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 연탄 못받고… 받은 사람은 헐값에 팔고
필요한 사람 연탄 못받고… 받은 사람은 헐값에 팔고
'연탄깡을 아시나요'... 정부·지자체·기업사회단체, ‘마구잡이 지원’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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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주고 보자”... 난방지원 중복
연말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연탄에도 불편한 진실은 숨어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전달이 돼야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떤 세대에는 너무 많은 연탄이 전달돼 그 가치를 잃고, 또 어떤 세대는 필요한 물량을 채우지 못해 한겨울 한파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남아서 걱정인 풍요로운(?) 사람들 속에서, 연탄마저도 빈곤함을 벗지 못하는 이중나선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각 기관과 단체 등의 지원 경로와 창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해관리공단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하는 연탄 쿠폰(16만 9000원)과 각 지자체별 복지지원 사업이 더해져 중복지원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복지담당 공무원의 잦은 교체와 부족한 인력 등은 지원 대상 관리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탄 너무 많아 헐값에 팔기도
“연말연시가 되면 각 기관과 기업, 단체 등을 비롯해 절, 교회 등 종교단체, 정치인 등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지원하는데 이들 모두가 각 지역 주민센터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명단을 받아 지원 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지원이 발생합니다. 또 시 외곽, 달동네 등 배달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대전 연탄은행 신원규 대표는 “무료 연탄배달을 원하면 중복 지원되지 않도록 연탄은행에 꼭 연락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연탄 한 장의 온기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석과 같은 존재인데, 이마저도 차별을 받는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추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 연탄은행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연탄사용 저소득층 1300여 세대 중 약 800여 세대에 25만에서 30만 장 정도의 연탄을 나눠준다. 사회 곳곳의 후원과 기부를 받아서다. 그런데 신 대표는 지난해 충격적인 제보를 접했다. “무료로 받은 연탄이 너무 많아 헐값에 되팔려는 사람이 있다.” 설마 했던 소문이 실제 제보로 전해진 것이다. 가득이나 지원 물량과 대상의 한계로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던 신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연탄 지원 창구를 반드시 단일화시켜야 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정부지원도 주먹구구
뿐만이 아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탄 쿠폰과의 중복도 문제다. 모든 지원이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제도권 밖에서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전시 복지만두레 수혜 대상도 수급자 비율이 약 60% 정도입니다. 일부는 연탄은행과 기관, 기업, 복지만두레 등의 무료 지원에 쿠폰까지 받아 이중, 삼중으로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관에서도 지원 대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연탄 지원 현장을 누비는 신 대표가 바라본 실정이다. “기관과 기업, 단체 등서는 배달이 쉬운 지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쉬움이 많죠...”

신 대표는 대전에서 방동, 상·하소동, 오동, 복수동 인근 등을 대표적인 소외지역으로 꼽았다. 이들 지역은 관에서의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해 신 대표는 주민센터 명단을 따라 200장의 연탄을 싣고 유성구 방동의 한 할머니 집을 찾았다가 “기름 보일러로 교체했다”는 말을 듣고 헛헛한 발걸음을 돌렸다.

지원 대상 관리부실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구 대동에서는 사망 사실을 몰랐으며 동구 중앙동에서는 주민센터가 지원을 요구한 집을 찾았으나 연탄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었다. 동구 대동의 한 할머니는 여기저기서 받은 연탄을 담벼락 밑에 쌓아뒀다가 비가 내려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재개발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받은 연탄을 동네 빈 집에 보관하기도 한단다. 현장 정보와 행정이 괴리된 단면들이다.

 

쿠폰 ‘깡’까지 등장
지난해 연탄 쿠폰을 지급받은 대전 동구 대동의 한 할머니는 많은 양의 연탄을 이미 확보해 쿠폰이 필요 없었다. 그보다는 고장 난 연탄보일러 수리가 급한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쿠폰을 연탄은행에 맡기며 옆집에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옆집은 할머니에게 보일러 수리비를 건넸다.

연탄 쿠폰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올해부터 차상위 계층까지 지급된다. 금액은 올해 기준 16만 9000원이다. 연탄(한 장 500원) 350장 정도를 구입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이 할머니는 쿠폰을 15만원에 팔았으며 나중에 주민센터에는 연탄을 받지 못했다고 말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350장의 연탄이 너무 많아 일부를 번개탄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연탄은 이미 많으니 쌀이나 라면, 김치로 바꿔 달라.”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독거노인들 중에는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연탄을 제때 갈지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스 노출 위험도 상존한다. 달동네에서는 별도 배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쿠폰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지원 창구 단일화 필요
“어차피 좋은 일들을 하는 건데, 이왕이면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해요. 정부에서 지원하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기부와 후원으로 충당하는데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골고루 전달되면 좋잖아요.” 신 대표는 꼭 연탄은행이 아니더라도 지원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중복지원에 따른 폐해와 무료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풍토가 사라질 것이라고.

“달동네는 배달 요금을 더 준다고 해도 배달을 꺼립니다. 땀 흘리며 손수레를 끌고 달동네를 찾으면 어르신들이 그러세요... ‘오래 살아서 이런 덕을 다 본다’구.”봉사는 자유의지이지만 그 봉사의 가치와 진정성이 더 높아지는 방안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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