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찾아서 지원… 中企 사장님 얘기만 들어줘도 큰 용기”
“하나라도 더 찾아서 지원… 中企 사장님 얘기만 들어줘도 큰 용기”
최국장이 만난 사람│김범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본부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2.11.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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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가 습관이 됐다. 보물처럼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닌다. 작은 수첩 하나. 앞장에 ‘중소기업의 Success Supporter(석세스 서포터)’라고 적혀있다. 첫 페이지를 펼치니 2월 17일이란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수첩을 새로 바꾼 날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놓지 않았던 일. 이미 반을 넘겨버린 수첩에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얘기가 빼곡하다.

7일 대전 유성구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규(56)본부장은 사장님들이 얘기한 것을 까먹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서 메모를 한다고 했다.
고교시절 인연을 맺은 대전. 사회초년병시절에 잠깐 근무도 했다. 20여 년 만의 복귀.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역 기업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찾아줘야겠다.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겠다.” 지난 7월 1일 대전으로 발령이 나던 날 품은 생각이다.

4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만난 중소기업 대표만 50여명이다. 주말과 휴일을 빼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만난 셈이다. 덕분에 그의 수첩은 갈수록 부풀어 오른다.
그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혼자 일인다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하기만 해도 사장님들한테는 큰 용기가 된다”고 말했다.

“현장 방문 애로사항 듣고 해결해주려 노력”
최재근(이하 최) : 대전지역본부장으로 부임한 지 4개월이 됐다. 어떤가.
김범규(이하 김) : 대전 쪽은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사업구조가 취약하다. 그러다보니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그런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현장에 모든 문제가 있고 답도 있다. 그래서 현장을 중심으로 직접 업체 사장들을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고 문제점도 같이 고민하며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최 : 기업을 방문해서 하는 활동은.
김 : 주로 사장님들의 얘기를 듣는다.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하다든지 아니면 본인이 느끼고 있는 경영상의 문제점 등을 듣는다. 우리가 해결할 일은 우리가 해결해 주고,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본사에 건의해서 정책이슈로 만들어 해결하려고 한다.
최 :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김 : 인력문제나 자금조달문제에 대해 하소연을 많이 한다.
최 : 불만의 목소리는 없나.
김 :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에 대한 불만도 있다. ‘왜 나는 10억이 필요한데 자금을 충분히 주지 않냐’ ‘제 때 돈을 쓸 수 있도록 처리기간 좀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불만도 있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는데, 좌우간 그런 불만들이 업체들의 요구사항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요구사항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공단지 이름 바꿔달라 요구… 정책 건의”
기억나는 기업이 있는지 물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벗어놓은 양복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조그마한 수첩이다. 오래된 듯 다소 낡았다. 수첩을 펴는데 빼곡하다. “그동안 사장님들한테 들은 애로사항이나 아이디어를 적어 놓은 것”이라며 웃는다.

“한번은 농공단지 입주기업에 갔는데 충남농공단지 협의회장이 ‘농공단지’라는 이름을 바꿔달라고 하더라고요. 농공단지라고 하니까 인식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잘 안온다는 거에요. 농공단지라는 명칭을 테크노단지 등으로 세련되게 바꿨으면 하고, 아니면 적어도 산업단지라는 이름만이라도 바꿔줬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책건의를 해놓은 상태죠.”

정부 R&D 자금을 지원받아 제품을 개발한 한 업체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압축기를 만드는 업체로, 통상적인 유압으로 돌리는 제품이 아니라 물로 만든 압력을 전달하는 신제품을 만들었는데 정부로부터 사후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개발한 제품을 무려 1년 6개월여 동안 판매를 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놓고 있었다는 것.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알아보니 판매를 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는 얘기이다.

“정부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어보기만 했어도 해결될 문제였지만 중소기업 사장들이 정부 관료를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다 보니 차일피일 미뤘던 거죠. 더욱이 정부에서도 정확히 고지가 안됐던 거고. 그래서 R&D자금을 지원받아 제품을 개발하면 바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공지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됐죠.”

“대덕연구단지 인프라 대전충남 기업들엔 행운”
최 : 메모는 항상 하는가.
김 : 그렇다. 메모를 해 놔야 내가 그 문제를 까먹지 않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반드시 메모를 한다. 직장생활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도 메모기능이 있어 함께 사용한다.
최 : 경기본부장에 이어 강원본부장을 했고 지금은 대전본부장으로 왔는데 대전경제를 평가한다면.
김 : 물론 수도권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이상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도와 여기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강원도는 5인 이상 제조업체의 경우 1500개에 불과한 반면 대전충남지역은 5200개나 돼 대전충남지역 기업들이 나름대로 강원도보다는 경영환경이 좋다고 생각한다.

