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오해정 세종시립도서관 정보서비스팀 사서]
때때로 책을 읽으며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최진영 작가의 작품이 유독 그렇다. 세종시립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 개최를 위해 최진영 소설가를 초청했고, 상상한 그대로의 온도와 색깔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오는 그녀를 만났다. 철저히 독자의 관점에서 그녀의 강의에 집중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말로 소설을 쓰듯 강의는 시작됐다.
가령 바다를 반으로 접는다는 상상을 했을 때, 이것을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요. 하지만 소설로 쓰게 되면 문장 하나로도 가능하지요. 이럴 때 굉장한 짜릿함을 느껴요.
내 모습을 타인이 되어 볼 수 있는 기회는 평생 없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나 거울 등 무언가를 통해서 보여질 뿐이죠. 내가 직접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나’이지만,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라는 생각으로부터 쓴 소설입니다.
미래의 나, 혹은 과거와 현재의 내가 소통한다는 상상을 하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삶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힘이 날 때가 있거든요. 누군가의 말, 위로를 들어서 힘이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내가 나에게 힘을 주는 느낌이죠.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데 모진 말을 하진 않겠죠?
작가의 강연이 끝나고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 시간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한 명이 ‘소설을 쓰면서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작가님은 글을 쓰며 사는 것이 행복하고 최대한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소설가로 사는 삶에 집중하고자 최근 제주도로 이사를 했고 나름의 루틴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영 작가에게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은 ‘이제야 언니에게’라고 했다. 작품 속 ‘제야 언니’가 괜찮은지 가끔 궁금하고, 때로는 다른 작품을 쓰면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작품 속 인물이 어느새 곁에 있는 듯 작가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사회생활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존중이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잊고 산다. 가끔은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남들에게도 나눠주고 사는 마음을 내게 조금 내어줘도 되지 않을까. 가끔은 다독이고 때로는 따뜻하게 나로 살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진영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만날 땐 책 속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다. 독서를 조금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해 보길 권한다. 작품 속 인물뿐만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입체독서를 한 번쯤 경험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