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 간직한 옛 한국산업은행 건물 매물로
근대역사 간직한 옛 한국산업은행 건물 매물로
대전 정체성 팔아 넘기나… 市, 재정부담에 명분 찾기 분주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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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대전역을 중심으로 대흥동과 선화동, 소제동에 이르기까지의 동서라인은 근대 건축물들의 보고로 근대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대전은 1905년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선 개통과 1932년 충남도청 이전 등과 맞물려 근대 도시로의 도약 과정을 빠르게 거쳤다. 이를 전후해 지어진 충남도청사와 대흥동 도청 관사촌, 대전여중 건물, 중동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 한전 대전보급소,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선화동 사범학교 교장 사택(사범주택),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 등이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근대 도시 대전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최근 보존과 활용의 갈림길에 선 건물이 바로 중앙로(동구 중동 92-1번지)에 자리한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이다. 1997년까지 산업은행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다비치 안경원이 입점해 있으며 한국자산관리에 위탁돼 공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전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전의 근대 건축물 20개 가장 오래 현존하고 있는 건물이며 건축양식과 보존상태, 역사성, 지리적 여건, 활용가치 등에서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간에게 매각되는 것보다 대전시가 이를 매입해 공익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존과 활용이라는 실리를 거둘 수 있는 길”이라며 대전시의 적극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시는 “현재 공매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염홍철 시장의 적극적인 매입 검토 지시 등 내부적으로 합리적 활용방안을 전제로 한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건물인가
1937년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만주와 영국의 화강석을 사용하면서 화려한 테라코타 양식과 고전성, 친환경성을 두루 갖춘 당대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다. 당초 1912년 (주)한성은행 대전지점을 건축한 자리였지만, 1918년에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을 신축하고 현 건물은 1937년 12월 준공됐다. 1954년부터 산업은행으로 활용되다가 1997년 산업은행이 둔산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철거 논의가 있었으나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등록문화재 제 19호로 등록됐다. 2005년까지 대전우체국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다비치 안경원에게 임대돼 있다.

 

 

현재 상황은
소유자인 한국산업은행이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해 공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산출된 감정평가액은 69억여원. 올 1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6차례의 공매가 유찰됐으며 이에 따라 이달 초 진행될 공매에서는 입찰가가 40% 감액된 41억여원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 공매 입찰가는 최고 50%까지 감액될 수 있다.

대전 문화연대,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한밭문화마당 등 3개 단체는 지난 달 21일 현장 설명회를 갖고 “대전시가 옛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을 매입해 ‘대전 근대역사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더불어 대전역과 충남도청 주변에 산재해 있는 근대 건축물들의 동선을 연계해 대전의 근·현대사를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전시에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 대전 인포메이션 센터, 대전 근대역사관, 회의실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대전 동구도 중앙시장 등 원도심 활성화와 대전 금융역사 보존 등 역사적 가치를 고려할 때 시가 매입해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활용 방안은
현재 시는 경제사 박물관과 안경사 박물관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근·현대의 금융 역사를 간직한 공간의 활용 방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대두되는 것은 ‘금융교육 공간’으로서의 활용이다. 시가 매입 후 일정공간을 금융교육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에 임대할 수 있다는 것. 임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시가 직접 관리,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저축 교육, 직장인이나 주부들을 위한 자산관리 및 재테크 교육, 중·장년층들을 대상으로 한 노후설계 교육, 은퇴자나 노령층들에게는 안정적 자산관리 등 연령과 계층별 맞춤형 금융교육을 금융 전문가들과 실제 금융시스템을 활용해 진행한다면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이란 기대다.

 

대전시의 고민
염홍철 대전시장은 최근 간부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서 “재정 부담이 커도 현실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거나 의미 있는 사업이라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시가 관심을 갖고 매입 및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대전시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에 매입을 요청한 등록문화재는 총 12건, 1275억원에 달한다.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입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매입 후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전제한 매입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금을 들여 매입하는 명분을 활용 방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아쿠아월드 인수 입장을 공식 천명한 상황에서 또 다시 민간 건물을 매입하게 될 경우 받게 될 부담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 문화연대,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한밭문화마당 등3개 단체가 지난 달 21일 옛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 앞에서 현장 설명회를 갖고 있다.

타 시·도 사례
대전 문화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군산시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근대문화중심도시 사업으로 국비와 시비 등 24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국내에 자장면을 가장 먼저 만들어 판매한 공화춘의 옛 건물을 국비와 시비, 구비를 포함해 65억원에 사들여 올 4월 자장면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대구시도 47억원을 투입해 옛 산업은행 건물을 매입, 올 1월 대구 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다.

대전은 옛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을 3억 8000만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해 2008년 대전 창작센터로 개관한 사례가 전부다.

박은숙 대전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다 지역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의 근대 건축물은 보존과 활용이 공존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근대 도시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대전은 오히려 이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역사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근대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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