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뒷고기와 갈치속젓의 특별한 만남
돼지 뒷고기와 갈치속젓의 특별한 만남
[굿모닝충청 맛집]대전 유성시장 입구 뒷고기전문점 '아저씨'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1.09 1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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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돼지를 잡는 이들이 너무 맛있는 부위라서 밖으로 팔지 않고 뒤로 빼돌려 자기들끼리만 몰래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뒷고기’. 바로 돼지의 목에서 턱살 부위에 이르는 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경상도, 특히 부산에 가면 ‘김해 뒷고기’라 하여 동네마다 서로 원조를 다퉈가며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이미 ‘대구 막창’과 쌍벽을 이룰 정도.

김해 스타일? 우린 ‘충청도 스타일’

하지만 이곳 대전에도 오랜 세월 소주 한 잔의 추억과 함께 서민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충청도 스타일’ 뒷고기가 있다. 금호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성장 입구에 위치한 ‘아저씨’가 바로 그곳. 김시각·노순이 부부가 오늘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시골 5일장의 투박한 정과 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집은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벌건 숯 굽는 냄새, 지글지글 고기 익어가는 냄새,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는 소리가 먼발치서부터 먼저 손님들을 맞이한다.

우연히 찾았다가 맛에 반해 버린 후 몇 번의 암행(?) 탐색 끝에 지난주 취재를 갔더니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는 잔치라도 벌일 듯 온 시장이웃들을 다 불러 모으고야 말았다. 덕분에 취재 내내 화기애애.

“아, 이집이 늦게 오면 고기가 떨어져서 못 판다는 집인데 제대로 찾아왔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노골적인(?) 추임새에 가게 안이 금세 시끌벅적 해졌다.

돼지고기의 최고급 부위 ‘뒷고기·덜미살·뽈살’

‘아저씨’의 뒷고기는 좀 특별하다. 일단 기본인 고기부터 제주산 흑돼지. 자질구레한 머릿고기 부산물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항정살이 길쭉하게 박혀있는 ‘뒷고기’와 고기 사이사이 마블링이 가지런한 ‘덜미살’, 턱을 받치고 있던 잔 근육이 그대로 살아있는 ‘뽈살’만을 취급한다.

돼지가 가장 많이 운동하는 부위가 바로 목과 턱, 그만큼 고기도 가장 맛이 있다. 사실상 말이 ‘뒷고기’이지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삼겹살도 마다하는 최고급 부위다.

맛이야 뭐~, 고기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것은 물론 잡냄새 하나 없이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두 말할 나위 없는 명품. 고기를 2-3일 따로 숙성시킨다더니 고기에서 단물이 줄줄 흐르는 듯하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이집만의 특허가 바로 ‘갈치속젓 소스’. 시골에서 흔히 쓰던 간장종지에 담아 불판에 같이 올려놓으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데, 이때 참숯에서 기름기가 쏙 빠진 고기를 ‘폭’ 찍어 입에 넣으면 그 맛이 환상 그 자체다.

갈치속젓에 과일과 양파, 청양고추 등을 갈아 넣었다는데 젓갈 특유의 비린내 없이 고기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상추고 마늘이고, 야채 없이도 노릇노릇 익은 고기가 입안으로 쏙쏙 잘도 들어간다. 여기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캬~’. 세상 진미가 부럽지 않다.

마무리는 ‘보들보들, 쩍쩍’~ 두툼한 등껍데기로

하나 더, ‘아저씨’에 오는 단골들이 마지막 코스로 꼭 주문하는 부위가 있으니 바로 ‘껍데기’. 일단 보기에도 여느 식당에서 파는 껍데기와는 두께부터 차이가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파는 뱃가죽이 아니라 바로 등껍데기. 역시 입안 가득 씹히는 맛이 장난이 아니다. 갖가지 과일과 채소를 더한 간장양념이 속속들이 배어 보들보들,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다.

여기에 한겨울 추위를 녹여줄 뜨끈한 미역국과 계란탕, 연탄난로 위를 차지한 추억의 도시락과 맛깔스런 밑반찬까지…. 맛도 가격도 인심도 찾는 이들을 늘 행복하게 만드는 ‘아저씨’는 언제 찾아도 푸근한 시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

뒷고기 반근 1만 2000원/한근 2만2000원, 덜미살 반근 1만 3000원/한근 2만4000원, 뽈살 반근 1만 2000원/한근 2만 2000원, 껍데기 5000원(150g), 추억의 도시락 3000원.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280-10. ☎042-822-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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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2013-01-14 16:58:11
보기만해도 군침이 절로 나오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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