 아이들에게 담요를 덮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하나 약하고 힘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흑인 톰 로빈스입니다. 아버지 애티커스는 담당 판사의 요청에 따라 로빈스의 국선 변호인이 됩니다. 로빈스는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갤퍼니아 아주머니네 교회를 다니는데 아줌마 말로는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메이콤 주민들은 흑인과 관련된 문제만 생기면 이성을 잃고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날뜁니다. 그들은 흑인을 쓰레기로 여기고, 이들을 옹호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반 미친 짓으로 여기며 변호사 애티커스를 마구잡이로 모욕하고 혐오합니다. 아이들조차 스카웃과 젬을 ‘깜둥이 애인’의 자식이라고 놀립니다. 스카웃과 젬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화가 났지만, 죄 없는 흑인을 변호하는 아버지의 용기를 존경합니다.

톰 로빈스
톰 로빈스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애티커스는 아이들이 톰 로빈슨의 재판을 방청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칫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 재판의 고소인은 메이엘라와 그의 아버지 술주정뱅이 밥 유얼입니다. 사실은 그들은 생활 보호수당으로 연명하는 짐승처럼 살아가는 존재로 그의 아버지가 오히려 딸을 성적으로 학대하였습니다. 톰 로빈슨는 유얼씨 집 앞을 지날 때 그녀의 부탁을 받고 들어가서 그녀가 불쌍하기 때문에 호의로 허드렛일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하여 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키스하고 안으면서 톰을 유혹하는 장면을 아버지에게 들키면서 죽도록 두들겨 맞습니다. 메이엘라가 입은 타박상이 얼굴 오른쪽에 있고, 밥 유얼이 왼손잡이인 것이 그 증거입니다. 술주정뱅이 백인 아버지는 흑인이 백인 여자를 강간하려 했다고 오히려 속여 고소합니다.

애티커스 변호사는 톰 로빈슨이 흑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고소했다는 것을 배심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성명합니다. 그러나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말을 이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인식은 용서나 자비, 연민은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그 누구도 법정에서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한 에티커스의 마지막 변론은 편견과 거짓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스카웃와 젬은 아버지가 변호를 잘하고 있어 아버지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배심원들은 유죄판결을 내립니다. 아무리 죄가 없고 정직해도 흑인은 흑인이며 그래서 유죄이고, 비겁하고 정직하지 못해도 백인은 백인이고 그래서 무죄입니다.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양심이다.”라고 애티커스는 스카웃에게 말합니다.

감옥으로 이송되기 전, 톰 로빈슨은 애티커스에게 말합니다. “ 핀치 변호사님, 안녕히 계세요. 이제 변호사님께서 제게 해주실 것이 없어요. 그러니 더 이상 애쓰실 필요 없어요.“ 억울한 죄인 톰 로빈슨은 희망을 포기한 나머지 담을 넘어 탈옥하다가 총알을 그렇게까지 쏠 필요가 없는데도 열일곱 발이나 맞고 살해됩니다. 메이콤 사람들은 톰의 죽음은 흑인의 전형적인 죽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급히 도주하는 것도, 아무런 계획 없이 기회를 보자마자 행동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흑인들이 하는 짓이고 정신 상태라고 치부합니다. 

밥 유얼은 톰 로빈슨이 죽자, 통쾌해 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챙피를 준 애티커스에게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와 그의 자식인 스카웃와 젬을 살해하려합니다. 할로윈 축제를 끝내고 컴컴한 밤에 집으로 가는 그들에게 칼을 휘두릅니다. 그런데 대행히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구해줍니다. 그는 은둔자이며 기피대상인 부 래들리이었습니다. 

마을 보안관 테이트 아저씨가 현장에 도착하고, 테이트는 젬이 결코 밥 유얼을 찌른 것이 아니고 밥 유얼이 자신의 칼에 넘어져 갈비뼈 아랫부분을 찔려 피를 흘리다 죽었다고 보고합니다. 테이트는 부 래들리의 행동은 범죄가 자행되는 것을 막은 정당방위로 밥 유얼을 죽인 게 틀림없지만, 이 훌륭한 일을 부끄럼 많아 은둔하여 살아온 그를 백일하에 끌어내서 영웅을 만드는 것은 그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판단합니다.

이제 부 래들리는 우리에게 아서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위태로워 보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그는 무섭다고 스카웃에게 길 건너 자기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스카웃은 그토록 무서워하던 아서 아저씨의 팔짱을 끼고 그의 집까지 바라다 주면서 처음으로 그의 현관 앞에서 자신의 집과 이웃을 바라보며 전과 다르게 느낍니다. 자신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을 정말 ᆢ이해 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부 래들리 아저씨의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소설에서 ‘앵무새’는 매우 중요한 상징입니다. 여기서 앵무새로 번역한 mocking bird를 원문 그대로 해석하면 미국 남부 지방에 사는 ‘흉내쟁이 지빠뀌’라는 새입니다. 아버지 애티커스가 자식인 젬과 스카웃에게 공기총 사용법을 가르칠 때 한가지 지켜야 할 사항을 강하게 말합니다.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라는 사실입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는 게 없기 때문에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앵무새’는 톰 로빈슨을 의미하기도 하고, 부 래들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성적으로 주류에서 밀려난 약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사회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노동력과 헌신을 제공함에도 쉽게 폭력과 약탈의 대상이 됩니다. 이들은 자신을 방어할 만한 방어수단이 없기에 항상 착취의 대상이 됩니다.

스카웃은 나이는 세 살 밖에 더 먹지 않았지만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가랑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이가 부쩍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정신적 성장이나 영혼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오빠 젬, 친구 딜,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등이 스카웃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끝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착한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고 밥 유얼처럼 비열한 전략을 사용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삽니다. 이때 착한 사람이 계속 손해를 보면 이기적인 사람들이 성공을 하는 나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죄를 저질렀을 때 그 죄에 해당하는 죗값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치르게 함으로써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50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시간을 투자할 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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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21-05-19 10:34:18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