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주요 4개부문 수상, 세계 영화사 새로 쓰다
‘기생충’ 아카데미 주요 4개부문 수상, 세계 영화사 새로 쓰다
봉준호 감독, 칸 이어 아카데미까지 석권....한때 블랙리스트 오르기도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2.1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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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4개 부분을 수상했다. ⓒ CJ엔터테인먼트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4개 부분을 수상했다. ⓒ CJ엔터테인먼트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그야말로 쾌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현지시간 9일 오후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지난 해 6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 세계영화인의 꿈인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역사다. 아카데미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영화제이지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카데미는 특히 유색인종이나 외국인 배우·감독에겐 무척 인색했다. 외국인의 경우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베니니(1999, 남우주연상), 흑인으로선 덴젤 워싱턴(2002, 남우주연상) 등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구나 <기생충> 이전 아흔 한 차례 열린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역사임을 감안해 보면 <기생충>은 새 역사를 쓴 셈이다. 

<기생충>의 이야기는 외국인의 눈엔 생소해 보일지 모른다. 특히 주인공 기택(송강호) 가족이 사는 반지하라는 생활공간은 한국인에겐 친숙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관객에겐 낯설 것이다. '짜파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온 세상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이야기를 다시 되짚어 보자. 

기우(최우식)는 우연한 기회에 부자집 가정교사 기회를 얻는다. 기우를 시작으로 여동생 기정(박소담), 아버지 기택(송강호), 어머니 충숙(장혜진) 등이 차례로 박 사장 가정에 취업한다. 

이들은 외모와 실력 모두 출중하다. 기택은 운전기사로 손색없고, 기우와 기정은 비록 대학에 가지 못했어도 전문가 '뺨치는' 전문지식으로 박 사장 아이들을 압도한다. 이들이 왜 일자리를 얻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박 사장의 집은 기택 가정에겐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박 사장이라는 확실한 물주(?)에 달라붙어 안도하는 기택 일가는 부의 양극화로 인해 기회마저 박탈 당한 채, 가진 자에게 줄대려 안달하는 우리 시대 평범한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개인적인 시각임을 전제로 한다면, 대사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도 아카데미 수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등장인물은 대사 보다는 연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등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아마 연기 보다 대사 분량이 많았다면 외국 관객이나, 수상작 투표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회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국어 특유의 미묘한 어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했다. ⓒ CNN 화면 갈무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했다. ⓒ CNN 화면 갈무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봉준호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그가 연출한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이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며 국민 의식을 좌경화”(<괴물>)한다거나 “공무원ㆍ경찰을 부패 무능한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살인의 추억>)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예술을 억압하는 일은 다시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탄압이 이어졌다면, 봉준호 감독의 쾌거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수상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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