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무역보복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무역보복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분석] 일본 “한국, 우방 아니다” 공식 선언....1965년 체제 스스로 부정
  • 지유석
  • 승인 2019.08.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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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의 파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일본 아베 정권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의 파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7월 초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에 이은 2차 조치다. 

이번 조치의 의미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수출우대국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수출우대국이란 일본 기업이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나라를 말한다. 

일본은 미국, 영국, 호주 등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올렸는데, 아시아에선 2004년 한국이 유일하게 수출우대국 지위를 받았다. 그런데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로 한국이 빠지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로 지정한 품목들은 첨단소재·전자·통신·센서 등 1,100여 개에 이른다. 따라서 한국 산업 전반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을 건 분명해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과거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불충분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취한 것일 뿐 (징용 소송 관련) 대항조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7월 초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조치를 취하면서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한국을 거쳐 북한 화학무기와 독가스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된 명분이었다. 이번에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뺄 때 내세운 논리는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뿐, 1차 규제 조치 때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일본 정부의 논리는 궁색하다. 아베 정권이 한국의 아픈 곳만 ‘찝어’ 규제조치를 취한 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 들여도 문제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을 더 이상 안보상의 우방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조치가 갖는 상징성이 드러난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와 안보에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나갔다. 물론 위안부·독도 영유권·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은 한일 관계에 걸림돌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렸다. 6월엔 남북미 정상이 비무장지대에서 함께 마주했다. 세 정상의 회동은 한국전쟁 종전 이후 60년 넘게 이어져오던 동북아 냉전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아베의 일본’과 함께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 역량을 집중해 왔고, 북한의 위협을 자주 명분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남북이 손을 맞잡는 현 상황은 아베로선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권이 1차 규제 조치를 취한 시점은 남북미 정상이 회동을 가진 직후였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자, 이 같은 조치가 장차 통일 한반도를 겨냥한 포석이란 지적이 나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이 상대해야 하는 일본은 아베의 일본이다. 아베 정권은 처음엔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더니 이젠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아 아예 한국을 우방국에서 빼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JT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JT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이제 더 이상 한일 관계는 이전 같을 수는 없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이번 갈등이 기회일 수 있다. 먼저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한국 경제의 탈일본화가 빨라진다면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일 오후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 기술 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 피해 최소화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을 높여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다 궁극적으로 이번 갈등이 한일 양국간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을 기폭제 역할을 한 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는 불행한 과거사로 인한 깊은 상처가 있다. 하지만 양국은 오랫동안 그 상처를 꿰매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으며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해왔다”며 “이제 와서 가해자인 일본이 오히려 상처를 헤집는다면, 국제사회의 양식이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는 출발부터 왜곡을 수반할 수밖엔 없었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 전부를 대표하지 않았고,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국민을 힘으로 눌렀다. 일본 역시 동북아 냉전구도에 편승해 침략전쟁을 일으킨 주범들이 역사의 단죄를 피해갔다. 이 두 세력이 만났으니 왜곡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한일 갈등은 왜곡된 기반에 선 양국 관계를 바로 세울 기회일 수 있다. 기회를 슬기롭게 살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섣부른 민족주의 감정은 금물이다. 

그보다 왜곡된 ‘1965년 체제’를 바로 세울 건설적인 토대를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자. 일본 안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혐한 세력의 준동에 맞서 외로이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연대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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