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용 대전 서구청장이 구정 홍보 동영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모두 지우라고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다수의 서구 공무원들에 따르면 박 청장은 이달 5일 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구정 홍보 동영상 시연회 자리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 자리에는 6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박 청장이 거론한 이유는 구정 홍보 영상의 합리적 효용성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차기 청장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데, 구정 홍보를 위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영상에 현직 청장의 활동사항과 얼굴이 나오면 나중에 활용할 수 있겠냐”고 지적하고 “공무원 양심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민들에게는 청장의 활동보다는 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더 궁금한 사안이다. 청장 얼굴 대신 지역의 문화 인프라나 편의시설, 관광자원 등을 소개하라”라고 지시했다.
박 청장의 구정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덕분에 구 기획계 및 위탁업체 직원들은 3일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얻었지만 싫지 않은 눈치다.
한 직원은 “8일 구정 설명회에 맞춰 영상을 다시 제작하느라고 힘들었지만 청장이 이런 합리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구는 이 영상을 8일 도솔다목적체육관에서 연 구정설명회 자리에서 활용했다.
실제 청장이 나왔던 부분에는 장태산, 문화예술의전당, 한밭수목원, 월평공원 등 서구의 풍부한 인프라 가 소개됐다.
체육관에서 만난 박 청장은 “내 치적 위주 영상은 말도 안 된다. 구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 확립을 위해 활용돼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청장은 또 이날 모인 2000여 명에게 ‘서구에 바란다’라는 실명 건의서를 나눠주고 건의함을 배치하는 등 구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실명 건의에 대해서는 해당 실국에서 답변을 보낼 예정이다. 이날 박 청장은 직접 총괄 브리핑을 했다.
총괄 브리핑을 마친 박 청장은 “취임식 날 머슴으로서 절을 했다. 형식적인 순방보다는 머슴이 주인을 찾아 브리핑을 하고 주인의 목소리를 듣는 게 도리다”라며 “내년 출마 여부를 떠나 늘 오늘이 임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