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보이지 않는 한일 갈등, ‘연대’가 답이다
출구 보이지 않는 한일 갈등, ‘연대’가 답이다
리뷰] 일본 속내 생생하게 보여준 MBC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8.14 15: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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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무역도발을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옛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문화제.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아베 정권의 무역도발을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옛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문화제.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 아베 정권의 잇단 무역도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먼저 한국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이 운동은 40일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한편 596개 시민단체가 꾸린 아베규탄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세 차례 아베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를 연 데 이어 광복 74주년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도 단호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정권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일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 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정권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예상했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무역도발을 한 아베 정권의 노림수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지금 한일관계가 빠른 시간 안에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13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 아베는 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나> 편은 이 같은 의문에 답을 던져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한일 갈등은 쉽사리 해결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아베 정권과 지지기반인 일본 보수층의 시각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무역보복 통해 내정간섭 노린 아베 정권

다시 한 번 아베 정권의 노림수를 살펴보자.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 표시다. 아베 정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은 소멸됐고, 이에 한국 대법원 판결은 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아베 정권은 올해 초부터 보복조치를 준비했다. 아베 총리와 친분이 두텁다는 정치평론가 타사키 시로는 'PD수첩'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아베 총리가) 3월쯤에 이미 100가지 정도의 대책을 세워두었습니다. 그중에서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고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을 선택해서 반도체 부품부터 조치한 것입니다." 

아베 정권은 기술 우위를 앞세워 한국을 압박하면 굴복할 것으로 보았다. 전 경제산업성 관료 고가 시게아키의 말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뒤처져 있고 일방적으로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껏 때리면 사과할 것이라고 사과하면 옳지 하면서 원래 관계로 돌아가면 되고, 만약 사과하지 않더라도 철저하게 때리면 결국 한국이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양심적 목소리, 더 커져야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13일 ‘아베는 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나’편을 통해 한일 갈등을 바라보는 일본 쪽 시각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13일 ‘아베는 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나’편을 통해 한일 갈등을 바라보는 일본 쪽 시각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아베 정권의 의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탈일본화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일본 안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츠 노미아 겐지 일본변호사협회 전 회장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발상은 전쟁 전과 다르지 않다. 일본 경제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치고 일본 경제가 더욱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 지점에서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의원의 말은 무척 시사적이다.

"일본도 재정, 금융, 외교 다 힘든 상황입니다. 아베노믹스가 정말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이웃 국가인 한국과의 관계에서 융화를 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문제로 한국 경제도, 일본 경제도, 세계 경제가 힘든 상황에 왜 서로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지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의 입장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정치평론가 타사키 시로는 문 대통령의 대응을 '혼자 하는 씨름'이라고 폄하했다. 

아베 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 현립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도 "일본 측에서 보면 법원의 잘못된 판단을 한국 정부를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 보수 단체 회원은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을 '뿌리부터 공산주의자'라며 혐한 선동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이렇게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다. 

특히 <조선일보> 일본어판은 '반일로 한국을 망쳐 일본을 돕는 매국문재인 정권',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국 정부를 폄하했다. 이러자 일본 정치권은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근거로 무역보복 조치를 취했고, 보수 우익은 혐한 시위에 나섰다. 

한일 관계에 찬바람을 몰고 온 아베 총리는 13일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 묘소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자민당 출범 이래 최대 과제인 헌법 논의를 드디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를 맞았다고 (부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즉,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기 위한 최대 걸림돌인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한일 갈등은 쉽사리 출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아베 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일본 보수층의 왜곡된 시각이 쉽사리 바로잡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PD수첩' 보도는 일본 사회 전반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달리 방법이 없다. 한국과 일본 내 양심 있는 목소리가 더 커지기를 바라는 방법 외에는 말이다. 다행히 한국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역보복의 탈을 쓰고 벌어지는 전쟁 국면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양심이다. 

한일 양국의 연대와 교류의 폭이 더 넓어지기를, 그래서 일본의 양심이 깨어나 아베 정권의 무모한 야심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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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2019-08-14 16:21:38
최근 기레기라 불리는 자들이 작성한 수준이하의 기사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 지유석 기자님의 기사는 날카롭고도 논리적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군요 작금의 한일관계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 PD 수첩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지기자님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시는 작문은 근래 보기드믄 훌륭한 저널리즘의 정통기사 그대로입니다 간만에 정독한 좋은 기사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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