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뉴스타파〉의 심인보 기자는 13일 ‘윤석열 장모 사건..김건희 씨도 깊숙이 개입’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다음,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탄식의 후기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밝힌 여러 소회는 영화 ‘이끼’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왜 그럴까?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이 외면 당한 채, 거짓으로 시작해서 거짓으로 끝나는 퀴퀴하고 음습한 위선의 스토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권력자인 이장의 검은 손에 의해 철저히 통제 당하는 외딴 시골. 이장을 중심으로 한 덩어리가 된 마을주민들과, 틈을 비집고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주인공의 대립을 그린 영화 ‘이끼’만큼이나 오싹함마저 주고 있다.
심 기자가 털어놓은 소회는 하나하나가 미스터리 그 자체다. 당시 상황을 파트별로 재구성해보자.
먼저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취재기자의 소회다.
“정대택 씨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양모 전 검사와 윤모 검사가 세다고 해도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무려 16년 동안, 이토록 근거를 갖춘 주장이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었을까.”
이어 사건의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법무사 백 씨의 증언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외압이든 자의적인 판단이든 간에 검찰은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고 기소하고, 법원은 물이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고 판결하였을 뿐입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와 판사들은 어땠을까?
“정대택 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의 사건을 맡았던 모든 검사가 그의 주장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검사들은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검찰 조직의 위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역시 몇몇 판사들은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었지만 과거 판결의 기판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변호사들은 또 어떤 노력을 기울인 것일까?
“많은 변호사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그 중에 누구도 검찰과 법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 중에 정대택 씨가 특별히 언급한 것은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상당히 오랫동안 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사임했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 선임료를 정대택 씨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정론직필을 목숨처럼 여기는 언론은 뭐하고 있었나?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했다. KBS, MBC, CBS, 경향신문, 세계일보의 기자들이 그를 만났다.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 신문고 뉴스 등 몇몇 언론들은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사가 나와도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취재기자의 마무리 에필로그.
“내가 떠올린 단어는 '시스템 에러'다. 한 시민이, 힘 있는 검사들이 연관된 사건에서 말로 못할만큼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그리고 증거를 가지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우리 사회는 16년 동안 이 일을 바로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