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공감능력 제로 정부
[조하준의 직설] 공감능력 제로 정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소고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2.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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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불기 2568년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 대축전’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직후에 찍힌 사진이라 큰 논란을 낳고 있다.(사진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거부권을 자신의 무기처럼 이용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대못을 박었다. 이 쯤 되면 윤석열 정부는 ‘공감능력 제로 정부’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선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 총리는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때 박근혜 정부가 들이댔던 논리와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침몰 원인부터 분명하게 규명이 되지 않았건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론 분열과 정쟁 핑계를 대며 국정조사 방해를 했다. 결국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위 보수 정부는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10·29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책에는 피해자 대상 생활안정지원금 및 의료 간병비 확대,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위로도 없이 돈부터 내민 격이다.

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라며 “우리가 바라는 건 진상규명”이라고 반발했다. 또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며 “참담함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를 국민으로 여기지 않았고, 우리도 오늘부터 이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또 특별법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피해자 대상 생활안정지원금 및 의료 간병비 확대,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등으로 퉁치려는 태도에 분노를 표한 것이다.

그렇게 거부권 행사로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그 날 서울 강남에서 열린 불기 2568년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 대축전’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부처님의 자비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발원했다고 한다.

또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어려운 이웃을 더 두텁게 챙기겠다는 우리 정부의 약자 복지 정신 역시 부처님의 큰 뜻을 따른 것"이라며 "나라 안팎이 여전히 어렵지만 저는 항상 불교와 동행하며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여러분께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고도 전해진다.

늘 부자감세에 여념이 없었던 윤석열 정부에 무슨 ‘복지’가 있었고 언제 어려운 이웃을 더 두텁게 챙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의 뜻을 따라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사람의 태도가 참사 유가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거부권 행사였단 말인가? 

10.29 이태원 참사가 발발한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감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 때나 10.29 이태원 참사 때나 유가족들이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책임자 처벌과 사건의 진상규명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애도’를 핑계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받들어 외친 야당의 요구를 모조리 ‘국론 분열’, ‘정쟁’ 등으로 매도하기 바빴다.

이번에도 책임자들의 처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부터 참사의 주범으로 꼽혔지만 그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탄핵심판에서도 기각을 받으며 천연히 지금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을 때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을 감싸고 돌았다.

그 밖에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사 주범으로 꼽힌 사람들 모두가 아직도 현직에 있다. 그리고 지금 참사가 발생하고 1년 3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정확한 참사 원인 즉, 당시 현장의 경찰 경비 인력이 왜 그리도 부족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또 누구를 위해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지금까지 불과 21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윤 대통령은 무려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에 보장된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입법을 하는 것 역시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본래 삼권분립의 취지에서 입법부가 지나치게 폭주할 때 그를 견제하고자 하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거부권은 그런 식으로 쓰라고 주어진 권한이 아닌데 윤 대통령은 그걸 마치 ‘왕권’이라도 된 양 남용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일반 서민들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 중 양곡관리법은 농민을 위한 법안이었고 간호법은 간호사 그리고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으로 모두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안 된 법안이란 핑계를 대며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저 사회적 약자 계층들에게 공감 능력이란 게 있었으면 그런 알량한 핑계를 대며 거부권 행사를 했을까?

그런 동시에 윤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이익에는 엄청나게 민감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였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김 여사는 마치 ‘원더우먼’처럼 그런 숱한 의혹에 연루되고도 검찰로부터 어떠한 터치도 받지 않은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그리고 이런 윤석열 정부의 ‘공감능력 제로 행보’를 더욱 부추긴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다. 지난 2년여 간 국회의 모습을 보면 항상 국민의힘은 법안 발의에 어깃장을 놓았고 숫자 싸움에서 밀려 법안이 통과되자 곧바로 선생에게 고자질하는 유치원생처럼 윤 대통령에게 쪼르르 달려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 9건의 거부권 모두 그런 동일한 패턴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지금의 '공감능력 제로 정부'는 한 번도 불우한 시절을 겪어본 적도 없고 힘든 일 한 번 한 적 없는 대통령과 옛날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이 미흡했던 여당이 결합해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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