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역사와 전통의 ‘충북환경인의날’ 행사
[염우의 환경이야기] 역사와 전통의 ‘충북환경인의날’ 행사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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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충북 환경인의날 행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1990년대 초중반에 본격화된 충북지역의 환경운동도 3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왔다. 환경운동의 역사와 전통이 그대로 깃들어 있는 대표적인 행사가 충북환경의날 행사이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환경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했던 충북의 환경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충북환경포럼을 열고 그해의 환경운동을 평가하고 새해의 환경운동을 다짐한다. 충북환경의날 기념식의 백미는 두 가지다. ‘충북권 10대 환경뉴스’ 발표를 통해 다양한 환경이슈를 되돌아보는 것, 가장 열심히 활동한 환경인을 찾아내 ‘충북환경대상’ 시상을 통해 그 공로를 기리는 것이다.

충북환경의날 행사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다. 우선 소개 시간이다. 참여한 충북의 환경인들을 가급적 그룹별로라도 모두 소개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때론 환경인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때론 문화예술공연을 준비하기도 하고, 때론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 밤송이를 몇 마대 주워와 끓여서 염료를 내고 비단천에 천연염색을 한 뒤 정성껏 다려서 만든 스카프를 한 분 한 뿐께 걸어드렸던 적도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신나게 퍼주던 경품나누기도 재미거리였다.

충북환경인의날 행사의 시작은 1995년이다. 청주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푸른청주시민모임이 주관하여 처음으로 충북권 10대 환경뉴스를 발표하였다. 환경뉴스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나 환경오염과 훼손을 일으킨 사건, 삶의 터전과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을 포괄한다. ‘얼마나 큰 이슈로 부각되었는가’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의 연관성, 환경사적(환경운동적) 의미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1995년 환경뉴스는 ‘광역쓰레기매립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 1996년 환경뉴스는 ‘문장대·용화온천개발 저지운동‘이 1순위를 차지하였다.

충북환경대상의 모태라 할 수 있는 푸른환경시민상 시상도 1995년 처음 시작되었다. 최초의 수상자는 김학성 미원면생수공장반대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이었다. 당시 충북지역은 지하수 보전 운동의 성지였다고 할 수 있다. 1996년은 박동각 문장대용화온천개발저지 청천면대책위원회위원장이 수상하였다. 문장대용화온천개발사업은 환경분쟁 35년만인 2020년 완전히 중단되었다. 충북환경대상은 공고를 내고, 환경단체와 협력기관 등으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배점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확정한다. 환경보전에 관한 기여도, 활동(역할)의 지속성, 그해의 뚜렷한 실적, 동기의 순수성, 환경운동적 의미 등을 고려한다.

환경뉴스 발표와 충북환경대상 시상으로 시작하여 이후 28년을 지속해 왔다. 기념식과 문화행사, 환경인 초청 만찬회, 충북환경포럼 등의 내용들이 보태졌다. 많은 변화와 과정을 거쳐 지금의 충북환경의날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1996년 청주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였고 충북환경인상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2000년부터는 충북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였고, 2003년 충북환경대상으로 다시 명칭을 변경하여 현재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이때까지 기념식 수준으로 행사를 펼쳐왔다.

2004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지역 언론사인 충청리뷰와 지역 기업체인 하이닉스가 제정한 에코드림상과 통합하여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매년 1천 만원 이내의 사업비를 출연키로 하였으며, 이후 충북지역개발회도 200~3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념식과 문화행사와 만찬이 곁들여진 ‘충북환경인의밤’ 행사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충북환경대상 수상자에게 소정의 상금을 수여하게 되었다. 2015년부터 풀꿈환경재단이 주관하였다. 행사의 주요내용으로 충북환경포럼을 추가하였으며, 행사명을 ‘충북환경인의날’로 변경하였다.

SK하이닉스의 사업비 후원 논란이 일어난 것은 2019년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목적으로 청주시내 스마트에너지센터(LNG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지역사회 내 논란을 촉발하였다. 환경단체들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증가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9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미세먼지대책위원회와 함께 완강하게 LNG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펼쳤다. 2020년 풀꿈환경재단은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충북경제사회연구원 등 관계기관들과 함께 갈등해결협의회를 구성하여 오염물질에 대한 실질적 저감방안을 도출해 내고자 노력하였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2019 충북환경의날 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로부터 사업비 후원을 받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단체마다 다양한 시각과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민관산학의 협력적 환경운동을 지향해 온 풀꿈환경재단 입장에서는 사업비 후원을 거부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세먼지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행사의 공동주관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해왔고, 굳이 핵심적인 두 단체가 입장을 달리해 가며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26년 역사와 전통의 행사를 처음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그해 충북권 10대 환경뉴스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독자적으로 발표하였고 1순위 뉴스는 ‘SK하이닉스 LNG발전소 반대운동 확산’이 선정되었다.

2020년 LNG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겹치면서 대면 행사를 치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충북환경의날 행사를 재개하였으나 충북환경포럼 개최와 충북권 10대 환경뉴스 발표 정도로 축소하여 개최하였다. 2021년도 동일한 형태로 진행하였다. 2020년 환경뉴스 1순위는 ‘SK하이닉스 LNG발전소 반대활동 폭발’이 선정되었다. 2021년 환경뉴스 1순위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활동 활발’이 선정되었다. LNG발전소 관련 이슈는 4위를 차지하였다. 2022년에 LNG발전소 문제는 주요 환경이슈에서 벗어났다.

