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1월은 원앙의 리얼리티 연애가 펼쳐지는 시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1월은 원앙의 리얼리티 연애가 펼쳐지는 시간
겨울은 구애행동의 절정기
화려한 진화를 선택한 원앙 수컷
수컷을 조종하는 원앙암컷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2.01.10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철 장태산휴양림의 장안저수지에 찾아온 원앙 무리.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겨울철 장태산휴양림의 장안저수지에 찾아온 원앙 무리.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성원/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간의 출현 시간은 마지막 5초라고 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20세기 이후로 산정하면 고작 1초 이내라는데, 지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멸종의 시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민데이터과학(시민과학)과 집단지성을 유인할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외의 특화된 미디어 매체는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분석하고, 시민 참여와 글로벌 연대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굿모닝충청도 지역의 생물다양성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시민과학적 접근, 선진 사례를 통해 대멸종의 시대에 현실 가능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야외 활동이 적은 겨울에 조류관찰(탐조, birdwatching)은 자연이 얼마나 역동적인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1월은 주변의 하천이나 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원앙 무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바로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번식깃으로 치장한 수컷과 수수하지만 연애 주도권을 가진 암컷 사이의 긴장감, 수컷 간의 경쟁 등 동물의 리얼리티 연애를 볼 수 있다"며 원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일범박사(문화재전문위원)는 1월이야말로 겨울연가를 보여주는 원앙의 시간이라고 했다.      

◇ 겨울은 구애행동의 절정기

‘과시(誇示, display)’란 ‘자랑하거나 뽐내어 보인다’와 ‘사실보다 크게 나타내어 보인다’라는 의미다. 동물 행동학에서도 과시는 중요한 행동원리로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구애행동’이 이에 해당된다. 흔히 배우자를 선택하고 짝짓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구애는 수컷들의 춤과 소리, 스킨쉽, 동성간의 결투로 나타나는데 모두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한 수컷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자기를 더욱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깃털은 필수적이다.

북반구 아한대나 국내에서 번식했던 원앙들이 10월이면 하천이나 저수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청양군의 지천에도 매년 50마리 전후의 원앙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여러 구간에서 볼 수 있다. 수생생물도 좋아하지만 도토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참나무 군락이 형성된 하천 주변으로 원앙이 모였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북반구 아한대나 국내에서 번식했던 원앙들이 10월이면 하천이나 저수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청양군의 지천에도 매년 50마리 전후의 원앙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여러 구간에서 볼 수 있다. 수생생물도 좋아하지만 도토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참나무 군락이 형성된 하천 주변으로 원앙이 모였다(2021년 10월).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겨울에 구애행동을 볼 수 있는 새는 오리류가 대표적이다.

북반구 아한대에서 번식이 끝난 오리들은 힘든 번식과 여정을 통해 닳고 닳은 모습으로 9~10월에 한반도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시즌의 번식 준비를 시작한다. 다시 북반구로 돌아가는 3월까지 수컷 오리는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긴박감에 서둘러 번식깃으로 탈바꿈하고 암컷을 차지할 준비를 한다. 1~2월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추운 겨울이지만 연애감정이 절정으로 치닫는 오리들에게는 뜨거운 겨울이 된다. 

1월 장태산 장안저수지의 원앙 무리에는 암컷 주변으로 배회하는 수컷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성원/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1월 장태산 장안저수지의 원앙 무리에는 암컷 주변으로 배회하는 수컷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성원/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화려한 진화를 선택한 원앙 수컷

오리류 중 가장 화려한 종은 원앙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원앙의 수컷과 암컷이 너무 달라 원(鴛)과 앙(鴦)으로 따로 부를 정도였으나, 자연과학(분류학)이 발달한 지금은 합쳐서 원앙이라 부르고 있다.

특히 겨울철 수컷은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가진 깃털에 머리 뒤편의 관우(冠羽)와 은행나무 잎을 닮은 날개깃(은행깃)에 구애행동까지 더해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연애의 주도권을 둘러싼 성 갈등의 자연사를 담은‘아름다운 진화(The evolution)’는 원앙 수컷의 화려한 외모 말고도 행동에 주목한다.

