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른거리는 ‘TK 자민련’의 그림자
다시 어른거리는 ‘TK 자민련’의 그림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TK 고립 현상에 대하여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03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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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구, 경북에서만 압승한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두고 'TK 자민련'이라 비판했던 정진석 의원.(출처 : 비디오머그)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구, 경북에서만 압승한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두고 'TK 자민련'이라 비판했던 정진석 의원.(출처 : 비디오머그)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과거 충청도에는 자유민주연합(약칭 자민련)이란 정당이 크게 기세를 떨친 적이 있었다. 이 자민련이란 정당은 삼김 중 한 명이자 충청권 정치의 맹주 故 김종필이 창당한 당이다. 그런데 지역 색깔이 너무도 강해서 그런지 자민련은 대체로 대전과 충남 지역을 제외하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다 못해 같은 충청도인 충북에서조차도 자민련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 자민련의 역사에서 비롯되어 특정 지역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정당을 가리켜 ‘○○ 자민련’이란 별명을 붙였다. 예를 들자면 호남에서만 크게 세력을 떨쳤던 과거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호남 자민련’이라는 별명이 붙은 바 있었고 2010년대 후반에 대구와 경북에서만 건재함을 과시했던 자유한국당에 ‘TK 자민련’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 ‘TK 자민련’이란 별명은 정진석 의원이 직접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바도 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다시 ‘TK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듯 보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 말은 곧 대구․경북이 전국의 민심과 괴리된 채 고립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최근 다시 관찰되는 이 ‘TK 자민련’ 현상은 가히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2017년 5월에 사상 최초의 장미대선이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 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 득표율로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역대 최다 표 차인 557만 951표 차로 꺾고 당선되었다. 그런데 그 문재인 대통령도 끝내 이기지 못했던 곳이 바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였다.

그 두 곳만큼은 단 1개의 시군구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읍면동 지역으로까지 파고 들면 대구에서는 읍면동 지역조차도 단 1곳도 이기지 못했다. 경북에서는 포항시 남구 효곡동과 구미시 공단 2동과 진미동, 양포동, 칠곡군 석적읍, 김천시 율곡동까지 단 6곳에서만 겨우 이겼다. 그나마도 50.38%를 득표한 김천시 율곡동을 제외하면 모두 30%대 낮은 득표율로 보수 표 분산 덕에 1위를 차지한 것 뿐이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나타낸 지도.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만 자유한국당이 차지하여 'TK 자민련'이 현실화되었다.(사진 출처 : 위키백과)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나타낸 지도.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만 자유한국당이 차지하여 'TK 자민련'이 현실화되었다.(사진 출처 : 위키백과)

더불어민주당의 위세가 절정을 이루었던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사상 최초로 부산광역시장, 울산광역시장을 당선시키고 김두관 의원 이후 8년 만에 경상남도지사까지 당선시켰음에도 끝내 대구와 경북만큼은 함락에 실패했다. 그저 구미시장 선거에서 장세용 후보가 당선된 것에 만족해야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구․경북의 보수세는 건재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저조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초까지는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 덕에 다소 지지율이 높게 나왔지만 전당대회가 끝나자 그 거품은 귀신 같이 빠졌다. 그 동안 괜찮게 나왔던 지지율은 모두 보수층의 과대 표집으로 인한 거품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으로 32~39%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고 한국갤럽 기준으론 27~34%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 기준으론 31~38%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 3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5% 안팎에서 교착되었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ARS 자동응답조사의 경우는 10% 안팎의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에 뒤지고 있고 전화면접조사에선 대체로 한 자리 수% 격차로 밀리고 있다. 격차 폭만 다를 뿐 공통적인 건 정당 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건 세부 지표이다. 지역별 결과를 보면 조사 기관과 조사 방식을 막론하고 모두 대구․경북에서만 윤석열 대통령의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더 높게 나오고 여당 지지율도 야당 지지율보다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 나머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는 부정평가가 더 높았고 지지율도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대구․경북만 전국 민심과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민의힘은 정말 2010년대 후반처럼 대구와 경북에만 고립된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영남인 부울경(PK)조차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부와 여당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미 PK는 최근 들어 스윙보터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최근 몇 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고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또 한편으론 과거 2010년대 후반처럼 대구․경북을 향한 지역감정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대구․경북이 계속해서 전국 민심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그 지역에 어떤 낙인이 찍히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 하고 있으면 응원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잘못하고 있으면 따끔하게 비판도 해야 하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 대부로 군림하며 역대 최장수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효상. 그는 영남패권주의라는 지역감정을 조장한 시조로 꼽히는 인물이다.(사진 출처 : 네이버)
박정희 정권 시절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 대부로 군림하며 역대 최장수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효상. 그는 영남패권주의라는 지역감정을 조장한 시조로 꼽히는 인물이다.(사진 출처 : 네이버 프로필)

하지만 현재 대구․경북의 모습을 보면 “우리마저 윤석열을 버리면 이 정권 자체가 무너진다.”는 마인드로 계속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전부터 대구․경북은 지역 스스로 보수 정당과 일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선두 주자는 바로 박정희 정권 시절 지역감정 조장의 시조로 불리는 이효상이었다.

이효상은 1971년 대선 당시 구미 출신인 박정희 후보를 “신라 임금의 자랑스러운 후손”이라고 치켜세우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이 고장 사람을 천년 만의 임금으로 모시자”고 했다.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는 이효상의 주장이 통했는지 경상도는 박정희에게 몰표를 주었다.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서 대구․경북은 유독 자신들의 지역과 보수 정당을 일체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거기다 대구․경북 지역 대표 언론인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조중동보다도 더 논조가 보수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편단심 보수 정당을 찍어준 대구의 경제는 무려 30년 가까이 전국 꼴찌를 도맡아하고 있다. 과연 이게 바람직한 현상인가? 지역 경제가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꼴등만 하고 있는데도 계속 같은 당만 찍어주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냐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은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필자는 현재 TK의 민심이 전국 민심과 괴리되고 있는 이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TK가 정치적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 대구의 지역 경제가 30년 가까이 전국 꼴등인 것도 ‘정치적 갈라파고스’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민주 정부 시절엔 “어차피 저기는 뭘 해도 우리 싫어하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대구․경북에 대한 지원을 꺼리게 된다. 반대로 보수 정부 시절엔 “어차피 저기는 무조건 우리 찍어주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구․경북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자고로 잡아놓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라 하지 않던가? TK의 정치적 갈라파고스화 현상이 심화되면 앞으로도 대구 지역 경제가 전국 꼴등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 무조건 어느 특정 정당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전국의 민심이 A라면 그에 발을 맞춰 따라가는 모습이라도 보이라는 것이다. 전국은 A라고 하는데 나홀로 곧 죽어도 B라고 하면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다. ‘TK 자민련’이 현실화 되면 국민의힘에도 좋을 일이 없겠지만 대구․경북이란 지역 자체에도 별로 좋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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