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원칙을 세우는 일
[청년광장] 원칙을 세우는 일
  • 권신구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8.01.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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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구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굿모닝충청 권신구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범죄자 신상공개.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였다. 살인과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난 뒤에는 여지없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 역시 같은 반응이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이목을 끌 수 있는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미 아동·청소년성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가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자의 신상공개가 과연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먼저 범죄자 신상공개는 인권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논쟁 속에서도 범죄자 신상공개를 섣불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근대 이후 인권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국가는 국가 존립의 기틀인 헌법에 인권의 가치를 명문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헌법을 통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인권의 가치를 국가가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자라고 다른 인권의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두에게 같은 기본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국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민의 알권리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할 때 범죄자 신상공개가 과연 공익에 부합한가는 생각해 봐야한다. 범죄사실을 알리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공익적 가치는 범죄억지력이다. 그러나 실제로 신상공개가 이루어 진 뒤 동종의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결과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사회는 같은 범죄로부터 안전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신상공개는 오히려 범죄자의 신원을 모두에게 알림으로써 재사회화의 기회를 박탈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범죄자가 재범으로 이루어지는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타인에 기본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무슨 기본권이 필요한가’라는 주장 역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적인 사실에 치우쳐 이성적 판단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범죄자 신상공개는 우리 사회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공익을 판단하고, 나아가 모든 인권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초석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한발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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