“많은 오리는 거짓 깃털고르기(sham preening)를 하는데, 그것은 꽁지깃을 자랑하려고 괜히 우쭐거리는 행동이다. 수컷 원앙의 거짓 깃털고르기의 극적 효과는 밝고 모양이 독특한 적갈색 안쪽 날개깃(은행깃을 의미)을 등 위에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극대화된다. 날개깃을 등 위에 곧추세우는 목적은 암컷을 등진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밝은 분홍색 부리를 깃털 뒤로 밀어 넣을 때 분명해진다. 이때 날개깃 사이로 자신의 눈이 암컷에게 노출되므로 수컷은 까꿍놀이와 같은 내숭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원앙의 특별한 구애행동을 소개했다.  

이런 원앙 수컷의 치장과 암컷에게 보내는 교태 행동의 중심에는 모두 암컷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리류는 암컷에 비해 수컷의 숫자가 많아 암컷들이 선택할 배우자들이 많다. 원앙 수컷이 교태스러운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도 까다로운 암컷에 경쟁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즉 다른 수컷보다 더 화려하고 매력적인 몸짓과 자극적인 소리까지 발달시켜야 했던 수컷은 스스로 했다기보다는 암컷의 배우자 선택을 통해 진화했음을 ‘아름다운 진화(2019)’는 밝히고 있다.

3월 청양의 한 저수지에서 짝짓기를 하는 원앙쌍.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3월 청양의 한 저수지에서 짝짓기를 하는 원앙쌍.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과학이 발달하기 전, 우리 문화는 원앙을 부부애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다.

옛날 사람들이 부부금실의 상징으로 원앙을 손꼽고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원앙금침(鴛鴦衾枕)을 선물하는 이유도 겨울철 야생 원앙들의 노니는 모습에서 행복한 감정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신혼부부에게 원앙처럼 살라고 덕담할 정도로 원앙은 동북아시아의 행복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원앙의 실제 모습은 이와 다르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국의 새 생태와 문화(2021)’에서 원앙 생태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원앙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한다.

“원앙은 월동지에서 자기 짝을 결정하여 부부가 된다. 암컷 주위에는 10마리 안팎의 수컷이 몰려들어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머리에 있는 관 모양의 장식깃인 댕기깃(冠羽, crest)을 펼친다든지 큰 은행깃을 수직으로 세워 열심히 구애 작업을 벌인다. 여기서 암컷은 마음에 드는 수컷 한 마리를 고른다. 이것만을 보더라도 원앙은 해마다 자기 짝을 바꾸는(changing partner)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매년 배우자를 바꾸는 것은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란 점을 강조했다.

5월 대전 보문산 일대에서 번식중인 원앙, 암컷이 알을 품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5월 대전 보문산 일대에서 번식중인 원앙, 암컷이 알을 품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수컷을 조종하는 원앙암컷

3~4월, 원앙은 본격적으로 짝짓기와 새끼를 키우는 시기로 돌입한다. 이때도 암컷 중심의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암컷은 구멍이 있는 나무에 들어가 알을 낳고, 품는 동안 수컷은 밖에서 둥지를 지키고 다른 수컷들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문지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새끼를 낳고 키우는 기간은 오직 원앙암컷의 몫이다. 화려한 수컷때문에 천적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고, 주변에 먹이가 널려 있어 수컷없이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공동육아의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다.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엄마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새끼들의 활동성도 원앙 가족에게 아빠는 없어도 될 존재인 것이다.  

원앙 세계의 연애와 결혼은 오직 암컷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이다. 수컷은 암컷에 선택받기 위한 목적 이외에는 불필요한 존재이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화려함이란 게 얼마나 속 빈 강정인지...

1월, 원앙의 리얼리티 연애가 하천과 저수지에서 시작되고 있다. 

4월 포란중인 암컷을 위해 둥지를 차지하려는 올빼미를 내쫓는 원앙 수컷.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성원/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4월 포란중인 암컷을 위해 둥지를 차지하려는 올빼미를 내쫓는 원앙수컷.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성원/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