충북환경의날 행사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그 자체가 역사적 기록이다. 지역의 환경사이자 환경운동사이다. 환경운동에 대한 평가이자 긍지이다. 환경인 스스로에 대한 자위이자 격려이다. 충북의 환경인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범위를 확대하고 결속을 강화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이다. 그래서 풀꿈환경재단은 2022년 충북환경의날 행사를 복원하였다. SK하이닉스와 충북지역개발회가 다시 후원기관 역할을 맡았고, 그동안의 관행대로 행사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2022년 충북권 10대 환경뉴스는 다음과 같다. 1위는 ‘미호강 명칭 변경 및 충청북도 미호강포럼 발족’이다. 2위는 ‘쓰레기줄이기 녹색실천네트워크 구축 등 시민운동 활발’, 3위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지원 및 협력체계 구축’이다. 4위는 ‘충북녹색전환포럼 발족 및 지방선거 공동대응’, 5위는 ‘제천·단양지역 시멘트세 제정 부진, 폐기물반입세 입법 추진’, 6위는 ‘충북도교육청 초록학교만들기 실천협력사업 위탁 중단’이다. 7위는 ‘충청북도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력과 논란’, 8위는 ‘청주시의회 환경위원회 신설 및 운영’, 9위는 ‘음성군 친환경 에너지타운 완공’이다. 10위는 ‘충주시 탄소중립 그린도시 대상지로 선정’과 ‘중부내륙지원특별법 제정 및 댐권리 찾기 움직임’이 공동으로 선정되었다. 그밖에 ‘제천환경운동연합 재창립’,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기대와 우려’, ‘청주 네오테크밸리 개발 갈등’이 부각되었다.

2022년 충북권 환경뉴스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과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미호강 상생협력활동 관련 뉴스가 1위로 선정되었다. 미호강 명칭 변경, 미호강 맑은물 사업 기본계획 수립, 미호강포럼 발족 및 운영, SBS 물환경대상 등 지난 8년 동안 전개해 온 미호강 상생협력 활동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한 뉴스가 크게 부각되었다. 갈등적 환경뉴스 2건에 비해 비갈등적 환경뉴스가 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적으로 볼 때 충북 6건, 청주 2건, 제천단양 1건, 음성 1건, 충주 1건으로 나타났다. 주체적으로 볼 때 민·관 공동으로 관여한 환경뉴스 6건, 관 주도적 환경뉴스 3건, 민 주도적 환경뉴스 2건으로 나타났다.

2000 충북 환경인의 날 행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결론적으로 볼 때 2022년 환경뉴스들은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이 주도적으로 관여해 온 환경운동적으로 유의미한 뉴스가 많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나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관여해 온 환경친화적 정책과 사업도 많았다. 특히 6.1 지방선거로 인해 지방권력이 재편되었음에도 비갈등적 환경현안이 주류를 차지하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22년 충북환경대상은 대상 1팀과 부문상 5개팀에게 시상하였다. 대상은 미래세대인 황간초등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드렸다. 전교생이 124명인 영동지역의 작은 학교인데 환경을 지키는 초록학교에 참여하였다. 전체 구성원이 환경 보전를 위한 실천 및 교육 홍보활동을 펼쳤으며 이 활동을 지역사회로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6차 대멸종 위기가 금세기 내에 촉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우리 아이들을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른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아이들과 함께 지키고 노력해야 한다.

친환경마을부문상은 손승관 강내면 석화1리 이장님께 드렸다. 초록마을 활동을 매우 활발히 펼쳤으며 마을 분리수거체계를 구축하고 미호강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였다. 환경운동가부문상은 박정순 생태누리연구소 소장님께 드렸다. 제천과 충북을 기반으로 20년 넘게 활동해 온 진정한 충북의 환경운동가이다. 환경교육강사부문상은 최계선 시민환경활동가님께 드렸다. 여러 환경단체의 활동을 도우며 환경강사이자 마을활동가로 참여하여 꾸준하면서 모범적인 활동을 펼쳤다.

시민실천부문상은 청주제로웨이스트 시민모임과 미호강주민하천관리단 두 그룹에게 드렸다. 자발적 시민모임인 청주제로웨이스트 시민모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쓰레기를 주우며,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는 시민어택을 펼쳐왔다. 미호강주민하천관리단은 지난 8년 동안 모니터링과 정화활동을 펼치며 묵묵히 미호강의 물환경을 지켜왔다. 올해 미호강 상생협력 활동의 가시적 성과를 획득하게 만들어 준 주인공들이다.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다는 것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환경인이 있기 때문이다. 열정과 헌신을 다해 달려온 환경인들이 있기에 지속가능한 세상,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충북환경인의날은 이처럼 충북 환경인들의 역사이자 전통이며 소통과 결속의 네트워크이다. 그리고 풀꿈환경재단은 처음부터 그랬듯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충북환경의날을 주관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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