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노동계 연이틀 날선 공방, 그 원인은?
정부 vs 노동계 연이틀 날선 공방, 그 원인은?
특별연장근로·정규직 전환 두고 ‘온도차’, 해법은 가까이에
  • 지유석
  • 승인 2019.07.24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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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노동계와 정부는 22일과 23일 연이어 날선 공방을 벌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최근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노동계와 정부는 22일과 23일 연이어 날선 공방을 벌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정부와 노동계가 22일과 23일 잇달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먼저 2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방침을 내놓았다. 

다음 날인 23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실적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2019년 6월 말 기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계획의 90.1%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다소 거칠게 반응했다. 먼저 이 장관이 내놓은 방침에 대해선 '기업 요청은 들어주고 노동시간은 늘리겠다'가 요점이라며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 실적발표를 향해선 "2017년부터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3단계 정규직전환 계획 가운데 1단계 전환 실적뿐이다. 2단계 전환 실적은 물론, 3단계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전환 실종사태는 언급도 없다"며 "애초 계획에 비춰 더디고 부족한 전환 실태는 성과로 포장하기에 한참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왜 이런 괴리가 생겼을까? 먼저 특별연장근로를 짚어보자. 이 장관이 밝힌 특별연장근로 적용대상은 플루오린 플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관련 업체다. 

모두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소재 산업이다. 해당 소재는 일본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일본 의존도도 높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 업계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불가피한 처지다. 

그런데 이 장관이 내놓은 방안은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묶어 놓은 근로시간 제한을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긴급하게 R&D 집중근로가 필요한데 근로시간 규제로 차질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라고 이 장관은 설명했다. 

얼핏 타당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수년 간 끈질긴 연구가 필요한 소재 산업의 특성상, 단기간 동안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우리나라 관련 산업 경쟁력이 일본과 대등해지거나 추월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 수출제한조치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 26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대상기업의 63.9%가 현재 필요한 정부지원책으로 R&D 설비투자와 자금지원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당장 업계 종사자의 일하는 시간을 늘려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발상은 시험날짜가 임박해서 공부를 몰아서 하는, 이른바 '벼락치기'로 대비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용역회사가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실적 발표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중앙부처 49곳, 자치단체 245곳은 직접 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100% 이뤄졌다. 

공공기관 334곳도 각각 직접채용 방식과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 58.9%와 41% 정규직 전환을 이뤄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일부 공공기관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다. 

민주노총은 자회사 전환 방식이 정규직 전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장 노동자 역시 자회사는 용역회사와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가 사실상 용역회사나 다름 없다는 정황이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가 사실상 용역회사나 다름 없다는 정황이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마침 MBC 탐사 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15일 의미 있는 취재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공공기관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몰아넣는다'는 게 취재진의 지적이다. 

임금인상률을 따져 보면 문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으로 연간 임금인상률이 16.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 인상률은 10.96%에 그쳤다. 

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IBK기업은행·중소기업유통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자회사와 계약할 때 '노동쟁의 또는 단체행동', '노사분규'를 계약해지 조항으로 넣은 사실도 <스트레이트>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 같은 조항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 중 단결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현장 노동자가 자회사가 기존 인력파견업체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민주노총의 지적은 현실에 부합한다. 

요약하면 정부안이 노동계와 온도차를 드러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들어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학교 비정규직은 3일에, 민주노총은 18일에 총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이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 비해 진일보 한 점은 분명하다. 특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관련부처가 노동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정책은 여전히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이틀간 정부와 노동계의 날선 공방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해법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현장’에 있다. 노동정책 담당 관료들이 이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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