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대안학교인가?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를 위한 제언 
[기고] 왜 대안학교인가?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를 위한 제언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19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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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전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장. 사진=박창호/굿모닝충청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장. 사진=박창호/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장] “사실 유빈이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했지만 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탁구선수 신유빈의 아버지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내게 그렇게 인상 깊은 경기를 보여주었던 신유빈 선수가 학교를 가지 않겠다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당시 교육청에서 더 좋은 공교육을 꿈꿔왔던 내게는 참으로 답답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언론에 보도된 신유빈의 진학 포기 사유는 다름아닌 운동이었다. 신유빈은 탁구가 너무 좋아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데, 진학을 하면 운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단다. 탁구 선수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고교생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그의 말은 내게 무겁게 다가왔다. 신유빈 같은 천재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체육고등학교라는 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유빈이가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되긴 했지만 학생 선수의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 제한에 걸려 도저히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신선수의 아버지는 제도권 교육의 한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신유빈 선수와 같은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참 많다. 학교가 싫어서 학교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교육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학교와 진학을 포기하는 또 다른 신유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음 놓고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꿈인데 학교에서는 마음 놓고 할 수가 없어요.”, “하이테크와 코딩, 앱 개발이 꿈이에요. 컴퓨터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나는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의미는 나중에 찾아도 된대요. 우선 공부만 하라고 해요. 나는 내 삶을 기계처럼 살아가는 게 싫어요.”

이런 저런 사유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꿈을 좇는 또 다른 신유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제도권 교육으로는 꿈을 좇는 아이들의 이런 다양한 요구를 다 담아낼 수가 없다. 제도권 교육이 나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애초 그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교육은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거기에 적합한 성실한 인재를 대량으로 길러내기 위하여 형성되고 발전한 제도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그러니 그런 인재를 길러낼 교육제도가 새롭게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공교육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하고 가치있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에게 유용하고 가치있는 기능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을 품으려면, 그래서 꿈을 좇아 진학을 포기하려는 아이들을 품으려면 학교가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한다. 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을 때까지 더 폭넓게 다양해져야 한다.

충북도지사와 충북교육감은 지난 선거 때 함께 손을 맞잡고 AI영재학교의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팔을 걷어부치고 영재학교의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영재학교를 통해 일반학교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제공하여 우리의 영재들이 미래의 영재들로 커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마음일 거라 믿기 때문이다.

대안교육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신유빈과 같은 꿈을 좇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안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반학교에서는 도저히 제공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을 대안학교를 통해 제공해 줄 수 있을 때 꿈을 좇아 학교를 그만두거나 진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의 행렬을 멈출 수가 있을 것이다.

AI영재를 위한 영재학교가 필요한 것처럼, 신유빈과 같은 꿈을 좇는 아이들의 요구를 담아낼 교육과정을 담당할 대안학교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인식해야 한다.

단재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충북교육감의 생각은 참 고맙다. 단재고등학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육감이 추구하는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의 목표가 ‘진학’이라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승-전-‘대학’의 사고로는 꿈을 좇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이탈 행렬을 멈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를 위해서라면 단재고의 개교를 늦추기보다는,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지난 5년 동안 묵묵히 단재고등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교사들의 신념은 무엇이며,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가가서 묻는 일이 아닐까?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일, 그것이 더 좋은 단재고등학교를 위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 그런데 누군가는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을 키워 가지만, 누군가는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을 잃어간다. 경쟁을 걷어내고 경쟁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때론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대안교육을 필요로 하는 꿈을 좇는 아이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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