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지목되는 사이비 요승 천공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에 개입했다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폭로가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대통령실의 말만 크게 보도하며 어떻게든 사안을 덮으려 애쓰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뜻대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9년 전에 있었던 ‘세월호 7시간’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 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씨는 어째서인지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가 중대본에 나타난 시각은 사고가 발생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오후 5시경이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을 보고했다는 시각부터 중대본에 나타났을 때까지 7시간 동안 그녀의 행적은 알 길이 없었다. 사고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으나 이후에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은 은폐에만 급급했다.
사실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정말 박근혜 씨가 그 날 사고 수습을 위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면 그 날 대통령 경호일지만 공개하면 모든 것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박근혜 씨가 파면된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이 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해버리기까지 했다.
이후에야 그 7시간 중 일부가 밝혀졌다. 우선 중대본에 나타나기 전으로부터 1시간 반 동안은 전속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 손질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초 보고 시각, 지시 시각은 모두 조작이었으며 최순실이 그 당시에도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러고도 밝혀낸 그녀의 행적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반은 2047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이번 천공과 관련된 사건도 그렇다. 천공이 국방부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 부승찬 전 대변인이 지적했던 그 날짜의 CCTV 영상만 공개하면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통령실은 CCTV 영상은 절대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저 김종대 전 의원과 부승찬 전 대변인, 그 기사를 보도했던 한국일보 등을 상대로 고발을 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른바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벌써 주말에 제보가 도착했다”며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천공의 현장 방문 목격담”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발언으로 지난해 12월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제기했던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다시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대부분의 교향곡은 4악장”이라며 “나의 12월 폭로가 1악장, 부 박사(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2월 폭로가 2악장, 그리고 3악장에 이어 4악장이 지금 작곡되고 있다. 4악장까지 연주돼야 이 스토리는 완성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추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벌써 주말에 제보가 도착했다. 절대 조작할 수 없는 천공의 현장 방문 목격담”이라며 “약간의 확인 과정만 거치면 사실로 확정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3월 천공의 용산과 한남동 방문 사실을 아는 군인과 공무원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부 전 대변인의 추가 폭로에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 전 대변인이 지난 3일 출간한 ‘권력과 안보, 문재인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대해 “이 책으로 부 박사가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 다음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 술수라고 매도하지만 그런 정치적 의도를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부 박사가 이 책으로 민주당에 잘 보여 공천을 받으려 했다면 책 곳곳에서 문재인정부의 실수와 아쉬운 대목을 왜 가감 없이 드러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도 비판했다. 그는 “덮어놓고 고발부터 하는 용산은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물론이고 부 박사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하며 “우리에게는 무도한 권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할 소명이 있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부 전 대변인은 지난 3일 출간한 자신의 저서를 통해 지난해 4월 1일 남영신 당시 육참총장으로부터 ‘천공이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김종대 전 의원의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만약 김종대 전 의원과 부승찬 전 대변인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면 그 날 CCTV 영상을 공개하여 천공이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만 대면 간단하게 풀린다.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 입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하지만 대통령실은 아직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그 당시 영상이 남아 있을지 지워졌을지는 필자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이 하는 행동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증폭시키는 하수라는 것이다. ‘세월호 7시간’ 문제를 겪고도 얻은 교훈이 없는 것인가?
덮어놓고 고발부터 할 생각을 말고 의혹이 거짓이라는 걸 확실하게 짚고 난 다음에 고발을 해도 하는 것이다. 천공이 그 날 그 자리에 없었다면 몰라도 정말 천공이 그 자리에 있었고 대통령실 이전 문제에 개입했다면 이건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천공은 어떤 자격도 부여된 적이 없는 민간인일 뿐이다. 공직에 있지도 않은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정말로 천공이 대통령실 이전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 그 증거를 보이고 해명을 하라. 그것이 당신을 뽑아준 주권자들에 대한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