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보다 허술한 한국 시찰단
대만보다 허술한 한국 시찰단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명분만 주고 수산물 수입도 허용하게 될 우려가 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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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시찰단을 먼저 보냈던 대만도 '한계'만 확인했다. 하물며 현재 한국 시찰단의 행보는 그 대만보다도 더 부실하다.
한국보다 시찰단을 먼저 보냈던 대만도 '한계'만 확인했다. 하물며 현재 한국 시찰단의 행보는 그 대만보다도 더 부실하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1일에 출발한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이틀에 걸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점검을 끝내며 전체 일정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시료 채취’ 등 독자 검증의 길이 막힌데다 앞서 현장을 다녀간 대만에 비해서도 크게 내용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급조된 부실한 시찰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5일에 나온 한겨레 보도 기사에 따르면 한국 시찰단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제거가 어려운 삼중수소(트리튬)를 바닷물로 희석하는 설비와 해양 터널 등 오염수 방류시설을 집중적으로 둘러봤다고 한다. 한국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현장 점검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희석 설비와 관련해 “충분히 희석될 수 있는 만큼 펌프의 역량이 있는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 날엔 다핵종제거설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K4’ 탱크군, 오염수를 옮기는 이송설비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대만 행정원 원자력연구소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은 지난해 3월23~27일과 11월27~12월1일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점검은 1차(3월25일), 2차(11월28일)를 합해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이후 나온 대만 시찰 보고서를 보면, △알프스 △‘K4’ 탱크군 △오염수 희석 및 방류시설 △분석화학실험동 △해양생물사육장 등을 점검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둘러본 시설과 거의 같다. 시찰 대상을 놓고 한-일 정부가 몇 차례 치열한 협의를 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장소에만 접근을 허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원전 시찰단 일정 비교. 보시다시피 확연히 대만 측보다 부실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출처 : 한겨레 5월 25일자 보도 기사 <‘대만보다 부실’ 한국 시찰단…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떠밀릴라> 속 인용. 저작권 협의 완료)

특히 대만은 방류 시점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서 허겁지겁 시찰에 나선 한국과 달리 지난해 봄과 늦가을 두 차례 일본에 와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폭넓은 조사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명분만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3월에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하고 돌아온 대만 시찰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 도쿄전력의 안내로 방사성 물질의 확산 시뮬레이션과 삼중수소 분석 및 검출 기술, 핵 물질 분석 절차 등을 직접 시찰했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대만 시찰단의 최종 결론은 방대한 시찰 내용에 비해 무기력했다. 일본 측에 해양 모니터링 자료를 공유하고 방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며 검토 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건의사항을 전달했을 뿐이었다. 대만 자체 시뮬레이션을 개발한다든지 다핵종제거시설이나 IAEA 심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자는 궁색한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대만 정부는 지난 2021년 이미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지만, 시찰단의 활동으로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막거나 늦출 수 없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 CPTPP, 즉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려 했는데 이를 위해선 일본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대만은 일본과의 외교 관계 유지를 위해 시찰단을 파견하기 한 달 전인 작년 2월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다.

그래서 시찰단 파견 한달 전에, 대만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시찰단 파견은 사실상 요식 행위에 가까왔고 일본에겐 명분만 준 셈이 됐다. 하물며 현재 한국의 시찰단은 그 대만보다도 더 부실한 검증을 하고 있다. 과연 안심을 할 수 있을까?

5월 현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취하는 국가와 지역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등 5곳이다. 이 중 대만은 재개하기로 했으니 제외하고 나면 한국과 중국, 홍콩, 마카오가 남는다. 한국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곳들이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을 막고 있는 것은 중국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현장 점검 이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똑 부러진 결론을 내놓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이를 ‘오염수의 안전성을 인정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집요하게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 해제를 요구해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23일 “한국은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며 “수산물 수입 제한 해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만이 일본과의 외교를 위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못했던 전철을, 우리 시찰단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한 벌써부터 수산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기보다는 우선 ‘가짜 뉴스’ 딱지를 붙여 입에 자물통부터 채우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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