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가을비
[詩읽는 아침] 가을비
  • 김영수
  • 승인 2015.10.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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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 이외수 作

사랑하는 그대
이제 우리 다시 만나면
소중한 말은 하지 말고
그저 먼 허공이나 바라보다
헤어지기로 할까
귀신도 하나 울고 가는
저녁 어스름
마른 풀잎 위로
가을비가 내린다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삼라만상(森羅萬象)은 가뭄에 시달려 고사하기 직전 이옵고, 억조창생(億兆蒼生)들이 하늘을 우러러 단비를 갈구하기 어느 덧 반 년 이옵니다. 임금된 자가 덕이 없으면 삼재팔난(三災八難)으로 나라를 괴롭힌다 하였으니 혹 이 소자 도(세종의 이름)의 부덕으로 인한 벌책을 내리시옴인저, 여기 염천에 면류관(冕旒冠)·곤룡포(袞龍袍)로 벌을 서옵나니 일체 허물을 도 한 몸에 내리시고 단비를 점지해 주옵소서.”(세종 5년(1423년) 7월 13일)

조선시대의 성군인 세종(世宗)의 ‘기우제 축문’입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조’ 기사를 보면 무려 199번이나 기우제(祈雨祭)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 데, 세종 32년 재위기간 평균 6번을 년마다 치렀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기우제를 지내지 않은 조선조의 왕들이 없었지만 특히 재위동안 100번 이상 지낸 왕은 중종 재위39년 113, 숙종 재위46년 177, 영조 재위52년 174, 순조 재위34년 128, 고종 재위43년 186번이나 치렀다는 기록입니다.

조선 순조(純祖)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太宗)이 임종을 앞두고서 동궁인 세종을 불러  “나라에 가뭄이 너무 심한데, 내가 죽어 혼이 있다면 이날 비가 오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태종이 죽고 난 뒤, 매년 음력 5월 10일에 비가 내려 이 비를 ‘태종우(太宗雨)’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농지들은  80% 이상이 거의 다 천수답(天水畓)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되어 있어서, 하늘의 뜻을 받아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드는 것도 자신의 불찰로 여기고 하늘에다 자신의 부덕을 아뢰고 백성들을 위하여 비를 달라고 기원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국가의 제사를 담당하는 부서인 소격서(昭格署)에서 왕이 친히 내린 향과 축문을 받아 기우제를 지내는데 응답이 없으면 이번엔 격을 높여 다음 왕위에 오를 동궁이 몸소 사직단에 나가서 기우제를 드리는데 그래도 응답이 없으면 친히 왕이 나서서 직접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이때 왕이 이동할 때 타는 가마인 연(輦)을 타지 않고 보통사람들이 타는 가마인 보여(步輿)를 탔으며, 해 가리개인 일산(日傘)도 없이 다녔으며, 밤새워 비가 오게 해달라고 기원하였습니다.

세종시대에 예조판서였던 신상(申商 : 1372∼1435)은 가뭄에 행하던 ‘기우행칠사(祈雨行七事)’라 하여 기우제를 지내는 동안에는 첫째로 억울한 죄수를 방면해 주고 실직한 사람을 서용(敍用)할 것, 둘째로 환과고독(鰥寡孤獨)을 구휼(救恤)할 것, 셋째로 부역과 조세를 감할 것, 넷째로 인재를 등용할 것, 다섯째로 간사한 자를 물리칠 것, 여섯째로 과년한 남녀를 결혼시키고 젊은 홀아비와 과부를 혼인 시킬 것, 일곱째로 수라상에 올리는 찬(饌)의 가지 수를 줄이고 풍악을 울리지 않을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성군(聖君)인 세종은 이런 와중에 백성들을 위하여 측우기(測雨器)를 만들었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편찬하기도 했습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上)편에 보면 맹자가 양혜왕에게 말합니다.
“未有仁而遺基親者也(미유인이유기친자야)이며 未有義而後基君子也(미유의이후기군자야)이니 王亦曰仁義而已矣(왕역왈의이이이)인데 何必曰利(하필왈리)인가”

“사람이 어진데도 자기 부모를 버린 사람은 없으며, 사람이 의로운데도 자기 왕을 버린 사람은 없으니, 왕도 또한 인의만을 말해야 할 텐데, 어째서 이익만을 말하는가”란 조언입니다.
요사이 가뭄으로 야단났습니다. 헌데 목 타는 것은 여전히 불쌍한 백성들 뿐, 어쩔 수 없다면 과학적이 아니라도 기우제라도 지낼 수밖에. 하도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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