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밥 한 끼는 생명을 살리는 일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밥 한 끼는 생명을 살리는 일
공복감 해소시켰던 공깃밥 1500원으로
한 끼 식사비도 부담스러워지는 현실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2.07.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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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964년 대전시는 도시민과 비 농민 중에서 근로능력이 있고, 식량이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계가 곤란한 영세민(零細)을 취로사업에 동원시키고 1인당 250g의 양곡을 지급했다. 당시 대전시의 취로사업은 사방 조림, 지하수 개발, 치수사업, 도로개설, 소류지 준설, 농로개설 등에서 이루어졌다.

넉넉한 크기의 사기그릇에 밥을 수북이 쌓아 고봉밥을 먹었던 시절, 또 고기나 달걀 등 영양가 있는 부식을 구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보니 ‘밥이라도 배 불리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요즈음, 음식점에서 우리가 먹고 있는 공깃밥은 스테인리스에 담은 밥이다. 본인이 밥의 양을 식판에 담아 ‘자신만의 양’을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용인된 ‘1인 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깃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쌀 소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등장했다.

절대적 빈곤과 인구증가에 직면했던 박대통령은 경제발전과 수출에 모든 동력을 쏟아 부었다. 분배와 복지는 뒷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노동자들의 임금도 오르게 되었다. 밖에서 밥을 먹는 ‘외식’의 수요가 많아졌고,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밥의 양으로 승부하는 식당이 생겨났다.

경쟁적으로 밥의 양이 늘어나자, 정부 당국은 ‘쌀 부족국가인 우리나라’인 만큼, 그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결국, 밥을 많이 주니 과식하거나 다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남긴다는 점을 널리 홍보했다. 이어서 밥의 양을 조절하는 정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서울시가 효시로, 1973년 표준식단을 내놓았다. 일정 기간의 계도시간을 둔 서울시는, 1974년 12월 4일부터 음식점에서 돌솥밥 판매를 금지하고, 스테인리스 밥공기에만 밥을 담아 팔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1976년 6월 29일부터 이런 일련의 조치를 어길 경우 1회 위반에 1개월의 영업정지, 2회 위반에 음식점의 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조치를 감행한다.

뒤를 이어 1981년 보건사회부장관은 음식점에서의 스테인리스 공깃밥 제공을 전국적으로 의무화 시켰다. 이로써 밥을 취급하는 전국의 모든 식당에서 공깃밥은 통일된 양과 공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1976년 지정된 규격은 지름 10.5cm, 높이 6cm이었다. 그릇에 밥을 꼭꼭 눌러 담아도 안 되었다. 그릇의 5분의 4 정도 밥을 담는 것이 권장됐다.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한 관행이 쌀 소비량 감소로 쌀이 남게 된 이후로도 유지되고 있다.

피터 브뤼헐 농부의 결혼(1567년)중세 유럽 농민들의 결혼식. 가난하고 부족한 삶이지만, 이날 만은 동네에서 배를 굶는 사람이 없는 아주 ’기대되는 날‘이었다. 이 그림은 결혼식 피로연을 그린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별로 말이 없고, 열심히 먹기만 한다.
피터 브뤼헐 농부의 결혼(1567년) 중세 유럽 농민들의 결혼식. 가난하고 부족한 삶이지만, 이날 만은 동네에서 배를 굶는 사람이 없는 아주 ’기대되는 날‘이었다. 이 그림은 결혼식 피로연을 그린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별로 말이 없고, 열심히 먹기만 한다.

간장 게장이나 불고기 반찬이 나오면 ’밥 한 공기는 후딱‘이란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 공깃밥이 음식점에서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2000대 초반이다. 그동안 음식을 주문하면 밥은 ’돈을 안내도 따라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메뉴판에 “공깃밥은 별도 1000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전형적인 ’가격 올리기 수법‘ 아니냐는 지적에 요식업주들은 두 가지 당위성을 꼽았다.

먼저 끼니를 해결하려는 목적의 메뉴라면 당연히 밥공기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전골이나 고기를 구워먹는 경우 밥을 찾지 않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제공한 밥은 거의 버려진다고 했다. 또한 고기나 회처럼 1인분이나 그램, 혹은 킬로그램 단위로 가격을 정해놓은 메뉴에 공깃밥 가격을 포함하면 음식이 비싼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깃밥에 따로 금액을 매기는 것은 정착되었고, 음식점마다 공깃밥의 가격은 1,000원 정도로 통일되었다. 여름철 계곡의 불법 식당들도 공깃밥만큼은 대부분 1,000원을 유지했다. 그런데 공깃밥의 인상이 단행되고 있다. 분식집에서도 1500원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1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56.9kg이다. 지난 1991년 116.3kg에서 2017년 61.8kg 으로 줄었다. 현재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8g에 불과하다. 연간 쌀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원인으로는 먼저 육류와 수산물의 섭취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육류와 수산물 섭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둘째는 빵, 과자, 라면 등 쌀 이외의 부식 증가다.

셋째는 2000년대 이후 웰빙 열풍이 불었고 탄수화물이 다이어트를 방해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이 무조건 몸에 나쁘지 않고,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는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방지하며 도리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금리와 유가가 인상되고 코로나의 재유행이 점쳐지면서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다. 즐거워야 할 직장인들의 식사자리가 불편해지고 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5월 ’직장인의 점심 값 부담‘을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점심 값 부담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56%가 ‘매우 부담’, 39.5%가 ‘약간 부담’이라고 답해 95.5%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량진 고시촌의 컵밥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고, 사회복지시설의 무료급식 제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을 찾기 위해 또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 들 중에는 1만 원으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이들도 있다는 보도다.

밥 한 끼는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복되고 뜻 있는 일이다. 소외되고 힘든 친지, 이웃들과 밥 한 끼 같이하는 일, 복지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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