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애너벨 리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애너벨 리
  • 이규식
  • 승인 2016.06.18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에드가 앨런 포 동상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애너벨 리

아주 오래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당신이 알지도 모를 애너벨 리.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게 사랑 받는 것 외엔
다른 아무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나는 어렸고 그녀도 어렸지요.
바닷가 이 왕국에.
그러나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사랑했습니다.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우리를 시샘할 만큼의 사랑으로.

그로 인해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서
바람이 한 차례 구름으로부터 불어와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

하지만 우리 사랑은 더 강했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사랑보다
우리보다 현명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
그리하여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 속 악마들도
내 영혼과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을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달빛이 빛날 때마다 나에게 항상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주고 있습니다,
나는 느끼고 있어요. 별들이 솟아오를 때마다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동자를.
그리하여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의
곁에 눕습니다. 거기 바닷가 무덤,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 무덤에.

- 애드가 앨런 포, ‘애너벨 리’ 부분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일부 구절을 생략했지만 더 이상은 축약할 부분이 없는 사랑의 시 애너벨 리. 음산하고 어두운 이미지의 시인 애드가 앨런 포에게서 이런 맑고 순수한 사랑의 시가 샘솟아 나왔다니. 자전적 요소가 강한 이 시는 원어든 번역이든 나지막히 읽으면 그 자체로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된다. 시가 노래라는 반증이 이 이상 더 있으랴. 중학교 시절 수학 과외 선생이었던 텁수룩한 공대 4학년 대학생이 강한 사투리 액센트로 읽어주던 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때마침 이즈음 서울 국립극장에서 연극 ‘애너벨 리’가 공연중 이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