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날에 우린 텃밭 가꿔"
"봄... 봄날에 우린 텃밭 가꿔"
도시농업이 삶을 바꾼다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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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지족동 한 전원주택 앞 텃밭에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시금치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지영철 기자 g9photo@weeklydt.kr

# “아빠, 이번 주말엔 어디 갈까?” “음 글쎄... 바닷가는 지난주에 다녀왔고, 미술관과 박물관도 여러 번 갔는데...” 주말이면 아이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주말에 아이들과 흙을 밟아 보자. 회색의 도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흙을 밟고 뒹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어린 자녀들과 텃밭 농사를 한다면 흙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를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고, 꽃을 보고 식물을 만지게 한다면 착한 심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식물 근처에 있거나 식물을 돌보면 편안함을 느낀다. 또 자연을 체험하면 기력이 회복되며 특히 식물의 녹색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 “당근 먹기 싫단 말이야...”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지, 햄버거나 빵 좀 그만 먹어!” 아이들과 매일 벌이는 식탁 전쟁, 이제는 지겹다.

“채소를 기른 아이가 채소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르고 먹는 것’과 ‘누가 짓는지 알고 먹고, 누가 먹는지 알고 짓는 농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이 직접 기른 채소는 아이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기르고 가꾸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고 제 먹을거리, 곧 자신이 될 생명을 직접 가꾸는 행위 자체는 먹는 문화를 뒤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다. 로컬푸드의 개념이 여기에서부터 싹튼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의식주’ 중 가장 우선은 ‘식(食)’이다. 모든 먹을거리는 인간의 몸을 지배한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여야 하는 것이다. 자연의 속도에 맞게 생산된 바른 음식, 그러한 음식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한다. 바른 음식은 자연으로부터 온다. 인공적 가공이 배제된 자연 그대로의 음식, 흙에서 불어주는 생명의 기운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이 된다. 자연과 인간은 근본적으로 하나인 셈이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도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도시민들은 상처받고 멍든다.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얻기 힘든 ‘음식문맹’들도 넘쳐난다. 정서적 여유를 찾기도 힘들다.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이 건강과 여유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민들은 궁극적으로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이를 바탕으로 시작된 것이 ‘도시농업’이라는 시민운동이다. 도시농업은 자본의 음식에 저항하고 나눔과 공생의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삶의 여유와 건강, 안전한 먹을거리를 가족과 이웃에게 공급하고 싶은 욕구가 도시농업의 근간이 됐다.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농업 생산활동’을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상자와 화분을 놓고 기르는 채소, 옥상 텃밭, 실내정원, 학교 텃밭, 텃밭 공원, 도시 근교농업, 주말농장 등 형식과 내용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인간 중심의 생산적 여가활동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농업이 여가활동으로 영역 확장이 이뤄지면서 농업(agriculture)와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여기에 농사활동을 통해 도시 생태계의 보전과 사회 공동체 회복에도 큰 효과가 인정되면서 도시농업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공익적 가치도 상당하다. 작은 녹지공간들이 모여 곧 도심의 허파가 되고 꽃과 나비, 풀, 씨앗들이 되살아나면서 도시의 녹색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거점이 된다. 산소 배출과 유해가스 해소, 열대야 경감, 냉·난방비 절감 등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효율적 수단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텃밭 교사 배출과 퇴직자들의 노후 등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도구로서의 기능도 기대된다.

“신부님, 수녀님만 성직이 아니죠. 가장 훌륭한 성직(聖職)을 농부라고 했어요. 농부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대학교수도 없어도, 농협 없어도, 군인 없어도, 판·검사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농부가 없으면 살수가 없어요.” 귀농 8년째인 서종흥 시인이 어느 귀농 체험에서 밝힌 소감이다.
대전시 농업기술센터 지태관 박사(도시농업 전공)는 “농업은 본래 마음의 고향이라 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정취와 고향, 부모생각 등 귀향의 본능과 귀농을 동시에 동경하는 향수성의 특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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