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충남지역 6.13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 중 하나는 ‘보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부여와 청양에서 사상 첫 민주당 군수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3선 도전에 나선 자유한국당 이용우 부여군수 후보와 이석화 청양군수 후보를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후보와 김돈곤 후보가 각각 7.77%P, 2.84%P 차로 누른 것.
특히 그 과정에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져 또 다른 이야기꺼리가 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경선 주자였던 박 전 대변인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끝에 눈물을 머금고 예비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후 본선이 시작되자 부여, 청양, 보령, 서천, 홍성, 예산, 태안 등 주로 험지를 찾아다니며 해당 지역의 후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박 전 대변인은 특히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여와 청양의 정치적 토양을 바꾸기 위해 주력해 왔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심지어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어르신을 뵐 때마다 주저없이 큰 절을 올렸다고 한다.
이를 어색하게 여기는 일부 후보를 향해서는 2016년 총선 당시 하루 동안 마을회관 26곳을 돌며 큰 절을 올린 사실을 소개한 뒤 “그런 자세로 어떻게 부여‧청양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스타급 정치인들의 충남 방문에도 박 전 대변인의 역할이 컸다.
지난 9일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국회의원(서울구로을)이 부여와 청양, 홍성 등을 다녀갔는데, 박 전 대변인은 “누님 같은 박 의원님께 부여의 농민들께서 공들여 가꾼 작물로 만든 선물을 드린다”며 참기름과 들기름 한 병씩을 건네 큰 박수를 얻었다고 한다.
청양지역 유세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현 대통령)가 충남지역 15개 시·군 중 부여‧청양‧예산에서만 상대 후보에게 뒤진 사실을 언급한 뒤 “지난 대선 때는 못했던 것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해야 한다. 양승조를 도지사로, 김돈곤을 군수로 만들어야 청양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양승조 당선자는 부여에서 53.21%, 청양에서 53.6%를 얻으며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를 약 10%P 차로 따돌렸다.
이와 관련 김돈곤 청양군수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박 전 대변인의 도움이 매우 컸다. 함께 현장을 다니면 주민들이 박 전 대변인에게 먼저 달려갈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박 전 대변인의 측근은 “발걸음이 워낙 빨라 후보들이 따라오지 못했었다. 마지막 유세 날에는 입술이 다 부르트고, 차에 올라 곧바로 쓰러질 정도였다”며 “박 전 대변인의 진심이 많이 통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