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탁현민, 신임 대통령 비서관들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편지’
《화제》 탁현민, 신임 대통령 비서관들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편지’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2.05.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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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보좌할 신임 담당 비서관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화제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보좌할 신임 담당 비서관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화제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최근 “대통령의 의전과 행사기획 측면에서 차기 정부 내내 ‘청와대 이전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노파심을 보였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보좌할 신임 담당 비서관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화제다.

그는 8일 “미국에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며 “‘결단의 책상’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의 책상에 이임 대통령이 편지를 두고 떠나고, 새 대통령은 그 편지를 읽는 것으로 집무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도 그런 전통을 만들고 싶어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비서관들이 새로이 그 자리를 맡는 사람들에게 편지 한 통을 두고 가는, 그래서 그 편지에는 경험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두고 가는 그런 전통”이라며 “청와대의 역사가 단절되고 보니 이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져서, 나는 대통령의 의전과 행사기획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두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했던 경험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내가 겪었던 시대,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관계 속에서만 유효 할 뿐일지 모른다”며 “그러니 이것은 다만 참고되어야 할 뿐, ‘방법’이 아니라 ‘이야기’로 들어 주면 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무려 여섯 가지 측면에서 매뉴얼 같은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간추리면 ▲‘애정’을 가지세요 ▲독립유공자, 참전용사, 민주화 유공자를 존경하십시오 ▲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우세요 ▲잊어버리세요 ▲버티세요, 그리고 고집을 부리세요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세요 등이다.

◇ ‘애정’을 가지세요

가까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멀리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까지다. 내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든, ‘직’을 맡는 순간부터 ‘정치적 입장’보다 우선하게 되는 것이 ‘국가적 입장’이다.

그는 “나는 종종 국가행사나, 기념식, 추념식 등을 준비하며 이 일이 ‘제사’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고, 밉고, 싫어도, 한 가족의 제사상 앞에서 가족들은 억지로라도 서로를 참고, 예를 다하려 한다. 또 그러한 자리에서 화해도 하고, 이해도 하게 된다”고 떠올렸다.

이어 “국가행사는 극단의 국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 심지어 어제까지 싸우던 여야도, 이해가 다른 각 부처도, 세대도, 성별도 상관없이 비록 불편한 마음일지라도 그렇게 한 자리에 모인다”며 “그래서 그렇게 모였을 때, 적어도 그 시간,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싸우지 않도록 행사의 내용과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독립유공자, 참전용사, 민주화 유공자를 존경하십시오

그들이 당신에게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를 전해 줄 것이다. 억울한 사연이 있다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라. 그들을 웃게 할 수 있으면 그 행사는 성공적이다.

그는 “당신이 하려는 모든 일들을 애정하고, 그 주인공들을 사랑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는 대통령을 사랑하면, 연출의 디테일이 부족한 것은 사소한 문제일 뿐, 모두 적잖은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제사가 끝나면 잠시라도 화해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우세요

내가 아는, 내가 시도한, 모든 참신한 것들은 저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웠다. 선배들이나, 나보다 윗세대로부터 새로운 것을 기대 할 수 없다. 그분 들에게 배울 것은 다른 것이다. 게다가 어린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은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의외의 소득도 있다.

그는 “나는 20대의 어떤 친구와 의전비서관실에서 오래 일했는데 그는 주로 삐딱하고, 예의도 별반 없고, 실수도 잦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그런 친구였다”며 “하지만, 함께 회의하고 기획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내가 무심했던 부분을 지적하고, 내가 갖지 못한 감성을 드러내는 일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특히 “그 중에는 그럴 듯 하지만 쓸모 없는 것도 많았지만, 바로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내 오래된 사고와 인식이 한번씩 흔들릴 때 마다, 나도 조금은 새로워 질 수 있었다”며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조금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보다 어린 사람을, 예의 없고 삐딱한 사람과 함께 일하라.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잊어버리세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치러내야 할 행사가 국,내외를 합쳐 1800개 가량이 되었다. 그 중에는 되풀이되는 일정도 있고, 지극히 형식적인 것도 있고, 다시 없을 큰 행사도 있다. 첨예한 외교문제도 있고, 상징성이 극대화 되어 있는 행사도 있다. 종교적인 것도, 국민들의 갈등이 지극히 심한 것도, 이해관계가 완전히 엇갈리는 것도 있다.

그는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때론 ‘실패’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실수도 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실수도 있고, 협업을 하는 부처의 실수도, 상대국가의 실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잊어버려라. 당신은 내일 또 다른 일정과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의 의전비서관, 행사비서관은 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는 일이 아니다. 그냥 계속 달리는 일이다”라고 일깨웠다.

◇ 버티세요, 그리고 고집을 부리세요

국가기념식과, 대통령의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의 요청과 민원이 없을 리 없다. 참석하게 해달라, 자리를 바꿔달라, 이걸 하게 해달라, 저걸 하게 해달라, 넣어달라 빼달라…

그는 “모든 요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이유는 때로는 압력으로, 때로는 인간적인 호소로 찾아온다”며 “그러면 애초의 기획의도, 연출의도는 흔들리기 마련이고, 거절하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 분명한 일들이다. 그럴 때 갈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갈등을 못 버티고 끝내 수용하게 되면, 그때 잠시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 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며 “그러나 버티라, 그리고 고집을 부리라. 그것이 대통령을 위한 길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고, 나 자신을 위한 길이며,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감동은 대상에 대한 애정과 디테일이 만났을 때 가능하다”며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당신이 모시는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음악의 길이와, 의장대의 보폭, 영상의 편집과, 중계카메라의 커팅에 신경을 쓰라. 대통령의 입장음악, 첫 시작의 중요성을 잊지 마라”라며 “우리는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곡을 사용해서 그 시작의 부담을 많이 덜어냈고 신세를 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 대통령들은 여러 잡다한 곡들과 '위풍당당 행진곡’ 같은 영국의 왕조를 연상케 하는 곡들로 민주국가 대통령을 우습게 만들기도 했다”며 “음악 하나를 고를 때에도 신중하라. 모쪼록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좋았다, 재미있다, 뿌듯하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라”고 조언했다.

◇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세요

모두를 설득하고, 모두를 이해시키거나 감동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그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또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며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라. 건투를 빈다”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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