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딴따라 범수의 CO2 없는 한 달
[염우의 환경이야기] 딴따라 범수의 CO2 없는 한 달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5.2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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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딴따라 범수의 CO2 없는 한 달 선언식'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 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6월 5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 날을 환경단체나 활동가들은 생일 못지않게 중요한 날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게 온갖 이벤트를 펼친다.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천’을 펼치고 있는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6월 5일부터 ‘플라스틱 없는 한 달’ 캠페인’을 시작한다. 풀꿈환경재단은 충청북도교육청과 함께 6월 1일 ‘2021 전국환경교육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이날 기념식에서 ‘초록학교 3.0 비전 선언’을 할 예정이다.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6월 3일 ‘지속가능발전 충북포럼, 탄소중립 충북’을 개최하고 진지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와중에 제천 간디학교 학생들이 업사이클 체험과 진로탐방을 위해 우리 센터를 찾아왔다. 바쁘지만 반가운 손님들이다.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을 주제로 환경이야기를 나누었다. 종종 그렇듯이 나는 샤르트르의 어록을 인용하여 질문을 던졌다. 인생(Life)은 B와 D사이의 C다. B가 탄생(Birth), D가 죽음(Death)라고 한다면 C가 의미하는 것은? 답은 선택(Choice)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류 전체가 무언가를 동시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선택을 하지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IPCC(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가 제시한 바와 같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 우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C에 대한 질문을 하면 꽤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삶은 기회(Chance)이기도 하고, 전(Challenge)의 연속이기도 하며, 끊임없는 변화(Change)의 과정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Coffee, 아이들은 Chicken이라 답하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간디학교의 한 친구는 CO2라 대답했다. 이것도 맞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을까? 절묘한 대답을 듣고 보니 추억 속의 또 다른 인물이 떠올랐다. 9년 전에 만났던 딴따라 범수, 친근한 미소와 약간 느린 말투가 인상적이었던 간디학교 6학년(고3) 김범수다. 졸업반이었던 그는 2012년 상반기에 인턴십 과정으로 3개월 동안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일을 도왔다. 맑은 영혼을 지녔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며 가수가 되길 꿈꾸는 순수하고 착실한 친구였다. 

우리는 맑은 영혼의 인턴활동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먹기 위해 영악한 구상을 하였다. ‘딴따라 범수의 CO2 없는 한 달’이라는 실험적 프로젝트였다. 3월을 ‘CO2 줄이는 한 달’로 정하고 일생생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록하는 일이다. 실천요령은 탄소발자국에 관한 책을 참고로 하였다. 일반인 한사람이 하루 동안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12.6㎏, 범수는 배출량을 그 절반인 6㎏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샤워시간을 줄이고 가전제품의 사용도 최소화 하였다. 버스나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걸어서 이동하였다. 쇼핑도 줄이고 좋아하던 고기도 안 먹었다. 아침에 밥을 해 먹고 점심 도시락도 직접 쌌다. 밥솥은 보온으로 설정해 두지 않고 저녁에 살짝 데워 먹었다. 

다양한 지역 행사에 참여한 범수.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프로젝트는 범수 혼자 실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주말에는 청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캠페인과 이벤트를 펼치며 시민들에게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냈다. 행사를 할 때 공연은 모두 범수의 몫이었다. 모든 실천과정과 탄소배출량은 일기형식으로 정리하여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였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식목일 나무심기를 위한 모금활동도 펼쳤다. 4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수암골 벽화마을에 60그루의 산벚나무와 매실나무를 심었다. 범수는 고기 안 먹는 것 빼고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어서 좋았고, 초록생활을 실천할 수 있어서 뿌듯했고, 오히려 생각없이 탄소 배출해 온 지난날이 부끄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젝트 결과 한달 동안 탄소배출량 164kg을 줄였다. 40% 넘게 줄인 셈이다. 소나무 34그루를 심은 효과를 거뒀다. 

청주충북환경연합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초록10계명 실천활동’ 등 후속활동을 지속해 나갔다. 범수는 인턴십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짬짬이 환경활동을 이어나갔다. 그해 청주에서 전국환경교육한마당이 개최되었는데 범수의 프로젝트가 시민단체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듬해 2월 정기총회에서 청주충북환경연합 실무활동가들은 범수가 만든 노래를 배워 범수의 기타 반주에 맞춰 함께 공연을 하였다. 내가 사무처장을 맡은 동안에 주관한 마지막 행사였으니 내게는 아주 특별한 은퇴식 세레모니가 되었다. 지금까지 내 마음 속 그레타 툰베리는 ‘딴따라 범수’로 남아있다. 2021년은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첫 해이고, 지금 서울에서는 ‘2021 P4G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기후행동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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