최 : 대전충남지역 업체들의 강점은.
김 : 여기에는 대덕연구단지라고 하는 R&D센터가 있다. 이런 인프라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대전충남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한테는 행운이다. 여기 있는 기업들이 연구단지라는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연구단지와 기술개발에 대해 협력만 잘 한다면 어느 지역 중소기업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기업과 연구소들이 그러한 기반을 만들어야 하고, 연구단지 각 연구소도 중소기업들과의 R&D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 :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안 이뤄지고 있다.
김 : 그래서 정부가 하는 것이 산학연 사업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지금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R&D자금 같은 경우는 대학, 연구소와 반드시 연계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잘 활용한다면 그러한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 기업인들 너무 얌전… 적극성 필요”
최 : 지역 기업인들 많이 만났는데, 경기나 강원지역 기업인들과 차이가 있나.
김 : 한마디로 이쪽지역 기업인들은 너무 얌전하다. 본인이 요구하는 것이나 원하는 것을 과감히 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떼도 좀 쓰고 해야 하는데 너무 얌전하다.(웃음) 조금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 사장님들은 안 그러신다. 수도권 사장님들은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 왜 이건 안해주느냐, 왜 이건 안되느냐 이런 요구를 많이 한다. 대전충남지역 사장님들도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는 “경제환경이 썩 좋지는 않지만 기업인들이 주눅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특히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으면 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쪽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단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직원에 대한 교육 등에도 힘써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 청년 실업률은 높은데 중소기업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가 있다면.
김 :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중소기업들도 우리 대학생들이 가서 일할 만한 훌륭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사실 대기업 같은 곳은 이미 시스템이 꽉 짜여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본인이 가서 열심히 하면 회사도 크고 자신도 같이 성장하는 만큼 충분히 성취욕을 느낄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젊은층이 중소기업에 관심 가져야… 창업에도 도전을”
최 : 진흥공단에도 젊은층을 위한 사업이 있나
김 : 중소기업들의 인력난해소를 위해 ‘스마일 스토리지’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중소기업들이 채용 공고도 내고, 청년 대학생들이 업체를 방문해서 취재한 뒤 업체 스토리를 만들어 올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젊은이들의 눈 높이에서 중소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장이다. 또 올해부터 진흥공단에서는 청년 전용 창업자금도 별도로 만들었다. 대전지역 예산만 42억 5000만원이다. 벌써 70개 업체를 지원했다. 무엇보다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선배 기업인들을 멘토로 한 일 대 일 매칭을 통해 창업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금리도 2.7%로 낮고 성실하게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다면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기도 하는 만큼 젊은이들이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최 : 젊은층에게 한 마디 한다면.
김 : 대학생들이 일자리 없어서 일 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안한다.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은 인력난이고 청년은 실업난이라는 미스매칭의 문제이다. 대기업에만 눈 돌리지 말고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젊은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중소기업과 함께 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취직도 좋지만 창업에의 도전도 했으면 좋겠다. 열정과 용기를 가지고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타올협동화단지 구상중… 대전 타올 메카로 만들겠다”
최 : 중점을 두고 하는 일이 있다면.
김 : 대전에 타올공장이 47개 정도가 있다. 이들 업체는 기술개발은 물론 많은 특허를 통해 고급수건을 만들고 있다. 수출도 30~40%씩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각자 일을 하다보니까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업 중에 협동화사업이 있는데, 이들 업체들을 모아 타올협동화단지를 만들고자 한다. 공장, 창고 등을 같이 짓는 것은 물론 전시장도 공동으로 마련하고 운영토록 함으로써 타올하면 대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올해 마무리 사업으로 해보려고 한다. 그 첫 단계로 이달 20일에는 사장님들 모시고 설명회도 열 예정이고, 잘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최 :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김 : 중소기업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있는 거고 진흥공단이 있으니까 나와 여러분들이 월급을 받아서 가정생활하고 있는 것인 만큼 그분들이 잘되도록 최대한의 서비스를 해야 된다고 말한다. 더욱이 여러분의 아버지나 형님이 중소기업하는 사장님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것도 지원하는 것이지만 하나라도 더 찾아서 지원하려고 하는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지원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나도 몸소 실천중이다.

인생의 좌우명을 물었더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행동하는 양심’이란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좋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단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입니다. 우리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의 88%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죠. 이렇게 보면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국민들이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김 본부장은?

김 본부장은 충남대 농공학과를 나와 1985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입사한 뒤 자금총괄부서인 융자사업처장, 구조고도화사업처장, 기획조정실장, 경기본부장, 강원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7월 1일 대전본부장으로 부임했다.

-고향은
전북 김제이다. 초등학교는 김제서, 중학교는 이리서 나왔고 대전에서 남대전고등학교와 충남대 농공학과를 나왔다.

-농공학과 출신인데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어떻게.
대학을 졸업할 때 경제 쪽에서 일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잡은 것이 인연이 됐다.

-취미는
마라톤이다. 13년 됐다. 완주는 3번했고 하프는 한 40번 정도 뛰었다. 건강관리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지금도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10여Km 정도 뛰고 출근한다.

-마라톤 동호회 활동도 하나.
여기서는 할 시간이 없고 일산이 집인데 고양시 마라톤클럽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생활은 어떤가
살기는 편하다. 교통의 중심지라서 그런지 색깔이 없다. 팔도사람 다 모여서 살아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때는 열정만 갖고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너무 많이 변했다.

-지금 거주하는 곳은
관사인 둔산 샘머리아파트에 살고 있다.

-저녁시간에는
저녁에는 주로 기업인들의 모임에 나간다. 융합연합회라고 해서 한 40개 모임이 있는데 매월 모인다. 그분들 얘기도 들어줘야 하고 새로운 정책 있으면 설명도 해준다. 그런 모임 다니다 보니 저녁에는 꼼짝도 못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하는 일은?

중진공은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과 관련된 4가지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가 정책자금 융자이고 두 번째는 중소기업 대표나 현장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그리고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컨설팅, 마지막으로 국내외 마케팅을 지원하는 업무이다.
이중 융자사업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대전본부의 한해 예산이 1300억원 정도 되는데 대전과 충남서만 연간 350~400개 정도의 업체를 지원한다.

5년 미만까지를 창업기업으로, 5년 이상을 기존기업으로 보는데 5년 이상된 기업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췄다 보고 창업기업 쪽을 주로 지원한다. 사업성과 기술성, 미래성공가능성은 있지만 사업구조가 취약하거나 신용이 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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