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
[청년광장]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
  • 강정의
  • 승인 2016.03.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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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의 한남대학교 영문과 졸업

[굿모닝충청 강정의 한남대 졸업] 아파트에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경비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고용 대신 대기업이 운영하는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설치가 결정되자 대표회의는 지난달 26일 경비원 44명에게 이달까지만 근무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들은 평균 10년 이상 근무한 경비원들이었다. 대표회의는 2014년, 2015년에 걸쳐 무인경비시스템 투표를 진행했지만 모두 부결되었고 지난 1월에서야 주민 과반수가 찬성해 통과됐다. 하지만 투명하지 못한 투표 절차에 아파트 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와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경비원은 경비 업무 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관리, 아파트 주변 청소, 화단 정리, 눈비 올 때 미끄럼방지 깔판 설치 등 부수적 업무를 맡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근무 형태는 보통 24시간 근무 뒤 다음 날 퇴근 하는 2교대가 많다. 1주일에 70시간이 넘는다. 이토록 많은 일을 맡고 있는 경비원은 지난해 비로소 최저임금을 적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비원의 일에 비해 높은(?) 보수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대표회의는 기계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경비원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경비원의 업무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우리가 불편함 없이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그들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의 도움을 받고 지낸다는 것을 망각하곤 한다. 무심코 지나갔던 세세한 부분에 사실은 그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던 것이다.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인한 경비원의 임금 상승은 도리어 경비원 대량해고로 이어졌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그들을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는 기술의 효율성이냐, 인간의 존엄성이냐는 현대사회의 화두와 맞닿아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는 반면 한 해에 수천 개의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이란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 낸 기술에 도리어 우리 삶이 불행해지는 모순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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