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동자 과잉 진압 논란
경찰, 노동자 과잉 진압 논란
농성 중인 노동자를 향해 뒷수갑 채우고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친 경찰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31 16: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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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에 경찰이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을 향해 머리를 땅에 짓누르고 엎드리게 한 뒤 뒷수갑을 채워 인권 탄압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영상 제공 : 한국노총)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31일 새벽에 프레시안 단독 보도 기사로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곤봉(경찰봉)으로 농성자의 머리를 내려쳐 유혈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여러차례 경찰봉을 내리쳤고, 농성자는 정수리가 찢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31일에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 30분경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경찰관 6명이 사다리차 두 대를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려쳐 주저앉힌 뒤 지상으로 이동시켜 연행했다고 한다. 현재 김 사무처장은 순천의 성가롤로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경찰관 6명이 사다리 차 두 대를 나눠타고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에게 접근했고 김 사무처장은 농성장의 구조물 일부를 빼내 이를 휘둘러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방패와 경찰봉을 든 경찰들은 김 사무처장에게 바짝 다가가 경찰봉을 휘둘렀고 김 사무처장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농성자가 제압된 상황에서도 경찰은 곤봉을 몇 차례 계속 휘둘러 김 사무처장을 내려쳤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과잉 진압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청 물리력 사용 기준안’에 따르면 물리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급박하지 않은 경우엔 대상자 설득과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찰의 목적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이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 역시 시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찰이 새벽에 기습적으로 고공농성 진압을 진행하면서 벌어진 것이며 대상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한다.

앞서 30일에 경찰은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땅에 짓눌러 엎드리게 한 뒤 뒷수갑을 채운 바 있었다. 30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을 진압하려던 경찰에 항의하다 다수의 경찰관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돼 순천경찰서로 연행됐다고 한다.

금속노련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에는 5~6명의 경찰관이 김 위원장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중심을 잃게 했고, 김 위원장은 무릎을 꿇린 채로 땅에 엎드렸다. 김 위원장이 팔꿈치를 세워 땅에 지탱하려고 하자 경찰관은 두 손과 무릎을 이용해 목 뒤를 누르며 머리가 땅에 짓눌리도록 한 뒤 손을 뒤로 빼 뒷수갑을 채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역시 과잉진압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수갑 사용 지침에는 도주나 폭행, 자해 등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 뒷수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인권 침해 소지가 높은 만큼 뒤에서 수갑을 채우는 행위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위반하고 의도적으로 뒷수갑을 채워 모욕감을 주었다.

현장을 목격한 박용락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몽둥이로 내려친 순간 저항을 할 수 없이 풀썩 주저 앉았는데도 온 몸과 머리를 계속 내리쳤다"며 "도대체 왜 새벽에 기습적으로 쌍팔년도때처럼 폭력적으로 진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아닌 그 누군가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31일 새벽에 고공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향해 경찰이 곤봉으로 수차례 내리치는 강경 진압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보도 기사에 따르면 김준영 사무처장은 이 날 사측과의 교섭을 앞두고 지난 29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고 한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402일째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되자 김 사무처장은 철탑을 만들고 고공농성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교섭이 예정된 이날 새벽 고공농성자를 끌어내렸고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박 상임부위원장은 "사측(포운)은 오늘 10시에 교섭을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경찰이 기습적으로 폭력진압을 했다. 오늘 진정으로 교섭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오늘 교섭도 하지 않을 작정으로 위에 지시가 있었을 것 같은 추측이 든다"고 주장했다. 노윤철 금속노련 조직실장도 "전날 경찰이 (오늘 교섭이 예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진압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며 "그런데 새벽 다섯시 반 쯤 갑자기 들이닥쳐 위에 혼자 있는 김 사무처장 머리를 두들겨 팼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보도 후 농성자가 위협적으로 저항해 공격적인 진압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농성자가 무기를 들고 경찰의 접근을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검거 계획을 실행하는 당시 위에 올라가 있는 김 사무처장이 쇠막대기를 던지고 정글도를 휘둘렀다"고 반박했다.

즉, 김준영 사무처장이 먼저 쇠막대기를 던지고 정글도를 휘두르며 위협했기에 곤봉을 통한 무력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그는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경찰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폭력 진압이라는 노조 측 주장엔 "폭력 진압도 과잉 진압도 아니라 법 집행"이라며 "현장에서 불법 농성장으로 교통의 큰 불편을 초래했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데 경찰에게 격렬하게 저항을 했기 때문에 당시 현장을 제압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노총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권 공권력 남용 및 폭력 진압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정권이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1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며 "그러나 어제와 오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연행과 진압을 보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그러나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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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쥬 2023-06-04 04:16:32
경찰이 노동자에게 곤봉을 휘둘려서 괴잉진압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충격을 먹었습니다 ㅜㅜ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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